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자산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순자산가치보다 웃돈을 얹어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업권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는 추세다. 또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손상검사는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영업권 현황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분석해본다.
화장품 ODM 업체 한국콜마가 지난해 자회사 편입을 마친 화장품 용기업체 연우의 손상차손을 인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매출 감소 등 여파로 영업이익이 96% 감소하는 등 현금창출능력이 크게 나빠졌지만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중국의 도시 봉쇄 해제와 리오프닝 본격화로 경영 환경이 개선된 만큼 예년 수준으로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4월 화장품 사업 밸류체인 강화를 위해 연우 지분을 인수하고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기중현 연우 대표와 배우자 김여옥 씨 등으로부터 연우 지분 55%를 2814억원에 매수했다.
2022년 3분기 한국콜마가 인식한 연우의 장부상 영업권은 1059억원이었다. 주당 가격을 4만1266원으로 책정한 것을 역산하면 인수금액의 37%를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반영한 것으로 계산된다. 통상 40% 정도를 프리미엄으로 여기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인수가는 적정 수준으로 평가됐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연우에 대한 손상차손 리스크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연우의 실적이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자금회수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연우는 지난해 전년대비 18.25% 감소한 234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3억원에 불과했는데 이는 전년 299억원 대비 95.65% 감소한 수치다. 3분기 마이너스(-) 48억원으로 적자 전환하는 듯 했지만 4분기에서 어느정도 실적을 회복해 흑자는 유지할 수 있었다.
연우의 현금창출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건 중국 시장 영향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봉쇄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로 인해 중국 시장은 소비심리 위축을 피할 수 없었고 화장품 판매량은 크게 쪼그라들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주요 고객의 매출 감소는 곧바로 연우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게다가 재고조정비용, 마스크사업 청산 등 손실까지 겹쳐 영업이익 감소폭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콜마는 지난해 말 연우의 영업권을 1059억원으로 유지하며 손상차손을 인식하지 않았다. 지난해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미래 현금창출 능력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난해 모회사인 한국콜마 순이익 지표가 나빠져 손상차손 인식을 미뤘다는 분석도 있다. 영업권 손상차손이 발생하게 되면 회계상 영업외비용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모회사의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해 한국콜마가 41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 상황에서 연우에 대한 손상차손까지 반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이다.
한국콜마도 실적 악화에 따라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액수를 어느정도 추산해뒀다. 올해 매출액성장률 15.49%, 영업이익률 9.27%, 할인율 9.27%, 명목 영구성장률 1.0%를 각각 가정치로 잡아놨다. 할인율이 1.0% 상승하면 607억원의 영업권 손상차손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구성장율이 0.5% 하락할 경우 310억원의 손상차손이 불거질 전망이다.
한국콜마는 중국이 엔데믹 국면으로 전환해 올해 리오프닝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우가 충분히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북미, 유럽 등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는 등 글로벌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어서 현금창출능력을 곧바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고객사들의 실적 회복이 기대되고 있고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국내외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연우의 체력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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