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시스템통합(SI)을 담당하는 계열사들은 실적 대부분이 내부일감에서 나오는 특징이 있다. 삼성SDS 역시 마찬가지다. 캡티브 물량에 기반해 안정적으로 성장한 '현금 부자'다. 다만 최근에는 4년 만의 인수합병(M&A)를 시작으로 영토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읽힌다. 최근 컨퍼런스콜에서도 이런 의지가 분명히 드러났다.
1분기 실적발표를 위한 삼성SDS 컨퍼런스콜에는 전략마케팅실장 이정헌 부사장, 클라우드서비스사업부장 구형준 부사장, 솔루션사업부장 송해구 부사장, 물류사업부장 오구일 부사장이 서원석 IR팀장과 함께 참석했다.
먼저 서원석 팀장이 전반적인 실적을 간략히 훑고 구형준 부사장과 오구일 부사장이 IT서비스와 물류사업의 성과 및 전망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컨콜이 이뤄졌다. 이후 진행된 Q&A(질의응답)에선 엠로 관련 질문이 어김없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최근 마무리한 M&A다.
NH투자증권 김동양 연구원은 "엠로 인수목적과 활용계획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엠로는 구매공급망관리(SRM) 전문기업으로 이 분야에선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SDS가 올 3월 지분 33.4%를 사들여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으며 인수금액은 약 1118억원이다.
답변은 송해구 부사장이 맡았다. 송 부사장은 "국내 기업용 솔루션사 중에서 독보적으로 신기술 기반 제품혁신을 실현해온 회사지만 국내시장에만 주력해 해외진출을 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며 "엠로를 글로벌향 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로 업그레이드해서 글로벌 직접구매 솔루션 시장의 SaaS 전환을 주도하고자 투자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SaaS 전환은 세계적 추세다. 우선 별도로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아도 클라우드 환경에서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전환 비용이 절감된다. 또 기간 단위로 계약을 하다 보니 환경 변화에 따라 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는 유연성도 장점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SaaS 시장 규모는 2021년 292조원에서 2024년 400조원까지 급증, SW(소프트웨어) 시장에서 SaaS 비중은 2025년 4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SDS 역시 이 같은 시장분석을 바탕으로 글로벌 SRM 시장에서 SaaS 분야는 연평균 14%의 고성장이 점쳐진다고 보고 있다. 또 송 부사장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해온 SAP사의 온프레미스(On-premise) 솔루션이 2027년 단종되기 때문에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며 "엠로 인수는 이런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매출처 다변화를 위한 노력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삼성SDS는 삼성 그룹의 IT 서비스를 전담하는 SI 전문기업이다. ITO(IT 아웃소싱)나 클라우드서비스 등 IT서비스 부문, 물류부문을 주요 축으로 하고 있다. 매출의 70% 이상이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나오는데 특히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다.
최근 팬데믹, 전쟁 등 공급망 단절을 촉발하는 이슈가 연달아 일어난 것은 삼성SDS가 외부고객을 확보할 기회라고도 볼 수 있다. 공급망 계획, 구매관리, 물류실행 등 SCM(공급망 관리)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관리 솔루션에 대한 시장 니즈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DS는 공급망 계획 솔루션과 물류실행 솔루션을 이미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 엠로의 구매관리 솔루션을 결합하면 통합관리 솔루션을 확보하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다시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 3월 정기주총에서 황성우 삼성SDS 대표가 "클라우드 사업을 진행하면서 추후 더 많은 투자가 예상되고, 지금도 지켜보고 있는 회사들이 있다"며 추가적 M&A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실탄은 충분해 보인다. 삼성SDS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조3000억원 안팎의 EBITDA(상각전영업이익)을 내면서 매년 플러스(+) 잉여현금(FCF)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5조295억원으로 총차입금 규모(8690억원)을 크게 웃돈다. 사실상 무차입 기조다. 다만 컨퍼런스콜에서 추가 인수합병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