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재무부문장을 했던 시기부터 손발을 맞췄던 인물이다. 조 의장이 작은 계열사 대표직을 맡겨 경영수업도 시켰다. 주요 계열사 CEO로 가기 위한 코스를 밝는 것으로 본다.”
SK E&S가 그룹에서 처음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직제를 도입하고 첫 보직자로 발탁한 김형근(
사진) CFO에 대한 내부 평가다. 같은 C레벨 인사가 전한 말이다. 김 CFO는 외부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부 위상은 대단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주목받을 SK그룹 차기 리더로 여겨지고 있다.
◇유공으로 입사, 주니어 때부터 조대식 의장과 근무
김 CFO에 대해 공개된 정보는 많지 않다. 그가 임원으로 근무한 ㈜SK가 공시하는 사업보고서 임원현황에 짤막한 약력만 기재돼 있다. 1970년생으로 미국 미시간주립대( Michigan State University)에서 석사 학위를 땄다.
회사 안팎의 정보를 종합하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SK 재무1실장을 역임했다. 2020년 1월부터 2021년까지는 SK에어가스(현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 대표를 지냈고, 2022년 초 다시 ㈜SK로 돌아와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Portfolio Mgmt) 부문장 역할을 했다. 2022년 3월부터는 SK네트웍스 기타비상무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SK E&S CFO 임기는 이달 초부터 시작했다.
공개되지 않은 정보는 그가 서울대 경영학과(90학번) 출신이라는 것이다. 대학 졸업 후엔 유공(현 SK이노베이션)으로 입사했다. 또 아주 낮은 연차에 ㈜SK 재무조직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니어 시절부터 조 의장을 상사로 모시며 오랜 기간 손발을 맞췄다.
조 의장은 삼성물산에서 근무하다 ㈜SK 2007년 재무담당으로 합류했고 △2012년 재무팀장 △2013년 대표이사 △2017년부턴 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았다.
조 의장과 초창기부터 함께 재무조직(2007~2012년)에서 일했던 인사들은 훗날 하나 같이 중용됐다. 시간 순으로 조경목 SK에너지 대표와 이성형 ㈜SK CFO, 김진원 SK텔레콤 CFO 등이다. 그리고 막내 격인 김형근 CFO가 이제 C레벨로 등판한 것이다. 재무조직에서 바로 윗 상사였던 김진원 CFO는 김형근 CFO의 대학학과(서울대 경영학) 4~5년 선배기도 하다.
앞선 인사는 "조 의장이 재무업무를 상무와 전무, 부사장이 될 때까지 했는데 그때 손발을 맞췄던 후배들이 지금 계열사 대표나 CFO로 중용되고 있다"라며 "이들 재무라인은 과거부터 서로 끈끈했다"고 말했다.
◇SK에어가스에서 경영수업 기회…계열사 차기 CEO 후보
특히 김 CFO가 ㈜SK 재무1실장 근무 직후 맡은 SK에어가스 대표직은 조 의장이 경영수업을 시키려고 마련한 기회였다는 후문이다. 김 CFO는 1년의 짧은 임기였지만 양호한 성과를 냈다. SK에어가스 매출은 2019년 1573억원에서 2020년 1757억원으로 11.7% 늘었고 같은 기간 순이익도 344억원에서 473억원으로 37.2% 증가했다.
㈜SK로 복귀해 맡은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Portfolio Mgmt) 부문장도 중책이었다. 대외적으론 ㈜SK의 자본투자와 사후관리를 전담하는 부문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김 CFO가 ㈜SK 기획업무 총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E&S에서도 기존 보직자들과 달리 역할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CFO 직제 도입 전엔 CFO역할을 재무본부장이 했다. 말 그대로 CEO 지시를 수행하는 본부장이었다. 김 CFO는 CEO와 거의 대등한 입장에서 고유 업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CEO는 추형욱 대표이사 사장이다. 그룹차원의 대형 과제인 수소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SK그룹 기조 자체가 CEO와 CFO가 투톱체제를 이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실적과 현금흐름에 대한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CFO 역할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 대표와 김 CFO는 암묵적으로 상대영역을 인정하고 각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더불어 김 CFO는 주요 계열사 CEO들 일부가 수년 뒤 임기가 만료될 때 차기 CEO로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