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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ET 오택승 부사장 '모전자전' 그린론 활용

최근 IFC로부터 3억달러 조달 '성공'...모회사 SK이노베이션 출신

양도웅 기자  2023-05-30 13:57:19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최근 '그린론'을 활용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성공 배경에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재무기획 부서에서 근무하며 그린론 활용법을 어깨너머로 배운 오택승 부사장의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 부사장은 현재 SKIET 재무실장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한다.

최근 SKIET는 국제금융공사(IFC)와 총 3억달러 규모(약 3934억원)의 그린론 차입 서명식을 열었다. 3억달러 가운데 2억달러는 IFC의 자체 자금이고 나머지 1억달러는 민간은행들의 대출 자금이다. SKIET는 그린론으로 조달한 자금을 폴란드 실롱스크주에 짓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 공장을 증설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그린론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친환경 사업으로 자금 용처가 제한된 대출을 말한다. 자금 용처가 친환경 사업으로 제한된다는 점에서 그린본드와 동일하다. 다만 그린론은 조달 자금을 한꺼번에 받지 않고 분할해서 받아 사용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SKIET도 자금 지출 일정에 맞춰 필요한 만큼 3억달러 내에서 빌릴 수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그린론으로 자금을 조달한 곳이 SKIET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다. 2019년 8월 SK이노베이션은 그린론으로 6억2000만달러와 5억위안 등 한화로 당시 약 8000억원을 조달했다. 조달 자금은 미국과 헝가리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중국과 폴란드 분리막 공장 건설에 투입했다.

이듬해 LG화학이 그린론으로 7000억원을 조달하고 HD현대중공업도 4800억원 규모의 그린론을 일으키면서 SK이노베이션은 국내 기업들의 조달 선택지를 넓히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흥미롭게도 이번 SKIET가 그린론으로 투자금을 확보하는 데 앞장선 인물인 오택승 부사장은 SK이노베이션이 그린론을 일으켰을 때 SK이노베이션 재무기획 부서에 몸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20년 12월 연말 인사에서 SKIET 경영지원실장으로 선임됐다. 그 이전에는 SK이노베이션 재무기획 부서 등에서 근무했다.


오 부사장은 SK이노베이션에서 회사가 그린론으로 대내외 인지도를 높이고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대규모 자금을 끌어온 경험을 SKIET에서 재무실장으로서 살린 셈이다. 일례로 2019년 SK이노베이션은 그린론을 일으켰을 때 최소 10bp(0.1%포인트) 이상의 금리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았다.

SKIET와 오 부사장은 이번 그린론의 성공으로 해외 조달처를 다각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 금융 기관인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친환경 사업 인증을 받은 만큼 향후 다른 해외 은행 등으로부터 신용을 얻는 게 전보다 용이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SKIET는 지난해 5월부터 자료 제출과 현지 실사 등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IFC로부터 인증을 따냈다.

현재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은 미국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소재와 광물 등을 조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제조사인 SKIET도 미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그린론 성공으로 조달처 다각화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조달 비용을 낮출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해외 진출과 투자 확대를 도모하는 기업엔 필수다. SKIET는 주로 국내 금융기관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올해 3월 말 기준 프랑스 은행인 크레디아그리콜(Credit Agricole)을 제외하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국내 은행에 의존해 시설과 운영 자금을 끌어왔다.

최근 일으킨 그린론 미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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