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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농심, 재무·회계에 국한하지 않은 커리어

③인사·기획 거친 황청용 경영관리부문장, 생산 전문성 보유한 CEO 보좌

김형락 기자  2023-03-23 15:09:18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농심에서 재무 임원은 수익성을 관리하는 수문장이다. 라면·스낵사업이 매출 비중 90%를 차지하는 농심은 특정 원자재 가격 변동에 민감한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농심이 경영관리부문장에 재무, 회계 분야 전문가만을 고집하지 않고 관리 분야 전반으로 인재 풀을 넓힌 이유이기도 하다.

농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수행하는 경영관리부문장은 황청용 부사장이다. 2021년 말 경영기획부문과 경영지원부문으로 나뉘어 있던 조직을 하나로 합치면서 경영기획부문장이던 황 부사장이 새로운 조직인 경영관리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재경실은 경영관리부문 아래 배치했다. 이밖에 △경영기획실 △경영지원실 △인재경영실 △커뮤니케이션실 등이 경영기획부문에 속한다.

황 부사장은 재무 이외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임원이다. 1987년 농심에 입사해 주로 인사 쪽에서 활동했다. 2009년 상무로 승진해 △인사팀장 △인사부문장 △전략기획실 담당 임원 △인사 교육 책임 임원 등으로 일했다. 2017년 말 전무로 승진하면서 경영기획부문장으로 올라갔다.


과거 농심 재무 임원들과 걸어온 길은 다르다. 박상균 전 부사장은 △경리팀장 △회계팀장 등을 거쳐 경영지원부문장(2013~2020년, 경영지원실장 포함)에 오른 재무 라인 임원이다. 박 전 부사장 대신해 잠깐 경영지원부문장(2021년)을 맡았던 이영진 전 부사장은 생산부문장, R&D(연구·개발)부문장 등을 지냈다.

황 부사장은 2021년 신동원 농심 부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뒤 진행한 첫 번째 조직 개편과 인사에서 경영관리부문장 직책을 맡았다. 경영관리부문은 신 회장이 제시한 경영 목표가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보좌하는 핵심 조직이다.

신 회장은 회장 취임사에서 글로벌 라면 기업 5위에 만족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생산과 마케팅 시스템을 세계 탑 클래스로 재정비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30%대인 해외 매출 비중을 더 확대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농심 이사회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황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기로 했다. 지주사 농심홀딩스로 이동하는 박준 농심 대표이사(부회장) 빈자리를 황 부사장이 채운다. 주요 의사결정에 재무 라인 임원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서다. 공장장, 생산부문장 등으로 생산관리 쪽에서 전문성을 쌓은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사장)를 보좌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황 부사장의 주요 과제는 재무 건전성보다 수익성 관리로 꼽힌다. 농심은 연결 기준(이하 동일) 부채비율이 30%대로 조달 활동이 활발한 기업은 아니다. 최근 2년 영업이익 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 비율은 평균 148%로 운전자본 부담도 적은 편이다. 관건은 해외시장에서 외형 성장과 국내외 사업 수익성 확보다.

자금 관리·운영 등 통상적인 재무 업무는 김종우 재경실장(상무)이 담당한다. 김 상무는 회계 분야에서만 경력을 쌓은 임원이다. 1989년 농심에 입사해 30여 년 동안 회계 관련 업무에만 몸담았다.


황 부사장이 경영관리부문장으로 부임한 첫해에는 농심의 수익성이 떨어졌다. 농심은 2021년 매출이 전년 대비 0.9% 증가한 2조663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3.8% 감소한 1061억원으로 나타났다. 재료비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증가하고, 물류·인건비 등 제반 경영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취임 2년 차인 지난해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성장했다. 중국과 일본사업 부문 성장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늘었다. 다만 이익 증가 폭이 매출 증가 폭보다는 적었다. 원부자재비, 운송비 등 제반 경영 비용도 같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7.5% 증가한 3조1291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7% 늘어난 1122억원이었다.

올해는 미국시장 성과 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농심을 미국 라면시장 1위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020년 농심의 미국 라면시장 시장점유율 23.3%(유로모니터 기준)로 일본 토요스이산(49.0%)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미국에 2공장(연간 라면 3억5000만개 생산능력)을 준공하고, 2025년 북중미시장 매출 목표를 8억달러(약 1조원)로 잡았다.

농심의 미국사업 부문은 매출 성장세와 달리 이익이 정체한 상태다. 미국은 국내(지난해 2조4197억원) 다음으로 매출 비중이 큰 곳이다. 미국사업 부문 매출은 △2020년 3551억원 △2021년 4038억원 △지난해 5613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영업이익은 △2020년 387억원 △2021년 278억원 △지난해 259억원으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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