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연금공단이 KB금융지주의 이사 퇴직금 규정안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사회에서 상임이사의 퇴직금을 책정하면 주주권익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금융당국의 은행권 시스템 개선 방향에 발맞춘 KB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는 지적이다. 물론 구체적이지 않은 '특별퇴직금' 기준은 옥에 티라는 의견도 나온다.
◇상임이사 퇴직금 제도 우려하는 사학연금KB금융지주는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이사 퇴직금 규정을 제정하고 승인 받았다. 동시에 정관을 개정해 이사회가 결의한 퇴직금 지급안을 주주총회에서 한 번 더 들여다 볼 수 있는 근거규정을 신설했다.
이같은 제도 변화는 금융당국의 은행권 경영 쇄신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의 경영 개선을 위해 6대 과제를 선정했다. 여기에는 성과급과 퇴직금 등 보수 체계에 대한 점검이 포함돼 있다. 올해 상반기 내로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고 밝힌 상태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이사 퇴직금 규정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사외이사로 구성된 평가보상위원회는 작년 9월 처음으로 상임이사에 대한 퇴직금 규정 제정안을 점검하고 12월에 한 차례 더 확인했다. 이를 통해 이사회는 올해 2월 이사 퇴직금 규정 제정안을 주총 안건에 상정하기로 결의했다.
사학연금의 경우 KB금융지주의 이사 퇴직금 규정 신설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는 사학연금의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상 반대표 기준에 부합하진 않는다. 반대 의결권 기준은 △경영성과 대비 과도한 퇴직금 △사외이사에게 퇴직 혜택 제공 △주총 안건 사전공시일 5영업일 미만 등이 있다.
사학연금은 퇴직금 지급과 유보를 이사회 결의로 정하면 주주권익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기관투자자 가운데 동일한 의안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공무원연금공단,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은 찬성표를 던졌다.
◇'퇴직금 지급 특례 조항'에 주목했나KB금융지주는 상임이사의 퇴직금 지급 조건과 금액을 구체화하면서 이사회가 권한을 남용할 가능성은 차단했다. 특히 이사회에서 책정한 퇴직금은 주주총회 결의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주주이익에 반한다는 평가는 KB금융지주로선 아쉬울 수 있다.
사학연금은 KB금융지주의 퇴직금 지급 특례 조항에 주목했을 개연성이 있다. 이번에 신설된 퇴직금 규정 제6조의 6항에 따르면 '특별한 공로'가 있는 이사의 경우에는 퇴직금과 별도로 주주총회에서 결의한 금액을 추가로 지급할 수 있다. 마침 올해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 마지막해이기도 하다. 윤 회장은 2014년부터 9년째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다른 퇴직금 조건과 비교하면 '특별퇴직금'은 금액 산출 방식이나 공로의 기준 등을 정의하지 않고 있다. 반면 업무상 부상이나 질병 등으로 퇴직할 경우 기본급의 12 분의 3 지급과 같이 기준을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중대한 과실로 퇴임할 경우에는 퇴직금을 절반까지 감액할 수 있다는 근거 조항도 만들었다.
국내 4내 금융지주 가운데 신한금융지주를 제외한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은 정관에 이사 퇴직금과 관련한 근거규정을 구축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김정태 전 회장에게 특별공로금을 지급한 이력이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2013년에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임원 퇴직금 규정을 제정했다. KB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특례 조항을 두고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임원에 대해 별도로 가산한 금액을 주주총회에서 결의할 수 있다'고 기재해 뒀다.
지난해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는 김 전 회장의 특별공로금을 50억원으로 책정하고 이를 주주총회 의안으로 부의했다. 특별 퇴직금의 책정 기준을 밝히지 만큼 이를 평가하는 의견도 찬반으로 나뉘었다.
당시 주총에서는 총 43곳의 기관 가운데 13곳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찬성표가 많아 해당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50억원이 과다하다는 의견과 함께 김 전 회장이 재임한 10년 동안 자산과 시가총액 증가 수준을 감안했을 때 적절한 보상이라는 의견도 상당수였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승인받은 특별공로금 50억원 가운데 25억원을 김 전 회장에게 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