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컨트롤타워는 이사회다. '세계 1위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과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지향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사진 구성에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세계 1위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은 군(軍) 출신 인사와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이 다수 포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외이사로 법조계, 학계 경력 인사를 선임했다. 전문성 측면에서 록히드마틴이 앞설 수 밖에 없는 구성이다.
이사회 구성원 중 사외이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록히드마틴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압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57%를 기록한 반면, 록히드마틴은 90%대로 나타났다.
◇록히드마틴 : 14인 중 13인 사외이사, 방산 특수성 '보안위' 운영록히드마틴 이사진은 모두 14명이다. 사내이사는 단 1명으로, 제임스 테이클릿(James Taiclet) 록히드마틴 사장이다. 테이클릿 사장은 2021년 3월부터 이사회 의장을 맡은 인물이다. 그는 이동통신사 기지국 임대 사업에 특화된 아메리칸타워 CEO, 항공기 엔진 개발사 프랫앤드휘트니(P&W) 임원으로 근무한 경험을 갖췄다.
나머지 13인은 모두 사외이사로 채웠다. 커리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CEO'와 '예비역 장성'이다. 전투기, 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를 양산하는 만큼 방위 산업을 둘러싼 이해가 탁월한 인물을 선호했다. 이사회가 경영 의사결정을 내리는 핵심 기구라는 인식과 맞물려, 기업 운영 경험이 두터운 인사 역시 록히드마틴의 러브콜을 받았다.
장성 출신 사외이사는 4명으로 집계됐다. 모두 미군에 몸담았다.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역임한 조지프 던포드(Joseph Dunford) 해병대 예비역 대장, 빈센트 스튜어트(Vincent Stewart) 전 미국 국방정보국(DIA) 국장, 미국 국가정찰국(NRO) 수장을 지낸 브루스 칼슨(Bruce Carlson) 공군 예비역 대장, 원자력발전운전협회를 이끌었던 제임스 엘리스(James Ellis) 전 해군 제독이 눈에 띈다.
국방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법조계 인사도 록히드마틴 이사회에 포함돼 있다. 제이 존슨(Jeh Johnson) 법무법인 폴와이즈 변호사가 여기에 부합한다. 존슨 변호사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미국 국방부 법률 고문을 거쳐 국토안보부 장관까지 역임했다.
사외이사 가운데 CEO 경력자는 7명이다. 전체 이사회 구성원 14인 가운데 절반을 차지한다. 데이비드 버릿(David Burritt) US스틸 사장, 석유 업체 옥시덴털 페트롤리움의 비키 홀럽(Vicki Hollub) 사장 등은 현직 경영인이다. 과거 CEO를 지낸 사외이사로는 토머스 포크(Thomas Falk) 전 킴벌리클라크 회장, 데브라 리드(Debra Reed-Klages) 전 셈프라에너지 회장 등이 거론된다.
CEO 출신 인물들의 경력은 화려하다. 대니얼 애커슨(Daniel Akerson) 이사가 대표적이다. 사모투자펀드(PE) 운용사인 칼라일그룹 부회장을 지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완성차 제조사인 제너럴모터스(GM) 회장도 역임했다. GM을 이끌며 부실 자산을 매각하고, 시장 호응이 낮은 대형차 모델 생산을 중단하는 등 기업의 체질을 바꾼 인물로 평가받는다.
전직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건 눈여겨볼 대목이다. 록히드마틴이 재무적 위험 관리, 자금 조달과 배분 등을 경영상 중요 과제로 인식한다는 방증이다. 패트리샤 야링턴(Patricia Yarrington) 이사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석유 기업 셰브론의 CFO 직무를 수행했다. 데이비드 버릿 이사 역시 2000년대 건설 중장비 제조사 캐터필러에서 △자금 조달 △내부 회계 △조세 등의 업무를 총괄했다.
록히드마틴은 이사회 안에 4개 소위원회를 설치했다. △감사위 △기밀사업·보안위 △임명·지배구조위 △경영개발·보상위 등이 존재한다. 기밀사업·보안위는 국방과 직결된 특수성을 반영한 조직이다. 영업과 생산, 연구·개발(R&D) 활동의 보안 실태를 감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급망 리스크도 중점적으로 관리한다.
경영개발·보상위는 CEO를 포함한 록히드마틴 임원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보수를 책정하는 기구다. 등기이사의 보수 한도만 심의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보상위와 달리, △인재 관리 △근로자의 다양성 증진 사안까지 들여다보는 차이점이 있다.
임명·지배구조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사회 내부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 ESG위와 유사하다. 이사 후보자를 선정하고, 지속가능경영(Sustaiability Management) 계획을 수립한다. 근로자의 안전과 인권을 둘러싼 사안도 검토하고 의결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오너 3세' 참여, 규제 특수성 '내부거래위' 존재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사회 멤버는 7명이다. 사외이사가 4명으로 과반을 이루고 있다. 나머지 인원은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으로 구성했다. 올해 10월 말 기준으로 이사회 의장은 손재일 대표가 겸직했다. 손 대표는 한화지상방산 대표, 한화디펜스 대표 등의 경력을 지닌 인물이다.
손 대표와 함께 김동관 대표 역시 사내이사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는 그룹 창업주 3세로, 한화솔루션 부회장과 ㈜한화 전략부문 대표 직책을 함께 수행 중이다. ㈜한화 방산부문 대표를 맡은 김승모 사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면서 경영 전반을 조언하는 데 주력해왔다.
법조 분야, 학계 등에 몸담은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군 출신 인사와 전·현직 CEO들이 이사회에 포진한 록히드마틴과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선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등을 역임했다. 김상희 변호사는 2000년대 법무부 차관을 지냈다.
김현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학계에서 커리어를 다진 인물로,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비상임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최강수 전 한국기업평가 총괄 전무는 재무 현안을 둘러싼 이해가 탁월한 강점을 갖췄다.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로는 6개 조직이 존재한다. △감사위 △집행위 △사외이사후보추천위 △내부거래위 △보상위 △ESG위 등을 두고 있다. 집행위는 이사회에서 위임한 사항과 공통 현안 과제를 심의하고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다. 경영진이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보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내부거래위는 계열사와 내부 거래가 이뤄지는 현황을 파악하고 법규를 위반하는 사실이 발견되면 이사회에 시정 조치를 건의한다. 기업집단에 속한 만큼 공정거래위로부터 내부거래 규제를 받는 특수성이 반영됐다.
ESG위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가치를 경영에 접목하는 트렌드에 부응하면서 출범한 조직이다. 올해 기업지배구조헌장 제정, 리스크관리규정 제정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