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감사위원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과거 외부감사인에게 자문 업무를 맡기면서 감사비용을 초과하는 보수를 지급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러한 보수 체계는 외부감사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SK바이오사이언스 감사위원은 다소 억울할 수 있다. 감사위원은 외부감사인을 선정할 권한이 있으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문제 삼은 시점은 상황이 달랐다.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면서 관련 법령에 따라 지정감사를 받던 시기다. 권한 밖의 일에 대해 책임을 물은 상황이다.
◇감사위원 2인 반대표, 지정감사 간과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됐던 감사위원 두 사람의 유임을 결정했다. 문창진 사외이사, 최정욱 사외이사 2인이 이에 해당된다.
14일 기준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관투자자 가운데 의결권 행사 내역을 공개한 곳은 국민연금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꼽힌다. 감사위원 선임안에 대해 국민연금은 찬성했으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반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20년 외부감사인에게 지급한 비감사용역 보수에 주목한 모습이다. 그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삼일회계법인에서 감사를 받았다. 당시 외부감사 비용 1억5600만원, 세무 관련한 자문 비용으로 2억6500만원을 삼일회계법인에 지급했다.
이 지점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해상충 가능성을 언급했다. 비감사용역에 대한 보수가 감사보수를 초과하면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위원은 회계감사가 독립적이고 충실하게 이루어지도록 여러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특히 외부감사인을 선정할 권한도 갖고 있다. 따라서 독립성 문제가 잠재된 계약을 체결한 문창진, 최정욱 감사위원 두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평가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내부감사 등 직무를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의견도 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한 가지 놓친 점이 눈길을 끈다. 2020년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던 시기다. IPO 작업의 첫 단계는 외부감사법에 따라 금융감독원에서 지정해주는 감사인을 선임하는 일이다. 그해 9월 지정감사인으로 삼일회계법인이 배정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에서 외부감사인을 선정한 것이 아니었다.
◇사외이사 선임 시기도 감사인 지정 이후감사위원 두 사람이 이사로 선임된 시기 역시 지정감사인이 확정된 이후였다. 문창진, 최정욱 사외이사는 모두 2020년 10월29일에 감사위원 임기를 시작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적한 삼일회계법인과의 비감사용역 계약도 감사위원들이 선임된 시점보다 일주일가량 앞서 진행됐다. 당시 SK바이오사이언스 경영 상황을 고려하면 세무자문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상황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한 시기다. 그 결과 2020년 별도기준 매출액은 2256억원으로 전년 대비 23%나 증가하며 창사 이래 최대 경영 실적을 달성했다.
CMO 수주 잔고를 고려했을 때 외형 성장이 지속될 개연성이 존재했다. 매출 규모가 늘어날수록 법인세율이 달라지는 만큼 세무조정에 대한 자문을 외부감사인에게 맡긴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2021년 매출액은 9000억원대로 점프하면서 손익계산서에 법인세로 회계처리한 금액은 1160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사업연도 법인세가 44억원이던 점을 감안하면 26배가량 늘어났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감사위원의 독립성 우려는 근거가 미흡한 측면이 있다. 감사위원 선임안을 제외한 다른 의안에 대해서는 모두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