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2차전지용 분리막을 생산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중대한 결정을 앞뒀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부품'으로 분류된 분리막은 현지화 대상이다. IRA 시행으로 전기차 업체들이 보조금 절반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북미에서 제조·조립된 배터리 부품 비율이 50% 이상이 돼야 한다.
미국에 별다른 생산설비가 없는 SKIET는 올해 중 북미 진출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분리막의 현지화가 필요한 2028년부터는 제품 상업생산에 돌입해 IRA 시행에 따른 전기차 업체들의 수요를 소화하겠다는 목표다. SKIET의 북미 진출은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을까.
◇매년 7000억원 안팎 투자, 아직은 견조
SKIET는 2일 올 1분기 매출 1430억원, 영업손실 3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SKIET는 지난 2021년 4분기 이후 6분기째 적자를 내고 있다. 적자폭이 줄어든 점은 다행이다. 직전분기 103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올 1분기들어 64% 감소했다.
그간 SKIET는 중국·폴란드 등지에 분리막 설비를 확충하기 위해 매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 왔다. SKIET의 자본적지출(CAPEX)은 2020년 5834억원, 2021년 6055억원, 지난해 7550억원에 달했다.
사업에서 이익이 나지 않는 가운데 투자가 지속됐지만 재무지표는 견조한 상태를 유지했다. 충분한 투자금을 유치한 덕분이다. 2020년에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4500억원을 지원받은 뒤 프리IPO를 통해 3000억원을 조달했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8903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재무상황에 변화가 감지된다. 2021년 말 7685억원 수준이었던 올 1분기 말 기준 1조원을 넘기게 됐다. 부채총계도 9683억원에서 1조2941억원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43.7%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던 SKIET의 부채비율도 올 1분기 말 기준 57%로 13.3%포인트(p) 증가했다.
조달한 자금이 빠른 속도로 소진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SKIET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IPO로 확보한 8903억원 중 7487억원을 사용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2021년 4분기부터 적자가 이어지며 사업에서 충분한 현금을 창출하지 못했다. 결국 투자금 조달 등을 위해 외부조달에 나서며 차입금 및 부채비율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투자할 곳 많은 SKIET, 흑자전환 시점에 관심
올해와 내년 중 폴란드 분리막 공장 상업가동을 실시하기 위한 투자가 진행 중이다. 매년 7000억원 규모로 진행 중인 자본적지출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여기에 북미 공장 설립이 확정되면 자본적지출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SKIET에 재무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1분기 기준 유동자산이 6977억원에 달하고 부채비율이 60%도 되지 않는 만큼 레버리지를 일으킬 여력도 충분하다. 다만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SKIET의 부채가 과도해지는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투자부담이 상당하다.
이에 따라 SKIET는 현금 창출력이 살아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분리막 사업만 따지면 올 1분기 1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빠르면 2분기 중 SKIET가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신규 고객사 확보에도 진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IET 측은 "올 2분기에는 주요 고객사의 수요 증가에 따른 분리막 판매 물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신규 고객사 확보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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