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롯데그룹 계열사와의 채무관계,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자금보충·지급보증약정, 롯데건설의 차입금 증가 등은 레고랜드 사태가 롯데그룹에 남긴 흔적이다.
레고랜드 충격에서 벗어나 자금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아직 위기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힘들다. 올해 재무 경고등이 켜졌던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의 내년 행보에 따라 그룹을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도 달라질 예정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막중한 이유다.
◇부채 가중…강종원 CFO 무거운 어깨
롯데케미칼은 내년 1월 롯데건설이 회사채를 발행하면 우발채무가 발생한다. 롯데케미칼에 5000억원을 빌린 롯데건설은 대여금 상환 등을 위해 내년 1월 2500억원 규모의 1년 만기 공모채를 발행할 예정인데 여기에 롯데케미칼이 지급보증을 선다.
롯데건설과 관련한 채무관계를 제외하더라도 내년 롯데케미칼은 자금 소요가 상당하다. 내년 초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해 계약금을 제외한 잔금(약 2조43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최근 이사회에서 통과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현금이 보충될 예정이지만 이를 훨씬 초과하는 유동성이 한 번에 빠져나갈 전망이다.
연결 재무상태 역시 큰 변동이 예상된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현금성자산이 줄어 순차입금비율 등의 증가가 예상된다. 여기에 최근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법인이 석유화학 단지 조성을 위해 한국수출입은행과 그 외 대주단으로부터 3조1200억원을 차입했다. 차입 과정에서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을 전부 담보로 내놨다. 또 보증기간동안 신용등급이 4단계 이상 하락하면 차입기관은 롯데케미칼의 국내 자산에 담보권을 설정할 수 있다.
차입 자체로도 연결 재무구조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9월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과 순차입금비율은 각각 51.7%, 17.8%이다. 아직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치를 보여왔으나 내년 이후 이 수치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롯데케미칼 CFO인 강종원 상무의 어깨가 무거운 배경이다.
강종원 상무는 1993년 롯데케미칼로 입사해 재무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롯데케미칼 일반회계팀장을 거쳐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법인장을 맡다가 2020년부터 롯데케미칼 재무회계부문장으로 임명됐다.
◇롯데건설, 리스크 그룹 전이 안되도록 '결자해지' 중요
문제의 진원인 롯데건설은 내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롯데정밀화학의 대여금 3000억원을 조기 상환한 것처럼 롯데케미칼(5000억원)과 우리홈쇼핑(1000억원)에서 빌린 대여금도 만기 안에 상환하는 모습을 시장에 보여야 하는 과제가 있다.
내년 1분기부터 닥쳐올 차환 이슈도 해결해나가야 한다. 주택사업이나 정비사업 등 영업에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것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로 불거진 리스크가 타 계열사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 포인트다.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 KB그린에너지제1차에서 설정한 크레딧라인 4500억원에 대해 롯데물산이 자금보충약정을 섰다. 내년 초 회사채 발행으로 롯데케미칼이 지급보증약정을 체결하면 이 역시 '리스크 전이' 요소다.
시장 관계자는 "지급보증 등 약정을 체결하면서 우호적인 환경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상환 시점이 왔을 때 원활한 상환이나 차환으로 타 계열사에 리스크를 전이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증가한 부채비율 관리도 내년 시장의 모니터링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리포트를 통해 "유상증자 및 계열사 대여, 금융권 신규 차입 등으로 유동성 확보하고 있으나 급격히 증가한 재무부담의 해소에는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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