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자본재분배다. 지주사는 재무건전성 우위 계열사로부터 배당수익과 상표권사용수익 등을 수취해 이를 재원으로 유상증자나 사채인수 등 방법으로 열위 계열사를 지원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무리한 자본재분배는 우위 계열사까지 망가뜨리고 지주사의 재무건전성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THE CFO가 각 그룹 지주사의 자본재분배 형태와 이에 따른 재무지표상 변화를 점검해본다.
SK스퀘어는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로 출범한 이후 온마인드, 그린랩스, 코빗 등 다양한 ICT 회사에 신규투자했다. 올해부터는 기존 포트폴리오 일부 회사 지분정리를 포함해 투자회수가 시작되면서 이를 재원으로 이용한 주주환원도 본격화되고 있다.
◇코빗·해긴 등 신규투자…NAV 증가는 예상 대비 부진
SK그룹은 2021년 4월 SK스퀘어 출범 계획을 처음 발표하면서 반도체와 ICT 투자 전문회사를 표방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발굴하고 프로듀싱(producing) 작업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투자전략의 큰 틀이다.
2021년부터 연평균 상승률 30%를 목표로 2025년 총 순자산가치(NAV) 75조원 달성을 제시했다. 다만 SK스퀘어가 발표한 올해 1분기말 총 NAV는 약 20조6600억원으로 애초 예상보다는 미진한 편이다. 지난해말은 약 18조6500억원이었다.
SK스퀘어는 SK텔레콤으로부터 인적분할로 출범한 직후인 2021년 12월 국내 3D 디지털 휴먼 제작회사 온마인드 지분 20%(1만3167주)를 80억원에 취득했다. 보통주 4937주와 전환우선주(CPS) 8230주가 포함됐다. 이후 SK스퀘어가 온마인드에 추가 출자한 사례는 없으며 불균등 유상증자 등을 거치면서 올해 1분기말 지분율은 37.5%로 상승한 상태다. 온마인드 지분가치(장부금액 기준)는 71억원으로 평가했는데 최초 투자 때보다 소폭 하락한 것이다.
2021년 12월과 지난해 1월에 걸쳐 국내 애그테크(Agriculture Tech·농업의 디지털화) 회사 그린랩스 지분 5.55%(1만2662주)를 351억원에 사들였다. 보통주 151억원(7597주)과 상환전환우선주(RCPS) 200억원(5065주)가 포함됐다. 다만 그린랩스가 투자유치 이후 경영난을 겪으면서 SK스퀘어가 당장 투자 당시 지분가치를 지켜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해 1월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지분 33.2%(922만1142주)를 874억원에 취득했다. 보통주 구주 274억원(335만300주)과 신주 600억원(587만842주)을 합산한 값이다. 다만 올해 1분기말 SK스퀘어가 평가한 코빗 지분 32.7%에 대한 지분가치는 687억원으로 하락한 상태다. SK스퀘어는 SK그룹 계열회사의 유통채널을 통해 신규유치한 코빗의 가입자수가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가입자 1명당 코빗 주식 0.5주를 1만5000원으로 취득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부여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6월 3D게임 제작회사 해긴 보통주 신주 26만7742주를 251억원에 취득하면서 지분 2.79%를 확보했다. 지난해 12월에는 SK플래닛이 케이넷문화컨텐츠투자조합을 탈퇴하면서 배당으로 취득한 1824억원 규모 게임 제작회사 크래프톤 보통주 108만5600주(지분율 2.2%) 전량을 중간배당(현물배당)하면서 SK스퀘어가 해당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투자성과 분배 본격화…투자재원 전방위 확보도 진행
SK스퀘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투자성과(Harvest)에 대한 분배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 3월 수시공시를 통해 주주환원정책을 제시했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적용되며 경상배당수입의 30% 이상과 투자성과 일부에 대해 자사주 매입소각 또는 현금배당을 실시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SK스퀘어는 올해 3월부터 11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취득종료 예정일은 오는 9월이다. 이외에 SK스퀘어는 지난해 크래프톤 주식 현물배당(1824억원)을 제외하고 현금배당으로만 4085억원을 수취했는데 이중 대부분인 3565억원을 핵심 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책임졌다. SK하이닉스가 분기배당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SK스퀘어로서는 일정한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배당수익에다 투자성과를 합쳐 주주환원 재원으로 이용한다는 점을 명시했으므로 그동안 신규투자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기존투자분 회수가 본격적으로 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나노엔텍 지분전량이나 SK쉴더스 지분일부 매각 사례처럼 인적분할 당시 산하로 편입된 기존 포트폴리오 자회사들에 대한 지분정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K스퀘어가 배당을 개시하면 최대주주인 그룹 지주사 SK㈜ 배당수익에도 기여할 수 있다. SK㈜는 SK스퀘어 지분 30.0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는 SK스퀘어 출범 이후 자금을 지원한 사례가 없지만 배당을 지급받은 사례도 없다.
SK스퀘어는 2025년까지 포트폴리오 투자성과, 배당수익, 레버리지 등을 통해 3조원의 투자재원을 확보해 반도체·ICT 투자를 가속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지난해 1월에는 SK스퀘어,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SK그룹 ICT 3사가 해외투자자로부터의 투자유치를 포함해 1조원이 넘는 글로벌 ICT 투자자본을 공동조성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SK스퀘어는 올해 1분기말 별도 기준 자본총계가 7조4357억원이다. 부채비율이 1.7%로 크게 여유있는 수준이다. 그동안 배당수익 수취 등으로 현금성자산도 1592억원으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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