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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CFO / 신세계

'따로 또 같이' 그룹 컨트롤타워, 전략실 CFO에 권한 집중

①삼성 계열분리·월마트코리아 인수 등 총괄, 남매 분리경영 후 권한 일부 축소

문누리 기자  2022-11-15 10:46:58

편집자주

[창간 기획]기업의 움직임은 돈의 흐름을 뜻한다. 자본 형성과 성장은 물론 지배구조 전환에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손길이 필연적이다. 자본시장미디어 더벨이 만든 프리미엄 서비스 ‘THE CFO’는 재무책임자의 눈으로 기업을 보고자 2021년말 태스크포스를 발족, 2022년 11월 공식 출범했다. 최고재무책임자 행보에 투영된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THE CFO’가 추적한다.
지주사가 따로 없는 신세계그룹은 일찍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들여 각 계열사별 주력 사업을 키워왔다. 다만 대형 인수합병(M&A)와 계열사 업무 지원 및 조율 등은 그룹의 '숲'을 관장하는 컨트롤타워를 주축으로 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직속으로 운영되는 조직 '전략실'이다.

특히 남매 분리 경영이 가속화되면서 전략실 CFO의 권한과 역할, 기능에도 변화가 생겼다.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 직후와 월마트코리아 M&A, ㈜신세계 기업분할 등의 굵직한 이슈에선 전략실 CFO의 권한이 막강했다.

하지만 2011년 백화점과 이마트 부문 인적분할, 2016년 정용진·정유경 남매의 보유 지분 맞교환 등으로 분리 경영이 본격화한 뒤엔 계열사별 CFO들에게로 무게추가 옮겨갔다. 특히 이마트가 이베이·스타벅스 등 굵직한 M&A건의 인수주체로 나서는 등 그룹 경영전략의 중심축이 됐다.



신세계그룹은 CFO라는 직책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각 계열사별로 자금·회계 등 업무를 총괄하는 재무담당을 세워 CFO의 역할을 수행토록 하고 있다. 그룹을 총괄하는 전략실도 예외는 아니다.

1993년 삼성그룹으로부터 ㈜신세계 계열분리를 결정하고 1997년엔 공정거래법상으로도 완전히 계열분리할 당시만 해도 경영지원실(현 전략실)은 있어도 별도의 재무담당은 없었다.

2001년에야 장남 정용진 경영지원실 부사장 아래 장성규 상무를 경영지원실 기획담당으로 뒀다. 2002년엔 아예 경영지원실 재경담당 자리를 만들어 허인철 상무보를 앉혔다. 허 재경담당은 2004년 상무로 승진해 2005년(당시 관리담당으로 명칭 변경)까지 총 4년간 그룹 '곳간지기' 역할을 했다.

허 상무는 2006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지원실장 자리에도 올랐다. 그룹 총괄 CFO 출신이 그룹의 컨트롤타워 수장이 된 셈이다. 특히 허 실장은 2006년 1조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던 월마트코리아를 8250억원에 사들이는 '신의 한 수'를 보여줬다.

당시 월마트는 신세계그룹에 종업원 고용승계, 협력사 계약기간 보장, 우수협력사 계약 갱신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고 허 실장은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이를 월마트와 처음 접촉한 지 1주일 만에 성사시킬 만큼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렸다. 주식 양수도 계약 등 M&A 절차를 전부 3주 만에 마무리했다.

허 실장이 2011년 ㈜신세계의 기업 분할을 진두지휘할 당시 함께했던 CFO는 한채양 기획관리담당이다. 한 상무는 20년 가깝게 신세계그룹에 머물며 재무 부문에서만 일했다. 2011년 5월 신세계를 백화점업(신세계)과 대형마트업(이마트)을 담당하는 별도 회사로 쪼개며 재무적 독립·책임경영 교통정리에 힘썼다.

2001년 신세계그룹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한 그는 2009년 처음 임원직에 올랐다. 줄곧 그룹 내 재무를 담당해온 한 상무는 2016년 잠시 이마트로 적을 옮긴 당시에도 경영지원본부장 겸 관리담당으로 금고지기 역할을 했다.

한 상무는 당시 이마트,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신세계사이먼, 신세계조선호텔 등 7곳의 계열사에서 사내이사, 감사 등 핵심 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룹 내부 돈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안 다고 평가받은 만큼 2017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1년만에 다시 그룹 전략실 CFO 자리로 돌아왔다. 오랜 시간 그룹 CFO로 정평난 그는 2019년 말 신세계조선호텔 대표이사로 올라가며 사내 입지를 굳혀갔다.



정용진·정유경 남매 분리경영으로 이마트와 ㈜신세계 등 각 계열사의 독립경영이 심화되면서 전략실 CFO의 권한도 축소되기 시작했다. 먼저 전략실 관리담당이 맡고 있던 재무·기획 전략을 짜는 업무 일부가 계열사별 재무담당으로 이관됐다.

업무 축소의 연쇄 작용으로 과거 200명 수준이었던 전략실 임직원 수도 4분의 1 수준으로 줄게 됐다. 그룹 안팎에선 추후 경영권 승계와 계열 분리가 최종 완료될 경우 그룹 전략실 및 총괄 CFO도 더이상 존속 의미가 없어질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특히 굵직한 M&A건의 인수주체로 신세계와 이마트가 개별적으로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그룹 확장전략의 중심축이 계열사로 분산됐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2018년 까사미아를 인수해 '신세계까사' 명칭으로 계열사 편입시키고 올해 신세계라이브쇼핑 지분을 인수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해 이마트 아래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와 W컨셉, 이베이코리아, 스타벅스코리아 등을 사들이는 등 M&A에 적극 나섰다. 이 과정 가운데 재무 분석과 조달 등 주요 업무는 각 계열사별 CFO들에게로 무게추가 옮겨갔다.

다만 이전에 비해 권한과 역할, 기능이 축소됐다 해도 그룹 내 이슈를 총괄하는 만큼 '톱'으로서의 위상은 여전하다. 그룹 전략실 소속 임직원들은 CFO를 비롯해 직원들까지 일부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평가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그룹 전략실 임원뿐 아니라 과장·대리 등 실무급들은 계열사에 비해 급여 수준이 월등히 높은 편"이라며 "그만큼 그룹의 전략과 재무 등을 총괄하고 내부 기밀정보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특별하게 여기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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