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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자본재분배 성적표

대규모 증자 아이언그레이, 기대 효과는

[세아홀딩스]④증자투입액 4년간 3450억…자본이익 수취·신사업 발굴

이민호 기자  2023-05-02 14:58:17

편집자주

지주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자본재분배다. 지주사는 재무건전성 우위 계열사로부터 배당수익과 상표권사용수익 등을 수취해 이를 재원으로 유상증자나 사채인수 등 방법으로 열위 계열사를 지원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무리한 자본재분배는 우위 계열사까지 망가뜨리고 지주사의 재무건전성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THE CFO가 각 그룹 지주사의 자본재분배 형태와 이에 따른 재무지표상 변화를 점검해본다.
최근 수년간 세아홀딩스가 가장 많은 유상증자 자금을 투입한 자회사는 아이언그레이다. 2019년부터 누적 3450억원을 투입하면서 투자지분 가치가 핵심 자회사 세아베스틸지주를 앞질렀다.

아이언그레이는 국내외 벤처펀드와 사모투자펀드(PEF)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세아홀딩스 계열 사업영역이 특수강에 치우친 만큼 자본이익을 수취하면서 신사업도 발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19년부터 누적증자액 3450억…자본이익 수취·신사업 발굴

세아홀딩스는 2012년 11월 도시가스 판매 자회사 강남도시가스를 매각하면서 부동산임대와 투자 등 비가스사업부문을 인적분할로 떼어내 세아에셋인베스트를 설립했다. 애초 세아홀딩스는 강남도시가스 지분을 65%만 보유하고 있었지만 매각 직전 잔여지분 35%를 사들였기 때문에 세아에셋인베스트도 세아홀딩스의 완전자회사가 됐다.


1년 이후인 2013년 12월 세아홀딩스는 세아에셋인베스트에 광산업 중심 투자를 담당하던 완전자회사 세아알앤아이를 흡수합병시키면서 세아에셋인베스트 사명을 세아알앤아이로 바꿨다. 이런 합병구조를 취한 것은 기존 세아알앤아이가 당기순손실 누적으로 자본총계가 감소하는 등 재무적으로 열위에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아홀딩스는 기존 세아알앤아이에도 꾸준히 유상증자 자금을 투입해왔다. 2011년 10월 현금출자 70억원과 12월 현물출자 93억원, 2012년 6월 현금출자 20억원이 대표적이다. 자본확충과 더불어 광산업 관련 해외기업 지분투자를 위해서였다.

합병 이후의 세아알앤아이는 기존에 광산업에 치우쳤던 투자범위를 다양한 산업과 비히클로 확장했다. 특히 기업주식 직접투자보다는 국내외 벤처펀드나 PEF에 대한 간접투자(LP)가 중심이 됐다. 2020년 8월 세아알앤아이의 사명은 아이언그레이로 변경됐다.

2013년 12월 합병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세아홀딩스의 아이언그레이에 대한 자금투입은 2019년 재개됐다. 세아홀딩스가 2019년부터 지난달까지 아이언그레이 유상증자에 투입한 누적금액은 3450억원에 이른다. 합병 이전보다 투입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같은 기간 핵심 자회사 세아베스틸지주에 유상증자 자금투입이 한 건도 없었던 것과 대비된다.

벤처펀드나 PEF에 투자하면 향후 자본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다 세아홀딩스 계열의 사업영역이 특수강에 치우친 만큼 신사업 발굴을 통한 사업다각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세아홀딩스 전체 종속기업 투자지분 가치(장부금액 기준)에서 아이언그레이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유상증자 재개 직전인 2018년말 세아홀딩스가 평가한 아이언그레이 투자지분은 1067억원으로 전체 종속기업 투자지분(8712억원)의 12.2%였다. 하지만 2019년 총액 800억원과 2020년 650억원 유상증자를 거치며 2020년말 아이언그레이 투자지분은 2517억원으로 확대됐고 전체 종속기업 투자지분(9719억원)에서의 비중도 25.9%로 높아졌다.

지난해 2000억원 유상증자로 지난해말 아이언그레이 투자지분은 4517억원에 이르렀다. 전체 종속기업 투자지분(1조426억원)의 43.3%로 치솟았다. 종속기업 투자지분 중 상위 1위에 해당한다. 그룹 핵심 계열사 세아베스틸을 산하에 둔 자회사(지분율 61.72%) 세아베스틸지주의 투자지분(4082억원)보다도 많은 것이다. 그동안 세아홀딩스가 손상차손으로 인식한 아이언그레이 투자지분은 없으므로 유상증자 자금은 온전히 투자지분 가치에 더해졌다.

아이언그레이는 세아홀딩스로부터의 유상증자 자금 외에도 회사채 발행 중심으로 일부 투자자금을 자체조달하고 있다. 지난해말 회사채 미상환잔액은 430억원으로 모두 2021년 11월 발행분이다.

◇비주력자회사 매각대금 아이언그레이로 투입…국내외 공격투자

세아홀딩스는 비주력 자회사를 정리해 마련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아이언그레이로 흘려보냈다. 세아홀딩스는 2019년 1월 300억원에 이어 11월에도 500억원을 아이언그레이에 투입했는데 그 사이 9월 완전자회사였던 세아메탈 지분전량을 또다른 자회사(지분율 68.70%) 세아특수강에 매각하면서 손에 쥔 387억원이 주요 재원이 됐다.


아이언그레이는 세아홀딩스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은 직후 지분투자에 나서는 패턴을 보였다. 2019년 1월 300억원 유상증자 이후 9월 Hermes GPE PEC IV에 182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11월 500억원 유상증자 이후에는 12월 NEPTUNE PARTNERS에 174억원을, 2020년 11월 ICEBERG IRONGREY 410 TENTH에 222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아이언그레이가 지난해 2월 어펄마캐피탈 PEF의 특수목적법인(SPC) 아라미스홀딩스에 출자한 347억원도 세아홀딩스의 자회사 매각대금이 근간이 됐다. 앞서 세아홀딩스는 완전자회사 세아에프에스와 S&G홀딩스 지분전량을 아라미스홀딩스에 매각하면서 각각 655억원과 169억원을 벌어들였다.

세아홀딩스가 이 매각자금이 바탕이 된 2000억원을 아이언그레이에 유상증자로 투입했고 아이언그레이는 이중 347억원으로 아라미스홀딩스 지분 30%를 확보했다. 이어 세아홀딩스는 세아에프에스에 세아에삽 지분 50% 전량을 531억원에 매각하면서 유상증자로 유출된 자금을 채워넣었다. 세아홀딩스가 이들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어펄마캐피탈에 내주고 현금을 손에 쥐는 대신 아이언그레이를 통해 일부 재투자해 영향력을 이어가는 형태다.

지난해말 기준 아이언그레이의 투자지분 가치는 관계기업(902억원), 공동기업(64억원), 종속기업(731억원)을 합친 1697억원이다. 여기에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2866억원)으로 분류되는 채무상품(127억원)을 제외한 출자금 2739억원과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739억원)으로 분류되는 상장주식 37억원과 비상장주식 703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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