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의 사업협력계획서가 언론에 유출돼 하이브가 비판한 것을 시작으로, SM엔터테인먼트 현 경영진과 카카오는 하이브가 사업협력을 방해한다고 반박했다.
이밖에 SM엔터테인먼트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하이브가 막는다거나, 최근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이뤄진 대규모 주식 매입 건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보인다며 하이브가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등 양 진영의 기싸움이 절정에 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두 진영의 공방전을 놓고 투자자 표심을 얻기 위한 명분싸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3월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벌어질 표대결에서 승기를 잡고자 두 진영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여론전은 표심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기도 하다. SM엔터테인먼트의 현 경영진-카카오나 하이브가 최종적으로 내놓은 각종 거버넌스 개혁책은 거의 비슷해졌다. 이사회 정책뿐 아니라 주주환원책도 그렇다. 하이브에 이어 SM엔터테인먼트 현 경영진까지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의 30%가량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까지 등판, 신주우선협상권·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쟁점’
28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김성수 대표가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을 놓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날 김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와 사업협력 계약에 대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입장‘에서 “각 사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로 공정한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며 “계약서의 일부 문구를 왜곡해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한 하이브에게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의 자율성을 준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가 임원 3명을 SM엔터테인먼트 사내이사로 추천하고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비상임감사 후보를 제안한 것은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를 통제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봤다.
김 대표의 입장문에는 카카오-SM엔터테인먼트 사업협력계약의 쟁점 사항에 대한 반박도 담겨 있다. △신주와 CB 인수계약서 상 우선협상권은 일반적 보호조항이고 이사회를 거쳐야 발행할 수 있으며 △장윤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이 SM엔터테인먼트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추천된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십의 존속을 위협하고 3사의 중장기 성장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현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며 카카오와 긴밀히 협의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이 지점을 걸고 넘어졌다. 하이브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향해 “SM과 사업적 협력 대신 적극적 경영참여를 하겠다는 선언인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또 우선협상권 부여 조항과 임원선임권에 대해서도 짚었다. 하이브는 신주와 CB 등에 우선협상권을 부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특혜이며 특히 상장사가 일반 주주 대신 특정주주에게만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장윤중 부사장을 SM엔터테인먼트의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해상충이라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임원이 사실상 유통조직을 총괄함으로써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의 협상력을 제약하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에 따라 하이브도 카카오-SM엔터테인먼트 간 계약의 적법성을 검토한 뒤 필요한 모든 조취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법원 판결 앞두고 공방전 ‘절정’
양 진영의 명분싸움이 사실상 정점에 달하고 있다는 평가다. SM엔터테인먼트와 하이브의 공방전은 그동안 꾸준히 이뤄졌지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까지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약서가 언론에 유출돼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는 시각이 확산되자 카카오 측이 이를 진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지, 현 상황을 경영권 분쟁상황으로 볼지 여부는 현재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여겨진다. 이르면 이번 주에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제기한 SM엔터테인먼트의 유상증자 신주와 CB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의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양 진영은 현재 SM엔터테인먼트 지분과 경영권을 둘러싸고 서로를 향해 적대적 M&A라고 규정한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14%가량 넘겨받아 현재 최대주주에 올라 있는데,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노리고 있기에 경영권 분쟁 상황이 벌어졌다고 판단한다. 반면 카카오는 현 상황을 ‘경영 판단에 관한 의견 대립’이라며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SM엔터테인먼트가 절실하고 불가피한 선택으로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고 주장한다.
◇주주환원정책 ‘대동소이’, 남은 건 명분싸움 뿐
눈에 띄는 점은 이미 양 진영이 치열한 명분싸움을 벌이면서 SM엔터테인먼트 거버넌스 개혁안이 대동소이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주주환원 정책이 눈에 띈다. 하이브는 16일 SM엔터테인먼트 관련 주주제안을 공개했다. 이 주주제안에 따르면 앞으로 SM엔터테인먼트는 당기순이익의 30% 내에서 적극적 배당성향을 유지한다.
SM엔터테인먼트 현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요구를 받아들여 1월 말 발표한 것보다 배당성향이 높다. 당시 SM엔터테인먼트 현 경영진은 당기순이익의 2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 경영진도 27일 주주환원정책을 확대했다. 하이브가 30% ‘이내’를 제시했다면, 현 경영진은 최소한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주주환원에 쓰겠다고 밝혔다.
장 CFO는 “주주의 수익률은 일정 수준의 부채를 유지할 때 더 높아질 수 있다”며 “SM엔터테인먼트는 그동안 무부채기업으로 운영됐기에 재무전략을 수정해 빠르게 주주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 성장성의 핵심으로 꼽히는 멀티 레이블체제 도입 등은 이미 양 진영 모두 약속했던 바다. 투자자들이 어느 진영을 택하든 단기적으로 봤을 때 주주수익률이나 사업 수익 측면에서 크게 달라질 바가 없을 수 있다는 의미다.
양 진영이 명분싸움에 더더욱 힘을 쓰는 배경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명분싸움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점해 기관투자자의 표심을 얻으려는 의도일 것”이라며 “소액주주의 표심은 완전히 미지수인 상황에서 기관투자자의 의중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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