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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컨콜 전문 공개…투명성 제고 '갈 길 멀다'

장철혁 대표 취임 후 IR정책 변화, 주주와 소통 강화 목적…여전히 부족 지적도

이지혜 기자  2023-05-16 15:57:18

편집자주

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SM엔터테인먼트가 주주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IR정책에 변화를 줬다. 종전까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에게만 공개했지만 올 1분기부터 스크립트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컨퍼런스콜에서 무엇을 발표했는지, 어떤 질의응답이 오갔는지 등을 투자자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이브 등과 비교해 공개 수준이 낮아서다. 예컨대 하이브는 생중계로 진행하는 컨퍼런스콜을 언론과 일반 주주들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도록 열어뒀다. 이에 따라 SM엔터테인먼트가 올 1월 주주와 소통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키려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컨콜 스크립트 첫 공개…장철혁, 직접 주관

16일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홈페이지에 2023년 1분기 컨퍼런스콜 발표 내용을 담은 스크립트를 15일 올렸다. 11일 컨퍼런스콜을 진행한 지 2영업일 만이다. 당초 컨퍼런스콜 당일 스크립트를 게시하려 했지만 일정이 지연됐다.

SM엔터테인먼트의 컨퍼런스콜 내용이 상세히 전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SM엔터테인먼트는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컨퍼런스콜을 진행, 일반 주주 등에게는 해당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반 주주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컨퍼런스콜 내용을 확인해야 했다.

SM엔터테인먼트 2023년 1분기 실적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SM 3.0'의 주요 기치로 주주와 소통 강화를 내세운 만큼 여기에 발맞추고자 스크립트를 외부에 공개했다”며 “앞으로도 스크립트 공개 방침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컨퍼런스콜은 장 대표가 직접 나서서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진행했다. 장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의 매출과 영업이익 등 전반적 실적과 1분기 진행한 콘서트 등 공연 내역, 음반 판매 현황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또 새 앨범 발매 계획과 신인 아티스트 데뷔 일정, 콘서트 라인업 등 향후 실적에 영향을 미칠 요소들도 직접 안내했다.

스크립트에 따르면 애널리스트 등의 질문은 카카오와 협업, SM 3.0과 관련된 내용에 쏠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북미사업을 적극 펼치기로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카카오와 협력은 어떻게 이뤄질지, 이수만 전 최대주주와 연결고리였던 라이크기획 이슈는 해소됐는지 등이다.

장 대표는 올 2~3월경 SM엔터테인먼트의 미래 비전인 SM 3.0을 유튜브 채널에 공개할 때에도 핵심 역할을 맡았는데 이번 컨퍼런스콜도 직접 진행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 CFO로 합류한 지 1년 만에 대표이사에 오른 만큼 투자자 신뢰를 제고하고자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는 1974년 6월생으로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으로 학사와 석사학위를 모두 받고 회계사 자격을 취득했다. 삼일PwC의 딜본부에서 M&A(인수합병) 관련 업무를 수행하다가 스킨푸드와 동아탱커에서 CFO 경력을 쌓았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로 자리를 옮긴 뒤 회계, 세무, 재무 및 IR 업무 전반을 담당하며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얼라인파트너스와 합의사항 이행…‘불충분’ 지적도

SM엔터테인먼트가 스크립트를 공개하기로 결정한 데는 1월 말 이뤄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과 합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SM엔터테인먼트는 거버넌스 이슈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데 동의,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여 합의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IR과 주주커뮤니케이션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장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올 3월 대표이사 취임 소감으로 “SM엔터테인먼트가 팬과 주주 중심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하고 책임 경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SM 3.0 전략을 충실하게 이행하며 아티스트, 팬, 주주, 임직원 모두와 소통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컨퍼런스콜 스크립트 공개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최고 수준을 표방했지만 여전히 투명성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는 뜻이다.

대표적 비교사례가 하이브다. 하이브는 주주와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일찌감치 컨퍼런스콜 등 기업설명회 일정을 공개하는 한편 이를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했다. 이에 따라 일반 주주들도 컨퍼런스콜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등을 상세히 알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업계 관계자는 "컨퍼런스콜은 정보가 필요한 투자자를 위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이자 의무"라며 "대표이사 등 경영진의 어조나 말투 등에도 정보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이브가 코스피 상장사라는 점에서 컨퍼런스콜 투명성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SM엔터테인먼트처럼 코스닥 상장사인 JYP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는 컨퍼런스콜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YG엔터테인먼트는 실적발표 관련 자료도 비공개로 돌려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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