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콜로 진행하는 기업설명회(IR)의 백미는 기업 관계자와 시장 관계자 사이에 오가는 질의응답(Q&A)이다. 투자자를 대변하는 시장의 관심이 무엇인지 드러나고 기업 입장에서 되도록 감추고 싶은 속살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자사 홈페이지에 IR 자료와 음성파일을 올릴 때 Q&A 부분만 제외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THE CFO가 IR의 백미 Q&A를 살펴본다.
KB금융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 기업설명회(IR)에서 자산 건전성을 강조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에 나선 것이다.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이 6682억원으로 다손 큰폭으로 증가했다. 이를 두고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이 집중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의 연관성에는 '관련 없다'며 선을 그었다.
충당금 이외에 KB손해보험(KB손보)에 대해서도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이 몰렸다. KB손보의 당기순이익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이자이익 의존도가 낮아지고 비이자이익 비중이 16%p 급증했기 때문이다. KB금융이 다시 '리딩뱅크' 타이틀을 가져오는 데 KB손보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충당금전입액 '6682억', 건전성 악화 우려에 선제 대응
KB금융은 27일 2023년 1분기 IR를 개최했다. 권봉중 IR총괄 전무가 이날 실적 발표 진행을 맡았다. 서영호 재무총괄 부사장이 KB금융의 1분기 실적에 대해 브리핑에 나섰다. 이날 IR에는 대손충당금과 KB손보에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이 쏠렸다. 질문자는 4명으로 통상 분기 실적 발표에 6~7명이 질문하는 것에 비교하면 다소 적은 수준이었다.
KB금융이 올해 1분기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으로 6682억원을 쌓으며 애널리스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작년 1분기 1458억원을 쌓은 것과 비교해 무려 358.3% 증가한 수치다. 세부적으로 △대손충당금 6439억원 △지급보증충당부채 226억원 △미사용약정충당부채 11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충당금을 6000억원 넘게 쌓게 된 배경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된 영향이다. 올 1분기 그룹 대손충당금전입비율(CCR)과 은행 CCR은 각각 0.63%와 0.4%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과 경기 하강 국면에 따른 건전성 악화 우려에 대비해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KB금융은 밝혔다.
KB금융의 설명에도 애널리스트의 추가 질문이 이어졌다.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충당금액이 많이 늘어났는데 이 중에 일회성 금액은 얼마고 크레딧 코스트 전망은 어느 정도인지 가이던스를 부탁한다"고 질문했다.
서 부사장은 "일회성 충당금으로 3200억원을 은행 부분을 통해 쌓았고, 이 때문에 1분기 중에 크레딧 코스트가 대폭 올라갔다"며 "크레딧 코스트 가이던스는 올해 2~4분기 등락을 반복하다가 내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 쪽에 적립한 3200억원의 충당금과 관련해 상세한 설명을 부탁한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대응성 충당금인지 부동산 PF 관련된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서 부사장은 "3200억원은 코로나19 경기 대응에 대한 충당금으로 부동산 PF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나머지 3000억원대 충당금은 고정이하여신(NPL)이 늘어난 데 따른 경상적인 충당금 적립"이라고 덧붙였다.
JP모건에서도 PF론의 익스포저와 하반기 관리 방안에 대한 추가 질의가 이어지자 이번에는 서 부사장이 아닌 최철수 리스크관리총괄(CRO) 부사장이 등판했다. 부동산 PF에 대한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설명에 공들인 모습이다.
최 부사장은 "PF 자체 익스포저는 11조원으로 PF 자체에 대해 개별적인 충당금을 쌓은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수준에서 적립했다"며 "PF 대출이 금융권의 큰 화두로 떠올랐는데 각 계열사에서 개별 사업장 수준에서 대응 중이고 대주단 협약이나 시장 연착륙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상황이 나아지는 속도가 더디다면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B손보, 순익 증가율 25.7%…호실적에 반가운 시장의 관심
이날 IR에서는 대손충당금만큼이나 KB손보에 애널리스트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KB손보가 전년 동기 대비 25.7% 증가한 25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KB금융은 그룹 순이익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41% 수준까지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자이익 기여도 역시 64%로 크게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KB손보의 깜짝 호실적 덕분에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이 뒤따랐다.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KB손보와 관련해 지난해 CSM 무브먼트가 궁금하다"며 "올해 1분기 신계약 규모와 신계약 중에서 운전자보험, 자녀보험 등 개별 CSM에 대해 답변해달라"고 말했다.
오병주 보험총괄 상무가 답변을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그간 KB금융 IR에서 질의응답은 은행 실적이나 리스크 관리에 집중돼 오 상무가 답변에 나설 기회가 적었다. 올해 KB손보가 안정적인 수익성을 기록하며 오 상무도 보험 부문에 대해 시장에 설명할 기회를 얻었다.
오 상무는 "KB손보는 지난 3년 동안 인보험 중심으로 고수익 전략을 펼쳐오며 시장 지위가 확대됐다"며 "CSM 규모가 지속 확대돼 작년 말 7조9450억원 수준에서 올해 1분기 8조1900억원으로 확대돼 경영 계획 이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또 "타사와의 경쟁 관점에서 수익률이 높은 자녀보험을 신계약으로 공급하면서 1분기에도 괄목할 만한 시장 지위를 달성했다"며 "CSM 전환율은 자동차보험 18%, 자녀보험 2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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