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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자본재분배 성적표

'배당 모범생' 두산밥캣, 현금흐름 지원군 부상

[두산에너빌리티]①재무개선 완료에 자본재분배 본격화

이민호 기자  2023-04-0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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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자본재분배다. 지주사는 재무건전성 우위 계열사로부터 배당수익과 상표권사용수익 등을 수취해 이를 재원으로 유상증자나 사채인수 등 방법으로 열위 계열사를 지원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무리한 자본재분배는 우위 계열사까지 망가뜨리고 지주사의 재무건전성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THE CFO가 각 그룹 지주사의 자본재분배 형태와 이에 따른 재무지표상 변화를 점검해본다.
두산그룹 중간지주사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가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자회사 자본재분배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여건을 마련했다.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자회사화한 두산밥캣이 그 중심이 될 전망이다.

두산밥캣은 우수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배당기여도를 높이고 있다. 향후 추가적인 배당확대도 기대돼 두산에너빌리티 자본재분배의 주요 재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작업 마무리…두산그룹 핵심 중간지주사 탈바꿈

2001년 3월 두산그룹에 편입된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집중해야 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경영실적이 악화하자 2020년 상반기에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총액 3조원의 긴급운영자금을 지원받았다. 당시 채권단과 두산그룹간 채결한 재무구조 개선약정에 따라 유상증자와 계열사 투자지분 처분,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이 뒤따랐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재무구조 개선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중간지주사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지속했다. 앞서 2018년 6월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분 42.7%를 보유하고 있던 두산엔진(현 HSD엔진)을 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에 매각하면서 투자사업부문만 따로 떼어내 흡수합병했다. 2020년 2월에는 그룹 지주사 ㈜두산이 보유하고 있던 2382억원 규모 두산메카텍 지분 100%를 두산에너빌리티가 현물출자받았다.

2020년 3월 두산에너빌리티가 88.9%를 보유하고 있던 두산건설의 잔여지분(11.1%)을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으로 교환하면서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2020년 12월 두산에너빌리티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던 5744억원 규모 두산퓨얼셀 지분 17.8%를 무상증여받았다. 이어 2021년 4월 ㈜두산이 보유하고 있던 5442억원 규모 두산퓨얼셀 잔여지분 14.7%(우선주 포함) 전량을 현물출자받았다.

2021년 7월에는 지분 29.9%를 보유하고 있던 두산인프라코어(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를 현대제뉴인(현 HD현대사이트솔루션)에 매각하면서 투자사업부문을 분할해 흡수합병했다. 지난해 6월에는 ㈜두산을 포함한 그룹 계열사가 나눠 보유하고 있던 두산큐벡스 지분 48.3%(1068억원)과 두산프라퍼티 지분 73.0%(1154억원)를 인수하면서 완전자회사화했다.

그 사이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유상증자로 채무상환력을 보탰다. 긴급자금지원 직전인 2019년 5월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 총액 5284억원(RCSP 포함) 유상증자에 1416억원을 투입했다. 긴급자금지원 이후인 2020년 12월에는 1조2125억원 유상증자에 4352억원을 참여했다. 지난해 2월 1조1478억원 유상증자에는 2524억원을 투입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재무구조 개선시기 배당을 실시하지 않으면서 자본손실을 최소화했다. 2016년 배당지급액은 963억원에 이르렀고 2019년에도 175억원을 지급했지만 2020년부터는 배당지급을 중단한 상태다.

◇두산밥캣 꾸준한 배당…두산에너빌리티 주요 자본재분배 원천 부상

지난달말 기준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국내 주요 종속기업은 두산밥캣, 두산퓨얼셀, 오성파워오엔엠, 두산큐벡스(두산프라퍼티 합병) 등이 있으며 주요 관계기업은 두산건설(지분율 46.35%) 등이, 공동기업으로는 2021년 12월 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두산건설 지분 53.65%를 확보한 특수목적법인(SPC) 더제니스홀딩스유한회사가 있다. 더제니스홀딩스유한회사는 두산에너빌리티가 1200억원을 후순위 출자해 지분 31.75%를 보유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개무구조 개선시기부터 현재까지 핵심 자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두산밥캣이다. 두산그룹이 2007년 미국 잉거솔랜드(Ingersoll Rand)의 소형 건설중장비(Compact Equipment) 부문을 인수한 것이 두산밥캣의 모태다. 애초 두산밥캣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자회사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손자회사였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분 55.34%를, 두산엔진이 10.55%를 각각 보유했다.

2018년 6월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엔진 투자사업부문을 흡수합병하면서 두산엔진 보유분(10.55%)을 두산에너빌리티가 소유하게 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8년 8월 두산밥캣 지분 전량을 3681억원에 블록딜로 처분했다. 이후 2021년 7월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인프라코어 투자사업부문을 흡수합병하면서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로 지배구조가 변경됐다.

두산밥캣은 기본적으로 현금흐름이 우수한 것이 강점이다. 두산밥캣은 북미, 유럽,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건설장비 생산판매 종속기업을 두고 있는 외국기업지배지주사다. 특히 두산밥캣은 2021년 7월 ㈜두산이 산업차량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두산산업차량 지분 전량을 7500억원에 인수하면서 사업역량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원화 연결 기준 64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최근 5년(2018~2022년) 평균 당기순이익도 3628억원으로 안정적이다. 우수한 현금창출력을 바탕을 영업실적이 전년 대비 부진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 최근 수년간 꾸준히 배당을 결정했다.


두산밥캣으로부터 수취하는 배당은 두산에너빌리티 자본재분배의 주요 원천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2021년 7월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인프라코어 투자사업부문을 흡수합병하면서 두산밥캣을 자회사화해 두산밥캣이 지급하는 배당을 그대로 손에 쥘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중간지주사임에도 최근 수년간 재무구조 개선작업의 여파로 배당수익이 2019년 3억원, 2020년 6억원, 2021년 13억원으로 크게 미미했다. 하지만 지난해 배당수익이 1144억원으로 크게 뛰어올랐다. 여기에는 두산밥캣으로부터 수취한 배당수익 921억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두산밥캣은 2021년 분기배당은 실시하지 않고 1203억원의 결산배당을 실시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분율(51.05%)대로 지난해 4월 수취한 배당수익은 614억원이다. 여기에 지난해 8월 601억원의 분기배당(6월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배당수익 307억원이 가산됐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결산배당을 752억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4월 두산에너빌리티가 수취할 배당수익은 384억원이다. 향후 분기배당까지 실시한다면 배당수익은 더 늘어난다.

여기에 지난달 27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준비금 감소 의안을 승인하면서 추가적인 배당확대가 기대된다. 자본준비금인 주식발행초과금 중 1조원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고 배당재원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해말 주식발행초과금은 1조1505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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