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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삼성전자 vs 애플

점유율 1위 지키려는 삼성, 도전하는 애플

[포트폴리오]①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격차 3%p

김형락 기자  2023-03-02 11:09:18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삼성전자와 애플에 뒤따르는 수식어는 대부분 '1위'다. 삼성전자(시가총액 약 362조원)는 한국 증시에, 애플(시가총액 약 3102조원)은 나스닥 시장에서 정상에 서 있는 기업이다. 이런 두 기업이 1위 자리를 두고 맞붙는 전장이 스마트폰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지난해 21.7%, 수량 기준, Strategy Analytics 발표)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애플보다 스마트폰 출시는 늦었지만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며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점유율 2위인 애플(지난해 18.7%)은 삼성전자와 격차를 좁히며 왕좌를 넘보고 있다.

사업 전략은 판이하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에서 보급형까지 다양한 스마트폰 라인업을 구축해 지역별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다. 폴더블 시리즈를 내놓으며 새로운 시장도 선점하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집중하던 애플 역시 중저가 제품을 선보이며 삼성전자의 독주를 견제하고 있다.


◇ 스마트폰 시장 연 애플, 고가 정책 탈피…웨어러블로도 확장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공개한 건 2007년이다. MP3 플레이어 아이팟 터치에 휴대전화 기능을 입힌 아이폰으로 통신 시장 판도를 바꿨다. 아이폰은 최초의 스마트폰은 아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으로 발돋움했다.


아이폰 출시 전까지 애플의 주력 제품은 아이팟과 PC인 맥(Mac)이었다. 2006년 전체 매출(193억달러) 중 40%(77억달러)를 아이팟, 38%(74억달러)를 맥이 책임졌다. 이때까지 애플은 매출 절반 가량(49%)을 미주에서 일으키는 전자 제품 업체였다.

아이폰은 애플의 사업 구조를 180도 바꿨다. 2007년 출시 첫 해 애플이 기록한 아이폰 매출은 1억달러(9월 결산 기준, 이하 동일)였다. 매출 비중은 1% 남짓이다. 아이폰 매출은 △2008년 18억달러(비중 6%) △2009년 130억달러(30%) △2010년 252억달러(39%)로 커졌다. 2010년에는 맥 실적(175억달러)을 뛰어넘었다.

지금은 아이폰이 애플 매출 과반을 차지한다. 지난해 애플 전체 매출(3943억달러) 중 52%(2055억달러)가 아이폰에서 발생했다. 그 뒤로 서비스 부문이 비중 20%(781억달러), 웨어러블(에어팟·애플워치 등)과 가전·액세러리 부문이 10%(412억달러), 맥이 10%(402억달러)를 형성하고 있다.


매출 지역도 다변화했다. 중국이 주요 수요처로 떠올랐다. 지난해 국가별 매출 비중은 미주 43%(1697억달러), 유럽 24%(951억달러), 중화권 19%(742억달러)로 집계됐다.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선봉에 있던 노키아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2010년만 해도 노키아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33.4%) 기업이었다. 애플은 15.9%로 2위, 삼성전자 8%로 3위였다. 2011년에는 삼성전자가 19.9%로 1위, 애플이 19%로 2위에 올라 선두 다툼을 벌였다. 노키아는 3위(15.8%)로 내려앉았다.

애플은 줄곧 고가인 플래그십(전략) 제품 위주로 스마트폰 라인업을 짰다. 2007년 1세대 아이폰 출시 이후 2015년까지 유지한 사업 전략이다. 2016년에 들어서야 중저가형 모델인 아이폰SE 시리즈를 선보였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중화권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었다.

◇ 12년 연속 1위 삼성전자, 중저가 모델로 신흥국 공략·폴더블로 디자인 다변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 후발주자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이듬해인 2008년 프리미엄 스마트폰 옴니아를 내놨다. 옴니아 시절 삼성전자는 애플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2010년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탑재한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를 내놓으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량을 2011년 9800만대, 2012년 2억1200만대로 늘리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에 등극했다.

삼성전자도 갤럭시 시리즈 출시 전까지 가전제품이 주력 매출원이었다. 2009년 전체 매출(136조원) 중 38%(51조원)가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디지털 미디어 사업 부문에서 발생했다. 모바일 기기(HHP) 등을 판매하는 통신 사업 부문 매출 비중은 28%(41조원), 반도체 사업 부문은 20%(27조원),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부문은 19%(26조원)였다.

갤럭시 판매가 늘며 IM(정보기술(IT)·모바일) 부문이 CE(소비자 가전) 부문 매출을 앞질렀다. 2011년 매출 비중은 IM 부문 39%(65조원), CE 부문은 30%(50조원)였다. 2021년에는 IM 부문 매출 비중이 39%(109조원)로 전체 사업 부문 중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반도체 사업이 34%(94조원), CE 부문이 20%(56조원), DP(디스플레이) 사업이 11%(32조원)를 책임졌다.


삼성전자는 가격대별로 스마트폰 라인업을 구축해 시장 지배력을 늘렸다. 애플보다 먼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갤럭시S 출시 4년만인 2014년 중저가 모델인 A, J 시리즈를 선보였다. 스마트폰 수요가 증가하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300달러 이하 저가 제품이 70% 이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폼팩터(기기 형태)도 다변화해 독자 시장을 구축했다. 2011년 큰 화면과 S펜을 갖춘 갤럭시 노트를 출시하고, 2019년에는갤럭시 폴드를 공개해 폴더블 카테고리를 열었다.


애플과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2013년에는 삼성전자가 점유율 면에서 애플을 16.8%포인트(p)를 앞섰지만, 지난해는 차이가 3%p로 줄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3년 3억2000만대에서 지난해 2억6000만대로 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애플은 출하량이 1억5300만대에서 2억2400만대로 46% 증가했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14 시리즈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 S23을 내놓으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리더십 확대를 노린다. 두 기업 모두 디바이스(장치)별 매출은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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