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케이팝(K-팝)을 선도하는 엔터사가 1분기 실적 발표를 마쳤다. 눈에 띄는 점은 저마다 주주와 소통 방식이나 수준이 크게 달랐다는 점이다. K-팝 경쟁력은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좋아졌지만 IR정책은 그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 상장사인 하이브는가장 모범사례라고 볼 수 있다. 분기보고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잠정실적을 발표해 투자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였다. 또 컨퍼런스콜을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는 물론 일반 주주까지 들을 수 있게 공개했다. 여기에 대표이사와 최고재무책임자(CFO), 핵심 사업 대표까지 참여했다는 점에서 투명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편 코스닥 상장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는 컨퍼런스콜 스크립트를 대중에게 공개하며 소통 의지를 보였지만 JYP엔터테인먼트 비공개 방침을 유지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아예 컨퍼런스콜조차 진행하지 않는다. 접근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이브 ‘합격점’, SM엔터 주주와 소통 의지 23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핵심 엔터4사가 올 1분기 실적 발표를 모두 마쳤다. YG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한 나머지 3사는 1분기 실적에 대해 컨퍼런스콜 등 IR행사를 열어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등에게 실적을 공개했다.
그러나 컨퍼런스콜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하는 공시에서부터 IR자료 공개 수준, 컨퍼런스콜 참여 연사, 시점까지 수준은 천차만별인 것으로 보인다.
가장 수준이 높았던 엔터사는 하이브인 것으로 분석됐다. 하이브는 분기보고서를 발표하기 약 보름 전인 5월 2일 잠정 실적을 공개하고 컨퍼런스콜을 진행했다. 이날 컨퍼런스콜을 진행하겠다는 발표는 그보다 한참 앞선 4월 19일 공시됐다. 관련 계획을 투자자에게 일찌감치 공개해서 불확실성을 줄였다는 평가다.
컨퍼런스콜에 대한 접근성도 가장 좋았다. 하이브는 홈페이지에 간단한 신상정보만 입력하면 컨퍼런스콜을 생중계로 들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공식적으로 컨퍼런스콜 공개 대상은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지만 언론은 물론 일반 주주에게도 해당 방송을 들을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줬다.
하이브 관계자는 "컨퍼런스콜 등 여러 IR 활동은 기업과 투자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다"며 "기업의 의무이자 투자자에게 기업의 성과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투명하게 경영지표를 공개해서 시장 참여자가 하이브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이브의 컨퍼런스콜에는 참여연사도 가장 많다. 박지원 대표이사는 물론 이경준 CFO, 최준원 위버스 대표까지 참석해 직접 사업을 소개하고 투자자 질의에 답했다. 공식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최대한 투자자의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SM엔터테인먼트도 형식을 모두 갖췄다. 이달 3일 관련 공시를 진행하고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5월 11일 올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진행했다. 분기보고서를 발간하기 직전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컨퍼런스콜은 장철혁 대표이사가 이끌었다. 이는 SM엔터테인먼트 내부 사정상 불가피했던 조치로 파악된다. 장 대표는 올 초까지 CFO를 지냈던 만큼 회사 현안에 가장 밝은 인물로 꼽힌다. 최근 장정민 CFO를 영입하긴 했지만 이달 들어 회사에 합류한 만큼 아직 컨퍼런스콜 등 공식석상에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SM엔터테인먼트의 IR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에만 한정해 컨퍼런스콜을 공개했다. 주주와 소통 강화를 목표로 이번 컨퍼런스콜부터 스크립트(전문)을 홈페이지에 올리긴 했지만 게시 시점이 더딘 데다 질의응답 파트는 전문이 아닌 요약본 형식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JYP, 비공개 방침 고수…YG는 컨콜 개최 안 해 JYP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나 SM엔터테인먼트 등과 다른 IR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실적 관련 IR자료는 공개하고 있지만 공개 시점이 빠른 편은 아니다. 컨퍼런스콜을 진행하겠다고 공시한 시점은 4월 19일, 실제 행사 진행 시점은 5월 15일이었다. 분기보고서를 제출하는 날짜에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진행한 셈이다.
또 컨퍼런스콜을 비공개하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컨퍼런스콜은 IR팀에서 전담해 해당 조직장이 직접 투자자에게 회사 현안을 설명하고 질의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YG엔터테인먼트는 IR정책이 가장 뒤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YG엔터테인먼트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 등을 진행하지 않는다. 5월 11일 잠정실적을 발표하긴 하지만 이와 관련된 IR자료 등을 일반 주주는 물론 기관투자자나 애널리스트에게도 제공하지 않는다.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실적 발표 직후 IR 담당 리더가 투자자에게서 들어오는 질의에 대해 전화통화로 응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이사나 CFO 등이 직접 나서서 투자자를 상대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엔터사의 컨퍼런스콜에서는 향후 신인 아티스트 데뷔 일정, 음반 발매 시점 등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경영 계획이 공개된다. YG엔터테인먼트가 이런 정보를 일반 주주와 공유하지 않은 셈이다. 이 탓에 기업과 주주 간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