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플랫폼으로 내수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쌓은 우아한형제들은 곳간이 넉넉한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작년 말 여유 자금이 8000억원에 육박했다. 본업에 국한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을 탐색할 기반이 탄탄한 상황이다.
3년새 500억원에서 5000억원 수준까지 급격히 늘어난 '영업활동 현금흐름(OCF)'이 유동성 확충의 촉매로 작용했다. 주문 중개에 방점을 찍은 사업 모델의 안정성과 맞물려 경영진의 수익성 개선책도 조화를 이룬 덕분이다. 배달 수수료 부과 방식을 개편하고 상거래 부문의 재고 부담을 축소하는 노력을 병행했다.
◇영업손실 탈피, 이익률 14% '반전'우아한형제들은 음식 배달 서비스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플랫폼 '배달의민족' 운영에 주력하는 유니콘 기업이다. 업력이 쌓이면서 회사 외형도 커졌지만 경영진 가운데서는 시장의 팽창 한계를 감안하면 단일 사업에 의존하는 위험을 우려하는 의견이 확산됐다. 자연스레 신규 수익원을 탐색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2018년에 신선식품이나 생활용품을 즉시 배송하는 B마트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첫 발을 뗐다. 식당을 겨냥해 자율주행 서빙 로봇을 보급하는 사업도 전개했다. 2019년 하반기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된 이래 우아한형제들은 베트남 등으로 진출하는 노력도 병행했다.
성장 잠재력이 뛰어난 사업을 발굴하는 기조를 계속 이어가는 취지에서 여유 자금 축적이 필수였다. 현금성자산, 단기투자자산, 기타금융자산 등을 더한 유동성은 대폭 불어났다. 2019년 말 2623억원이던 곳간은 △2020년 말 3010억원 △2021년 말 4295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에는 791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1년새 84% 넘게 늘어난 금액이다.
유동성을 확충한 비결은 '배달 중개' 본업이 갖춘 여윳돈 창출 능력에서 찾을 수 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OCF)의 우상향이 방증한다. 2019년 512억원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 4709억원까지 확대됐다. 3년 만에 9배 넘게 불어났다. 지난해에는 OCF가 투자활동(-1356억원)과 재무활동(-218억원)의 순유출을 상쇄하며 현금성자산을 3135억원 늘렸다.
2019년부터 3년 연속으로 이어진 손실에서 벗어난 대목도 돋보였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영업이익 424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2조9471억원)의 14.4% 규모로 창사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순이익 역시 2758억원을 실현하며 유동성 보강의 기반을 다졌다.
◇배달 프로모션 종료, 상품확보 '직매입' 중단조치우아한형제들의 사세 확장을 견인한 원동력은 '서비스매출'이다. 연간 영업수익(매출)의 80%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음식 주문을 중개하면서 얻는 수수료 △식당 정보를 배달의민족 플랫폼에 노출하면서 확보한 대가 △간편결제 서비스를 매개로 가맹점에서 거둬들이는 수수료 등이 속한다. 지난해 서비스매출은 2조4234억원으로 2021년 1조5743억원과 견줘보면 53.9%나 증가했다.
경영진이 내놓은 수익성 개선책이 주효했다. 작년 상반기에 '배민1'을 둘러싼 프로모션을 중단한 조치가 대표적이다. 점포가 부담하는 주문 중개 수수료와 소비자들이 내는 배달비를 금전적으로 지원해주던 조치를 종료했다.
배민1의 중개 수수료를 걷는 방식도 바꿨다. 음식 주문 1건당 1000원씩 받던 정액제 대신 메뉴 가격의 6.8%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취하는 정률제를 채택했다. 한 건당 받던 배달비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렸다.
커머스(상거래) 부문에도 손질을 가했다. '배민상회'의 상품 수급 체계를 바꾼 사례가 돋보였다. 배민상회는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식자재를 유통하는 온라인몰로 2020년에 론칭했다. 당초 우아한형제들이 바로 상품을 사들이는 '직매입'을 구사했으나 지난해 판매자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오픈마켓'으로 전환했다. 재고 관리의 부담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상품 공급 방식의 변화는 재고자산평가손실의 축소로 이어졌다. 배민상회 사업이 궤도에 오른 2021년에 우아한형제들의 재고자산평가손실은 28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직매입 중단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손실 규모가 4억원으로 대폭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