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가 허리띠를 바짝 조른다. 향후 투자 규모를 줄이는 고육책을 내놨다. 고정비를 만회하지 못하는 호텔사업은 해외 확장에 제동을 걸었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한경완 호텔롯데 재무혁신부문장(상무보)은 올해 투자 지원보다 부채성 조달을 늘리며 악화한 재무구조를 복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호텔롯데는 올해 사업부별 투자계획을 지난해 수준으로 책정했다. 올해 전체 투자액은 총 4908억원이다. 지난해(4746억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장기 투자계획은 감소 폭이 크다. 내년과 내후년에는 투자계획으로 각각 3784억원, 3038억원을 설정했다. 2020~2021년까지만 해도 6000억원대 투자계획을 짰었다. 내년부터 호텔·면세·월드(놀이기구 등)사업부에서 해외 투자계획을 잡아두지 않아 전체 금액이 줄었다.
사업부 중에는 호텔사업부 투자 감소가 두드러진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3489억원이던 투자계획이 올해 1862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내년에는 1710억원, 내후년에는 1370억원으로 줄였다. 올해 100억원을 끝으로 국내외 지분 투자 계획을 잡아두지 않은 탓이다. 호텔롯데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호텔사업부에서 매년 1000억~200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집행했다.
호텔사업부는 그동안 해외 확장 전략을 펴왔다. 2015년에는 미국 뉴욕에 진출해 5성급 호텔인 롯데뉴욕팰리스(객실 909실)를 리브랜딩 오픈하고, 2019년 12월에는 시애틀의 호텔앳더마크를 인수해 2020년 9월부터 호텔롯데시애틀로 운영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유·무형자산과 투자부동산을 합한 비유동자산은 연결 기준(이하 동일)으로 국내에 7조9469억원 규모, 해외는 2조2203억원 규모다. 대부분 호텔사업부에 속하는 자산이다.
투자 성과는 미미했다. 호텔사업부는 오랜 기간 적자를 내고 있다. 2014년까지 4%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다가 이듬해 영업손실 349억원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매출액 6929억원, 영업손실 308억원을 기록하며 10년 넘게 적자가 이어졌다.
이익 버팀목이던 면세사업부마저 2020년 코로나19 발발 이후 부진에 빠지며 전체 수익성이 악화했다. 면세사업부는 지난해 3분기 호텔롯데 매출 79%(3조7277억원) 책임지는 핵심 사업부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553억원을 기록했다. 리조트사업부 등을 포함한 전사 영업손실은 544억원 규모다.
한경완 CFO는 호텔롯데 재무안정성이 후퇴하던 2021년말 부임했다. 부채성 조달을 늘리고,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만들어냈다. 호텔롯데 총차입금은 2019년말 7조9727억원에서 2021년말 8조8951억원로 약 12% 늘었다. 지난해 3분기말 총차입금은 9조4898억원 수준이다. 코로나 확산 전인 2019년 말 131%였던 부채비율은 2021년 말 180%로 상승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부채비율은 180%를 유지하고 있다.
한 CFO는 지난해 임기 도중 사내이사로도 합류했다. 그해 10월 호텔롯데 리조트사업부 대표이사였던 고원석 전무의 빈자리를 채웠다. 이사회에 들어간 뒤에는 롯데건설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11월 호텔롯데가 2대주주로 있는 롯데건설 유상증자에 861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의하고, 12월에는 2000억원 규모 롯데건설의 전환사채(CB)를 취득하는 특수목적회사(SPC)인 에스프로젝트엘과 CB 양도차익을 정산하는 TRS(Total Return Swap) 계약을 승인했다.
당분간 투자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사업 계획을 세워뒀기 때문에 조달 부담은 덜한 편이다. 기존 차입금과 사채 만기 대응에 주력하면서 수익성 회복을 도와야 한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영업활동(3799억원)과 자산 유동화 등 투자활동(2660억원)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3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1조2271억원이다.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성 차입금은 3조818억원, 유동성 사채는 9490억원 규모다.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 사채는 차환을 지속하고 있다. 오는 5일 만기 2년 기업어음(CP) 300억원(할인율 연 5.414%), 만기 3년 CP 500억원(할인율 연 5.428%) 등으로 686억원을 조달한다. 이번달이 만기인 차입금 100억원(금리 1.65%), 기업어음 400억원(금리 4.35%) 상환과 면세상품 구매대금 등 운영자금(267억원)으로 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