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은 배달 중개 플랫폼에 안주하지 않고 새 수익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분사(스핀오프)'와 '인수'라는 양면책을 구사했다. 올해 초 서빙로봇 사업부를 물적분할하면서 독립법인 비로보틱스가 출범한 건 스핀오프(spin-off) 사례다.
지분을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하는 전략도 활발히 이행했다. 170억원을 들여 인수한 푸드테크는 성과를 냈다. 배달중개 플랫폼 개발역량을 앞세워 순이익을 실현하는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수직계열화 채택, '개발→상용화' 사내조직 독립우아한형제들은 일찌감치 '수직계열화' 노선을 채택했다. 음식 배송 중개 플랫폼 '배달의민족'과 연관성이 밀접한 분야로 진출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특히 서빙로봇 사업은 외식 점포의 비용 감축과 메뉴 판매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만큼 성장할 가능성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7년 별도의 사업부를 발족해 고려대 연구진과 손잡고 운반용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2018년에는 식당을 타깃으로 서빙로봇을 보급하는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200만달러(21억원)를 투자했다.
자체 개발한 서빙로봇이 검증 단계를 넘어 상용화 국면으로 접어들자 사내 조직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사업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도모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물적분할을 계기로 사업부가 독립 기업으로 변모하면 외부 기관에서 투자금을 조달하는 게 한층 용이해지는 이점도 주목했다.
우아한형제들 이사회는 2022년 12월에 서빙로봇 사업부를 떼내 법인으로 발족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올해 2월 자회사 '비로보틱스'가 출범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비로보틱스는 음식을 운반하는 자율주행 로봇을 식당에 공급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단순히 일회성 판매에 그치지 않고 렌탈 방식으로 지속적인 제품 임대료를 얻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소모품 구매, 유지·보수 등 부가 수익 창출까지 염두에 뒀다.
◇푸드테크·우아한신선들, '희비' 엇갈린 결과내부 조직을 키워 스핀오프(분사)하는 방안에 국한하지 않고 외부 기업을 인수하는 움직임도 병행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170억원을 투자한 '푸드테크'다. 외식 매장을 대상으로 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POS)을 공급하는 데 특화된 스타트업이다.
우아한형제들은 2017년에 120억원을 들여 푸드테크에 투자하면서 58.3%의 주식을 확보했다. 여세를 몰아 2018년에 50억원을 추가로 집행했다. 보유 지분율을 86.6%까지 끌어올렸다.
푸드테크는 배달 주문을 외식 점주와 연결해주는 모바일 플랫폼 제작 역량까지 갖췄다. 범용성이 뚜렷한 만큼 배달의민족 앱 외에도 요기요, 쿠팡이츠, 네이버 등으로 판로를 넓혔다. 고객사 확대에 힘입어 2019년 85억원이던 영업수익(매출)은 △2020년 149억원 △2022년 235억원까지 불어났다. 순손익 역시 2020년을 기점으로 흑자로 돌아섰고 지난해 36억원의 순이익을 실현했다.
우아한형제들의 인수 전략이 항상 성취를 거뒀던 건 아니다. 새벽 배송 사업을 전담하던 '우아한신선들'이 문닫으면서 좌절을 겪기도 했다. 우아한신선들의 전신은 '덤앤더머스'로 자체 차량과 인력을 활용해 신선식품을 배달하던 업체였다.
2015년에 우아한형제들이 115억원을 투입해 우아한신선들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우아한신선들은 반찬 새벽배송 서비스 '배민찬'을 선보였다. 우아한형제들은 사업에 탄력을 주는 취지에서 유동성을 추가 지원했다. 2016년 65억원, 2017년 150억원을 잇달아 집행하면서 누적 투자액은 330억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배민찬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물류 부담으로 매출에서 변동비를 제외한 공헌이익이 줄었다. 우아한신선들은 상품 판매가 인상으로 대응했지만 고객 이탈을 초래했다. 납품 협력사들이 온라인 주문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우아한신선들은 경쟁 열위를 극복하지 못하고 2018년에 영업을 종료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해 우아한형제들은 우아한신선들에 대한 투자금 330억원 전액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