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 순수지주사인 하림지주는 최근 영업수익에서 자회사들로부터의 배당금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주력 자회사의 실적 개선으로 배당금수익이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2015년 세간의 우려 속에 전격 인수한 팬오션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했다. 2021년부터 영업수익이 경상지출을 웃도는 등 현금흐름이 개선되면서 지주사로서의 자본재분배 여력도 확대되고 있다.
◇하림그룹 단일지주사 체제 완성…영업수익 경상지출 상회 ‘청신호’하림그룹의 지주사인 하림지주의 모태가 된 것은 제일사료다. 제일사료는 1962년 설립된 축산용 배합사료 제조업체로 현재까지도 하림그룹의 주력 자회사 중 하나다. 하림그룹은 2011년 1월 사업구조 재편 때 제일사료에서 축산용 배합사료 제조부문을 물적분할해 제일사료를 신설회사로 출범시키고 존속회사는 제일홀딩스가 됐다.
같은 시기 곡산홀딩스, 천하홀딩스, 맥시칸홀딩스, 하림유통홀딩스, 명보홀딩스 등 각 계열사 사업부문을 같은 방식으로 분할한 뒤 제일홀딩스가 이들 지주(투자)부문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계열사들을 자회사화하면서 지주사 체제를 갖췄다. 이어 2012년 12월 농수산홀딩스를 흡수합병했다.
2018년 7월에는 하림홀딩스를 흡수합병하면서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단일지주사가 됐다. 제일홀딩스 사명을 하림지주로 변경한 것도 이 때다. 하림지주는 지난해 3월 주식교환으로 엔에스쇼핑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했고 이어 12월 엔에스쇼핑에서 인적분할한 신설회사 엔에스지주를 흡수합병하면서 현재의 진용을 갖췄다.
하림그룹은 밸류체인을 자회사간 유기적으로 연결한 것이 강점이다. 사업부문으로는 △사료사업부문(제일사료, 선진, 팜스코) △해상운송사업부문(팬오션) △가금사업부문(하림, 한강식품 등) △양돈사업부문(선진, 팜스코) △유통사업부문(엔에스쇼핑, 글라이드) △종합식품사업부문(하림산업, 에이치에스푸드 등)이 있다.
하림지주는 자체사업이 없는 순수지주사다. 이 때문에 자회사로부터 발생하는 브랜드 사용에 따른 로열티수익, 배당금수익, 공동경비 정산수익, 투자부동산 임대를 통한 임대료수익이 영업수익의 재원이 된다. 하림지주의 별도 기준 영업수익은 2019년 131억원, 2020년 152억원, 2021년 449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으며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는 577억원까지 증가했다.
2020년까지만 해도 하림지주가 벌어들인 영업수익은 영업비용, 순금융비용, 배당금지급을 합한 경상지출을 충당하기에도 모자랐다. 하지만 2021년부터 영업수익이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나면서 경상지출을 역전했다. 경상지출은 2021년 346억원이었고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는 326억원이었다. 경상지출을 충당하고 남은 영업수익은 자회사 자금지원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지주사의 자본재분배 여력을 끌어올린다.
◇배당수익 ‘효자’ 팬오션…자본재분배 여력 확대 기여하림지주의 영업수익을 끌어올리는 주된 요인은 배당금수익의 가파른 증가다. 로열티수익의 경우에도 각 자회사 매출액의 0.3~0.4%를 지급하도록 돼있어 자회사의 실적과 연동되지만 절대적인 규모로는 배당금수익에 미치지 못한다. 2019년 37억원, 2020년 45억원이었던 배당금수익은 2021년 294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는 458억원까지 뛰어올랐다.
최근 수년간 하림지주의 배당금수익에 꾸준히 기여한 자회사는 팜스코와 선진이다. 팜스코는 2019년과 2020년 10억원을, 2021년 21억원을 하림지주에 지급했으며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는 21억원을 지급했다. 선진의 경우 2019년과 2020년 6억원을, 2021년 12억원을 지급했으며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는 12억원을 지급했다.
2019년부터 배당기여도가 증가한 곳이 엔에스쇼핑이다. 엔에스쇼핑을 지배하고 있던 하림홀딩스가 2018년 7월 하림지주(당시 제일홀딩스)에 흡수합병되면서 2019년부터 엔에스쇼핑의 배당기여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엔에스쇼핑은 2019년과 2020년 21억원을, 2021년과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는 24억원을 하림지주에 지급했다. 2020년까지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던 제일사료의 경우 2021년과 지난해 3분기 누적 90억원을 각각 지급하면서 기여도가 늘었다.
제일사료와 함께 같은 시기 배당기여도가 급증한 곳이 팬오션이다. 하림지주는 STX그룹에서 계열분리된 이후 법정관리가 진행 중이던 팬오션을 2015년 6월 사들였다. 팬오션은 하림그룹 편입 이후 배당을 실시하지 않다가 2021년 2월 중장기 배당정책을 공정공시하면서 본격적인 배당에 착수했다. 2021~2023년 일회성 비경상손익을 제외한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의 10~20%를 배당한다는 내용이다. 우량 거래처와의 장기운송계약을 바탕으로 특히 2021년부터 우호적 시황과 탄력적 선대운용으로 이익창출력이 제고된 것이 주효했다.
팬오션이 2021년 하림지주에 지급한 배당금은 146억원으로 자회사 중 가장 많다.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는 292억원으로 더 늘었다. 하림지주 전체 배당금수익(458억원)의 63.9%에 이른다.
팬오션은 지난달 10일 이사회에서 2022년 결산배당을 802억원으로 결정했다. 팬오션에 대한 하림지주의 지분율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54.72%이므로 하림지주 몫은 439억원에 이를 예정이다. 팬오션의 2022년 결산배당은 하림지주의 2023년 배당금수익에 반영된다. 이 때문에 올해 하림지주의 영업수익은 지난해에 비해 큰폭 뛰어오를 가능성도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