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예정보다 일찍 SM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서 관심이 쏠린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관련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연일 전해지는 새로운 소식에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점도 부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경쟁 상대인 카카오에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투자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SM엔터테인먼트 28년 만에 최대주주 변경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이브는 이날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취득 대금 납입을 마무리했다. 이날부로 공식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 14.8%(352만3420주)를 현금 4228억1040만원에 취득했다. 주당가치는 12만원이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SM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이자, 주주 권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며 "하이브가 매니지먼트 컴퍼니로서 당사 아티스트를 존중하고 아끼듯이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분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했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이 전 총괄 지분은 18.45%에서 3.65%로 감소했다. 1995년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이후 28년 만에 최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온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최대주주가 바뀐 셈이다. 특히 새로운 최대주주가 업계 후발주자인 하이브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하이브, 예정보다 12일 앞당겨 지분 취득눈에 띄는 점은 하이브가 예정보다 일찍 이 전 총괄의 지분을 사들였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내달 6일 지분 취득 대금을 납입하고 최대주주에 등극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납입일을 이날로 변경했다. 기존 계획보다 12일 앞당긴 것이다. 납입일을 제외한 나머지 계약 내용은 모두 그대로였다.
시장에서는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납입일을 앞당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카카오라는 막강한 경쟁 상대가 있는 상황에서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은 성명문까지 발표하며 하이브의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연일 터져 나오는 새로운 소식에 시장의 피로도도 쌓이고 있다.
이에 따라 양사의 주가 변동성도 커졌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연초 7만원 중반대에 머물렀지만, 경영권 분쟁이 발발한 이후 13만원선을 돌파할 정도로 크게 치솟았다. 주당 12만원에 소액주주 상대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는 하이브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전 경쟁자' 카카오에 견제구 날렸다는 해석도일각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경쟁 상대인 카카오에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현재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1조1539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상태다. 해당 자금은 타법인증권취득자금(5769억원)과 운영자금(5769억원)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투자금은 조만간 들어온다. 오는 24일 우선적으로 8975억원이 들어오고, 나머지 2565억원은 올해 7월 납입되는 수순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구체적인 투자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만약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투자금을 확보하기 전부터 투자 계획이 틀어지는 셈이 된다.
더군다나 이날은 이 전 총괄이 제기한 SM엔터테인먼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문기일이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법원의 가처분 판단에 따라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2대주주에 오를 수도,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이브는 심문기일이 끝난 직후 정정공시를 통해 이 전 총괄 지분을 인수했다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