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플랫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막대한 이익 실현에 힘입어 8000억원에 가까운 유동성을 확보했다. 풍부한 실탄을 토대로 우아한형제들이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에 자금을 조력하는 창구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작년 말에 주식발행초과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했는데 배당 방식으로 모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메자닌 발행에 나서는 등 자금 조달 필요성이 커진 국면이라 눈길을 끈다. 우아한형제들은 단순히 '재무건전성 확립' 취지에서 이익잉여금 전환 조치를 단행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결손금 해소, 이익잉여금 '4487억' 계상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2월에 임시주주총회를 열었다.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확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안건이 가결되면서 기타불입자본에서 5333억원을 빼내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했다. 2021년 말에는 결손금이 마이너스(-) 3626억원 잡혔지만 작년 말에는 이익잉여금 4487억원을 계상했다.
그동안 우아한형제들의 자본 구조를 살피면 자본총계보다 주식발행초과금이 더 많았다. 특히 2018년에 힐하우스캐피탈, 세쿼이아캐피탈,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부터 36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주식발행초과금이 2800억원대로 늘었다. 이후에도 자본잉여금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
2021년 말 자본총계는 802억원이었으나 주식발행초과금은 2810억원을 기록했다. 이익잉여금 전환을 계기로 지난해 말 주식발행초과금은 83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대신 자본총계는 6509억원으로 1년 만에 8배 넘게 불어났다.
자연스레 배당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이익 배당'을 명시한 상법에 단서가 드러난다. 462조에 따르면 결산기 순자산(자본총계)에서 △자본금 △자본준비금 △이익준비금 △미실현이익 등을 제외한 금액을 한도로 정해 이익 배당을 실시할 수 있다. 주식발행초과금은 대표적인 자본준비금이다.
주주 지분율을 감안하면 모회사가 대부분의 배당을 가져가게 된다. 2022년 말 기준 우아한형제들의 최대주주는 '우아DH아시아'로 보유 지분율이 89.4%다. 2021년에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합작 기업이다.
우아DH아시아의 소유 구조를 살피면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DH아시아 주식의 50%인 100만1주를 보유 중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은 지분 45%(89만9999주)를 가졌다. 딜리버리히어로에서 우아한형제들로 내려오는 지배구조를 형성하는 데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회사인 셈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재무건전성을 확립하는 차원에서 주식발행초과금 일부를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했다"며 "배당 계획·규모는 대외비로 판단하는 만큼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딜리버리히어로 지급 비용 급증계열사인 우아한형제들을 활용해 딜리버리히어로가 실탄을 끌어다 쓸 여지는 충분하다. 우아한형제들의 여유 자금이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금성자산, 단기투자자산, 기타금융자산 등을 더한 유동성이 7910억원을 기록한 대목이 방증한다. 2021년 말(4295억원)과 견줘보면 1년새 84%가량 증가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레버리지 대응 등을 감안하면 자금 조달이 계속 필요하다는 점도 우아한형제들을 활용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올해 2월에 딜리버리히어로는 10억유로(1조4359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 2024년과 2025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메자닌 상환에 대응키 위해서다.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자금 거래 내역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에 건네준 금액은 △2021년 3000만원 △2022년 2억원에 그쳤다. 서비스매출, 기타매출, 임대료수익 등으로 인식했다.
반면 우아한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에 지급한 비용은 급증했다. 지급수수료, 외주용역비 등의 명목으로 줬다. 2021년 2억7000만원으로 집계됐으나 작년에는 291억원으로 100배 넘게 불어났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2022년부터 딜리버리히어로 그룹의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서버 사용 통합계약에 자사 계정을 추가하면서 딜리버리히어로에 지급한 비용이 증가했다"며 "자사가 직접 AWS와 계약을 체결하던 종래와 달리 클라우드 서버 이용료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