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기관투자자 표심 분석

신한지주, 주총 소집권 범위 확대…연기금 '경계'

4대 금융지주 중 유일, 이사회 기능 약화 우려…일부 이사 선임안도 반대

심아란 기자  2023-04-07 16:53:16

편집자주

2018년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적극적 의결권 행사 원칙)'를 도입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개인들의 주식 투자까지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변하는 기관투자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상황이 바뀌자 주주총회 현장은 과거와 다른 긴장감이 흐른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안이 안건으로 상정되면 시장의 관심은 기관투자자들의 선택에 쏠린다.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어깨도 덩달아 무거워진 상황. THE CFO가 주요 주총 안건에 대한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의 표심과 그 결과를 리뷰한다.
신한금융지주가 정관을 변경해 주주총회 소집권자 범위를 넓혔다. 국내 4대 금융지주 회사 가운데 유일한 행보다. 이를 두고 국내 연기금은 경계하는 시선을 보냈다. 이사회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에 주목한 모습이다. 일부 이사 선임안에 대해서도 기업가치 훼손 이력 등을 문제 삼으며 반대표를 행사했다.

◇사학연금, 정관 변경안 이사회 기능 약화 우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 정관 변경 안건을 부의하고 승인을 받았다. 개정된 정관에 따르면 주주총회 소집권자가 새롭게 정의됐다. 주주총회 소집권한을 갖고 있는 대표이사 회장이 부재할 경우 이사회가 정한 '사람'에게 직권을 위임할 수 있다는 근거규정을 신설했다. 기존에는 '이사회가 정한 이사'로 한정된 상태였다.

국내 4내 금융지주 가운데 신한금융지주를 제외한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3곳과도 차이를 보인다. 이들 3개 금융지주는 주주총회 소집권자가 부재할 경우 이사회가 정한 순위에 따르거나 직접 정하는 등 '이사'에게만 관련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사학연금은 신한금융지주의 정관 변경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2019~2021년 사이에도 매년 주총 의안에 포함된 정관 변경안이 이번에 처음 반대표를 받았다. 사학연금은 이사회의 권한을 위임할 경우 이사회 기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사학연금은 이사회 내 위원회 관련 내용도 이사회 기능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진 않았다. 신한금융지주는 정관에 이사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위원회를 임의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는 KB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 정관에도 있는 내용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위원회 설치근거 내용을 정비하면 사회적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이사회 운영 효율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학연금과 달리 신한금융지주의 1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정관 변경 안건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 신한금융지주의 주식 7.69%를 보유하고 있다.

◇진옥동 회장 등 3인 반대표, 기업가치 훼손 이력 부각

사학연금과 국민연금은 신한금융지주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두 연기금은 나란히 △진옥동 회장 사내이사 신규 선임 △성재호 사외이사 재선임 △이윤재 사외이사 재선임 등 세 가지 의안을 반대했다. 진 회장은 기업가치를 훼손한 이력이 있고 사외이사 2인은 감시 의무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진 회장의 기업가치 훼손 이력은 신한은행 재직 당시 발생한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사태가 언급된다. 해당 사건으로 금융감독원은 진 회장에게 '주의적 경고' 조치를 내렸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임원 결격사유는 아니어도 은행 최고경영자였던 진 회장이 관리감독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슈다.


진 회장은 작년 말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됐다. 2019년부터 4년간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는 동시에 신한금융지주 기타비상무이사였다. 2021년에 기타비상무이사 재선임 당시에는 라임펀드 이슈로 공무원연금공단, 베어링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이 반대하기도 했다. 다만 찬성표가 앞서 임기 연장에 성공했다.

사외이사 2인에 대한 연기금의 우려 섞인 시선도 진 회장 이슈와 맞닿아 있다. 성재호 사외이사와 이윤재 사외이사 두 사람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속해 있으며 성 사외이사는 위원장이다.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있는 진 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한 만큼 주주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가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