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지난해 10년 만의 분기손실을 겪었음에도 수백억원대 임직원 보상책을 내놨다. 총 41만주, 환산 시 376억원 규모 자사주 상여금을 임직원에게 지급했다. 반도체 수요 둔화 등으로 경영환경 악화가 지속되고 있지만 반도체 분야 인재 확보 및 내부 경쟁력 유지가 중요한 만큼 이를 감안해 내린 결정이다.
임직원 중 가장 많은 자사주 상여금을 수령한 인물은 대표이사인 박정호 부회장이다. 박 부회장을 포함한 곽노정, 노정원 사장 등 등기이사진의 수령액은 11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도 미등기 임원 중 대외협력, 제조기술, 구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억대 자사주 상여금 수령자들이 나왔다.
◇41만주 자사주 처분, 임직원에 376억원 쐈다지난해 4분기 10년 만에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SK하이닉스가 2022년 실적에 따른 자사주 상여금을 임직원에게 지급했다. 지난달 3일에는 임직원, 24일에는 임원에 각각 2차례로 나뉘어 지급된 처분주식 수량은 40만8157주다. 주당 9만2200원으로 계산한 자사주 상여금 총액은 376억원 상당이다.
이는 지난달 1일 SK하이닉스에서 공시했던 자기주식 처분 계획보다 소폭 줄어든 수량과 금액이다. 당초 임직원 자사주 상여금을 위해 예정했던 SK하이닉스의 자기주식 처분 규모는 49만5472주(449억원)였다. 공시 이후 임원 상여금액 변동이 발생하면서 상이한 결과가 만들어졌다.
이번 자사주 상여금 지급은 2021년 진행된 4885억원 규모보다는 적지만 지난해 진행됐던 35억원 규모 자사주 상여금보다는 많다. 다만 2021년의 경우 성과급 논란으로 인한 노사 협의에서 비롯됐으며 지난해는 박정호 부회장과 이석희 전 사장 2인에게만 지급된 건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반도체 업계는 SK하이닉스의 이번 자사주 상여금 지급 배경을 인재 및 인력 유지를 위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수요 감소 직격탄을 맞아 감산 및 투자 축소에 나섰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임직원 성과 보상을 챙겨준 셈이덴 내부 결속력 강화와 미래 경쟁력 유지를 염두에 뒀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하긴 했으나 연간 매출은 상승세였다"며 "연매출은 호조세인 만큼 이를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반도체 사이클은 꾸준히 등락을 거듭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적자에 목메 성과 보상을 소홀히 할 경우 이전처럼 노사 간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호 부회장 몫 4억원 육박, 곽노정 사장도 1.6억원 이상 수령이번 자사주 상여금 지급에서 SK하이닉스 내 임원(등기, 미등기포함)은 각각 적게는 십수주에서, 많게는 4000주 이상의 주식상여금을 지급받았다. 가장 많은 자사주 상여금을 수령한 인물은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박 부회장은 대표이사로써 지난해 SK하이닉스 연매출 성장 등을 이끌었다.
박 부회장은 총 4091주의 자사주 상여금을 수령했다. 주당 처분가액으로 계산시 3억800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그가 수령했던 자사주 상여금은 1만5933주 총 20억5000만원 규모(당시 처분가액 주당 12만8500원)였다. 이로써 박 부회장이 보유 중인 SK하이닉스 주식은 총 2만2114주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부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로 SK하이닉스를 이끌고 있는 곽노정 사장은 1805주(1억6642만원 상당)를 상여금으로 받았다. 노종원 사장은 667주(6150만원 규모)를 받아 현재 SK하이닉스 등기이사 중 가장 적은 자사주 상여금을 수령했다.
미등기 임원 중에는 대외협력 담당임원인 김동섭 사장과 문지웅 이사가 나란히 가장 많은 자사주 상여금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사장은 2933주로 2억7000만원 규모, 문 이사는 3933주로 3억7000만원 상당을 획득했다. 이 밖에도 김영식, 김성한 등 제조 및 구매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미등기 임원이 억대 자사주 상여금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