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이 메리츠금융그룹을 통해 융통한 1조5000억원 가운데 1조3000억원가량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을 매입하는데 사용했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부천 등 소재의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서 한 발자국 멀어진 셈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최근 특수목적법인(SPC)인 샤를로트제1·2차를 통해 1조5000억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대출 구조는 메리츠금융그룹이 SPC에 선순위 대출 9000억원을 실시하고 롯데정밀화학 등 계열사가 6000억원 규모 후순위 대출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롯데건설이 융통한 1조5000억원 가운데 약 1조3000억원은 기발행했던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과 전자단기사채(ABSTB)를 매입하는데 사용됐다. 롯데건설이 '자금보충' 등으로 신용보강한 유동화회사를 SPC가 사들여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다.
대표적으로는 '빅피크제일차'를 매입소각했다. 빅피크제일차는 대구 중구 남산·대봉동 일원에서 총 1087가구 규모 공동주택 사업을 추진 중인 시행사에 대출을 실행할 목적으로 설립된 SPC다. 기초자산은 2000억원 규모 대출채권으로 롯데건설이 자금보충에 나서 A2+등급을 받은 바 있다.
동일한 사업에 자금을 융통할 목적으로 설립된 '사우스마운틴제일차'도 정리했다. 사우스마운틴제일차는 원금 1400억원에 대한 대출채권이 기초자산이다. 롯데건설이 신용보강을 했던 ABSTB지만 샤를로트제1·2차가 매입해 리스크에서 멀어졌다.
'기은센상동제일차'에서도 매입소각이 이뤄졌다. 규모는 제5-1회차와 제5-2회차를 합쳐 2100억원으로 알려졌다. 기은센상동제일차는 경기도 부천 원미구 상동 540-1 일원에서 최고 49층에 달하는 주상복합 개발사업을 영위 중인 시행사에 대출을 실행하기 위해 설립된 SPC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717-6번지 일원서 추진 중인 역세권 주상복합 개발사업의 유동화를 맡았던 '에스이디제일차' 역시 매입소각됐다. 제4-2회차와 5회차를 합친 1780억원이 매입소각된 규모다. 이 SPC도 롯데건설이 신용보강해 A2+등급으로 유동화가 이뤄졌었다.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마린시티 복합시설 개발사업의 유동화를 맡았던 '드림스페어제일차(1000억원)'에 대한 리스크도 해소했다. 이외에 홈플러스 개발사업(1805억원)과 울산 강동리조트 개발사업(1130억원), 전라북도 전주 복합개발사업(880억원) 등을 추진할 목적으로 설립된 유동화회사도 샤를로트제1·2차가 사들였다.
롯데건설로서는 이번 조치로 PF 유동환증권 차환에 대한 부담을 덜어냈다. 올 1분기 만기가 돌아오는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는 3조원에 육박했다. 이달 초까지 약 1조7000억원을 차환한 데다 이번에 1조3000여억원까지 매입소각한 만큼 리스크를 상당부분 해소한 모습이다.
유동화증권을 매입하고 남은 약 2000억원은 롯데케미칼로부터 차입한 금액을 상환하는데 쓰였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10월 롯데케미칼과 5000억원 규모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차입기간이 이달 18일까지였던 만큼 융통한 자금의 일부를 활용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