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진 신임 대표이사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이 대표를 새 수장으로 선임한 데는 그가 클라우드사업 전문가라는 점이 주효했다. 이 대표는 카카오그룹에 합류하기 전부터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머신러닝 전문기업 엑슨투를 창업하는 등 20년 넘게 클라우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대표적 전문가로 꼽힌다.
이 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비용효율성을 높여 구조조정 작업을 완수하는 동시에 클라우드사업에서 성과를 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중책을 부여받았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설립 이래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1600억원 넘는 순손실을 내기에 이르렀다. 그룹 전사적으로 AI(인공지능), 엔터테인먼트사업 등에 신규 투자를 진행하느라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운데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구조조정을 비껴가지 못한 셈이다.
◇클라우드 전문가 이경진, 엔터프라이즈 차기 수장으로 18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따르면 17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클라우드부문장인 이경진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사실상 카카오가 이 부사장을 대표이사에 올린 것이나 다름없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가 지분 85.1%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고 2대 주주는 지분 8.21%를 보유한 KDB산업은행이다.
이 대표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신임 수장으로 선임된 데에는 그가 클라우드사업 분야에서 약 20년의 경력을 보유한 전문가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 대표는 1978년 8월생으로 한양대학교에서 전자컴퓨터공학으로 학사학위를 받았다. 2014년 클라우드 및 빅데이터 머신러닝 전문기업 엑슨투를 창업해 이끌었다. 2022년 1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엑슨투를 인수합병한 뒤에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클라우드사업을 총괄했다.
이 대표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기여한 바는 적지 않다. 그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합류한 뒤 클라우드부문장을 지내며 클라우드 개발과 전략, 인프라, 디지털 전환(DX) 등 총 4개 부문을 총괄했다.
그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처럼 완벽히 격리해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VPC(가상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 네트워크를 상호연결하는 데 사용하는 네트워크 전송허브인 TGW(Transit Gateway)와 멀티 AZ(가용영역) 개발을 주도했다.
더욱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앞으로 성장성과 투자가치가 높은 클라우드사업을 중심으로 사업과 조직 전체를 개편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가 취임 직전인 1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카카오 i 클라우드의 사업전략과 경쟁력을 소개하는 미디어 브리핑을 진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자리는 이 대표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차기 수장으로 결정된 직후 첫 공식행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카카오 i 클라우드의 목표가 ‘비욘드 더 클라우드(Beyond the Cloud)’라며 개발자가 더 쉽고 친숙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클라우드 분야의 글로벌 톱티어가 되는 것을 목표로 기술 고도화에 매진할 것”이라며 “카카오 i 클라우드를 개발자가 ‘카카오스럽게’ 손쉽고 친숙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강도 구조조정 ‘중책’, 수익성 개선 급선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가 교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상엽 전 대표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카카오 내 AI랩 조직이었을 때부터 최근까지 재임했다. 백 전 대표가 LG CNS 미래전략사업부장 사장을 지내며 시장과 산업, 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출범했을 당시 백 전 대표는 “카카오의 AI기술과 서비스 노하우를 기업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시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국내 대표 기업형 IT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시킬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외형이 빠르게 커졌지만 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1614억원의 순손실을 내기에 이르렀다. 매출이 1633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매출만큼 적자를 낸 셈이다. 추가 투자유치도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배경이다. 챗봇서비스, B2C 메시지 서비스, 업무 플랫폼, 물류 생태계 플랫폼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진행하며 사업을 다각화했지만 사실상 클라우드사업만 남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클라우드 외 사업부 구성원 1000여명은 카카오 자회사로 이동하거나 퇴사 수순을 밟게 됐다.
조직의 규모를 줄여 운영비를 아끼고 클라우드사업 중심으로 구조를 재편해 이익을 내는 회사로 체질을 바꾸려는 의도다. 이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16일 행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우선 과제는 수익성 강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