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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모듈러·수처리'에 거는 기대

'오너 4세' 허윤홍 사장 진두지휘, 해외 매출처 형성 공통점

박동우 기자  2022-11-21 14:34:09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더벨이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GS건설은 2010년대 수주 부진과 경기 침체를 겪으며 새로운 사업을 육성할 필요성을 인식했다. '오너 4세'인 허윤홍 신사업부문 대표(사장)가 지휘하면서 미래 수익 기반을 찾는 데 집중해왔다.

단연 기대를 거는 투자 영역은 '모듈러(조립식) 건축'과 '수처리' 사업이다. 유럽, 중남미 등 해외에서 매출처를 형성하는 공통점을 갖췄다.

◇유럽 '엘리먼츠·단우드' 인수, 성과 구현은 '아직'

GS건설의 '투자 드라이브'를 거는 인물은 창업주 일가 4세인 허윤홍 사장이다. 1979년생인 허 사장은 2005년 GS건설에 합류한 이래 재무팀 부장, 경영혁신담당 임원, 사업지원실장 등의 직책을 거쳤다.




간헐적으로 집행하던 투자가 탄력을 받은 계기로 2010년대 초반에 실적이 악화됐던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해외 공사 수주 부진을 겪고 국내 주택 건설 경기가 침체된 여파가 결정적이었다. 유동성을 보강키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파르나스호텔 등 유형자산을 매각하는 방안까지 구사했을 정도다.

GS건설 경영진은 경기 변화에 따른 실적 변동성 리스크를 줄이려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한다고 인식했다. 자연스레 제3의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집중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2018년 신사업추진실이 출범하고, 허 사장이 지휘봉을 잡았다. 2020년에는 신사업추진실이 신사업부문으로 확대 개편됐다.

이후 GS건설의 연간 신규 투자액은 급격하게 불어났다. 2017년에는 69억원을 집행하는 데 그쳤으나 신사업추진실이 발족한 첫해인 2018년에 405억원까지 늘어났다. 1년 만에 5배 넘게 증가한 금액이다. 특히 2020년에는 1023억원을 투입했다.




2020년 투자처 가운데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기업이 '엘리먼츠 유럽(Elements Europe)'이다. 그해 1월에 342억원을 들여 지분 75%를 인수했다. 영국에 자리잡은 업체로, 철골을 토대로 모듈러(조립) 주택을 짓는 사업에 주력하는 곳이다. 구조물을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블록을 쌓듯이 짜맞추는 공법을 구사해왔다.

엘리먼츠 유럽에 거액의 자금을 투입한 건 해외 모듈러 건축 시장이 팽창하는 대목을 눈여겨봤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과 견줘 공사 기간을 줄이는 만큼, 부동산 개발 사업자의 호응을 얻는 이점을 갖췄다. 분진 등의 오염을 우려하지 않아도 돼 다른 공법과 비교해 환경 규제 영향도 덜 받는다.

자금 집행은 엘리먼츠 유럽에만 그치지 않았다. 2020년 3월에 폴란드 법인(GS E&C Poland)을 활용해 현지 업체 '단우드(Danwood)' 경영권도 인수했다. 이를 위해 GS건설은 1억4200만유로(1921억원)를 부담했다.

철제 구조물에 초점을 맞춘 엘리먼츠 유럽과 달리, 단우드는 목재로 구성된 조립 건물 시공에 잔뼈가 굵은 업체다. 독일에서 모듈러 주택 시장 점유율 4위를 차지한 점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안정적인 매출처를 형성했다는 분석이 GS건설의 계열사 편입에 주효했다.




모듈러 건축 영역에 투자한 지 2년이 흘렀다. 탄탄한 사업 성과를 구현하겠다는 GS건설의 목표는 아직 달성되지 않았다. 엘리먼츠 유럽은 지난해 2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는 3분기 말까지 누적 순손실액이 마이너스(-) 30억원으로 불어났다.

엘리먼츠 유럽의 장부가액도 줄었다. 2020년 말에는 GS건설이 보유한 지분 평가가치가 342억원이었으나, 지난해 말에는 216억원으로 37%가량 감소했다.

영업권 손상을 평가하면서 적용하는 할인율 역시 불안하다. 사업을 둘러싼 리스크를 반영하는데, 수치가 높아질수록 현재가치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엘리먼츠 유럽은 2020년 말 10.2%에서 2021년 말 15.6%로 1년새 5.4%포인트(p) 올랐다. 단우드도 같은 기간 9.7%에서 13%로 3%p 넘게 상승했다.




◇'신사업 효시' 이니마, 중장기 IPO 모색

GS건설의 투자 내역을 살피면 수처리 사업에도 눈독 들인 대목이 관심을 끈다. GS이니마는 '신사업 진출의 효시'라는 상징성을 갖춘 회사다. 바닷물을 담수(민물)로 바꾸는 데 특화된 스페인 기업으로, 2012년 GS건설이 인수했다.

국민연금 코퍼릿파트너십펀드와 손잡고 총 2억3100만유로(3400억원)를 투입했다. 당시 GS건설은 GS이니마 지분율을 79.6% 확보했다. 나머지 20.4%의 주식은 코퍼릿파트너십펀드에서 보유했다.

인수를 단행했던 배경은 무엇일까. 담수 플랜트 시장에서 점유율 기준으로 10위권에 드는 위상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중남미와 북아메리카에도 일찌감치 진출한 대목도 매력으로 작용했다. GS건설이 눈여겨보는 '안정적 실적 창출' 조건에 부합했던 셈이다.




한때 손을 털 뻔한 적도 있었다. 재무 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던 2014년에 GS건설은 GS이니마의 매각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듬해 계획을 철회했다. 환차손 우려가 대두된 데다, 적정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사내 의견을 감안했다.

허윤홍 사장이 신사업을 총괄하면서 GS이니마는 GS건설의 완전 자회사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 GS건설은 890억원을 투입해 GS이니마의 잔여 지분을 사들였다. 여세를 몰아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공모 자금으로 신규 사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상'도 세웠다. 다만 구체적인 기업공개(IPO) 시점은 확정하지 않았다.

GS이니마의 IPO 추진을 염두에 두며 세운 회사가 '글로벌워터솔루션'이다. GS이니마를 지배할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하는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증시에 상장하는 사례를 감안해 한국거래소가 '외국기업지배지주회사 제도'를 시행하는 대목과 맞물려 있었다.

2021년 2월에 GS건설이 글로벌워터솔루션을 겨냥해 25억원을 출자했고, 같은해 10월에는 8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2021년 3월에는 6292억원 규모의 GS이니마 보통주 물량을 모두 현물출자 방식으로 글로벌워터솔루션에 넘겼다.

GS이니마는 GS건설의 투자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오만, 브라질 등 각국 정부에서 프로젝트 수주를 따내면서 실적 우상향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 이래 매년 200억원을 웃도는 순이익을 시현했다. 장부가액 역시 △2017년 3163억원 △2019년 5054억원 △2021년 6397억원 등으로 불어나는 흐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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