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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부침

지주 산하로 편입된 롯데물산, 건설과 합병 초석?

②현금보유량·현금창출력 우수…단기 유동성 대응 수월

박기수 기자  2023-02-07 15:23:17

편집자주

그룹 혁신과 개혁에 바빴던 롯데그룹이 작년 말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이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더불어 레고랜드 사태가 그룹 건설사인 롯데건설을 덮친 것이다. 이후 다방면의 자금 조달로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고금리는 장기화하고 있고 차환에 따른 이자비용 상승 부담은 여전하다. 자연스럽게 롯데건설 리스크는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이 올해 넘어야 할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THE CFO는 롯데건설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해당 이슈에서 파생될 수 있는 재무와 지배구조 이벤트를 전망한다.
롯데건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은 여러 수단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 최근 호텔군(HQ)에서 롯데지주 산하로 소속이 변경된 롯데물산에 대한 활용법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롯데건설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병' 카드를 내놓는게 아니냐는 예측을 내놓는다.

롯데물산은 지난 달부터 롯데지주 산하로 소속이 변경됐다. 롯데 관계자는 "사업군 간 시너지와 연계성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물산은 1982년 잠실 롯데월드타워 시행을 위해 설립됐다. 현재 서울 송파구 잠실 소재 초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와 복합쇼핑몰 롯데월드몰을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다. 2021년 초에는 롯데자산개발의 자산관리 사업과 공유오피스 사업을 인수해 자산관리 사업의 영역을 넓혔다. 당해 6월에는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보유하고 있던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100% 소유주로 자리매김했다.

롯데물산은 작년 말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을 때부터 일찌감치 롯데건설의 지원군으로 활약했다. 작년 11월 18일 롯데건설이 금융권으로부터 3500억원을 차입할 당시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해준 곳이 롯데물산이다. 이후 11월 29일 KB그린에너지제일차 유한회사와 체결한 1000억원 규모의 여신거래약정에도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해줬다.

이후 지난 달 초 메리츠와의 1조5000억원 투자금융 딜에서도 롯데물산은 롯데건설 지원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딜은 메리츠증권의 주관으로 메리츠금융그룹이 선순위로 9000억원을, 롯데정밀화학·롯데물산·호텔롯데가 6000억원을 출자하는 내용이다. 롯데물산은 6000억원 중 1500억원을 출자했다.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자처하던 롯데물산이 신동빈 회장의 롯데지주 산하로 편입된 것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롯데물산과 롯데건설의 합병 작업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물산은 캐시플로 창출이 뛰어난 곳으로 단기 유동성 대응에 자칫 취약할 수 있는 롯데건설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대표적인 계열사"라면서 "롯데건설과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롯데건설은 올해 다가오는 PF 만기에 대한 유동성 대응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정기적인 임대료 수익 등에 힘입어 뛰어난 현금창출력을 보이고 있다. 롯데물산은 2020년과 2021년 별도 기준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으로 각각 3200억원, 537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에도 3분기 누적 NCF로 1152억원을 기록했다.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도 풍부하다. 롯데물산의 작년 3분기 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 잔액은 4185억원이다.


롯데건설은 연초 메리츠금융그룹의 1조5000억원 투자 이후 단기적으로는 숨을 돌렸지만 여전히 돌아오는 PF 만기 규모가 상당하다. 또 고금리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분양 시장 등 부동산 시장에 활기가 돌아올 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차환 이후 금융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와중에 롯데건설의 현금창출력이 이를 대응할 수 있을 지가 시장의 모니터링 대상"이라면서 "롯데물산과 건설이 합병할 경우 이와 같은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물산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60.10%)다. 합병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찬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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