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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절차 선진화

배당정책 뒤처지는 상장사, 개선 요구 압박 커질까

④주주 환원 규모 따라 투자 판단 달라질 여건 조성

김형락 기자  2022-09-28 09:00:30
금융당국이 배당 기준일을 배당 규모 확정 이후 시점으로 옮기는 제도 개편을 시사하면서 기업들이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주들이 향후 받을 배당금을 사전에 파악해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정을 손보는 만큼 배당에 인색했던 상장사들은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대비책을 고심해야 하는 처지다. 장기 배당계획을 사전에 공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기업별 영향 case 1: 3개년 배당정책 예고 '삼성전자', 배당정책 변화 미미

주주들에게 배당은 초미의 관심사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3년 동안 주주총회에서 배당정책 질의는 빠지지 않고 나왔다.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는 592만2693명이다.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은 66.33%(39억5990만2598주)다.

삼성전자는 배당 기준일을 배당금 확정 이후로 바꾸는 제도 개선을 배당정책을 좌우할 큰 변수로 보고 있지는 않다. 이미 3개년 배당계획을 밝혀 주주들에게 투자 판단 근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 배당계획을 주주들에게 고지하고, 실행해 배당 안정성을 도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주 환원 규모 예측 가능성 제고에 중점을 두고 배당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2017년 공개한 3개년 주주 환원 정책에 따라 2018~2020년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50% 범위 내에서 28.9조원(연간 9.6조원)을 정규 배당했다. 잔여재원 10.7조원은 특별배당금 성격으로 2020년 정규 배당에 더해 지급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월 발표한 배당정책은 2023년까지 유효하다. 3년간 잉여현금흐름 50%를 주주 환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매년 지급되는 정규 배당으로 책정해둔 금액은 9.8조원이다. 잔여재원이 발생하는 경우 일부 조기환원도 검토할 예정이다.

◇기업별 영향 case 2: 배당 확대 요구 받는 SK케미칼·태광산업·BYC·사조산업 등 긴장

다른 상장사들도 앞으로 투자 유인을 높이기 위해서는 배당 규모 책정에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제도 개편 뒤에는 배당 규모를 따져보고 투자 의사결정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주주들이 배당 확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장사들은 나머지 주주들의 동요를 막을 배당안을 내놓아야 한다. 기존에는 단기 배당 수취 목적 투자자들은 배당 기준일 이후 주식을 매도해 주총 개입 가능성이 작았지만, 제도 정비 뒤에는 주총에서 배당 목적 투자자들의 검증이 한결 까다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SK케미칼은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활동이 활발한 곳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싱가포르 헤지펀드 메트리카 파트너스(Metrica Parners)로부터 △주가 저평가 지속에 따른 이의 제기 △자회사 지분 매각 및 특별 배당 요구 등이 담긴 공개서한을 수령했다.

지난 1월에는 안다자산운용이 SK케미칼에 배당성향 증가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지난 3월 SK케미칼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결산 배당금 총액(588억원)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3025억원)의 2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배당 안건은 찬성률 90.1%로 가결됐다.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1758만9923주) 중 60%가량(1056만8777주)이 의결권을 행사한 결과다.

태광산업, BYC에서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주활동을 펴고 있다. BYC는 지난해 12월, 태광산업은 지난 3월 합리적 배당정책 수립 요구 등이 담긴 주주 서한을 수령했다.

사조산업은 소액주주들이 실력 행사에 나섰다.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제안 배당안(주당 300원)과 주주 제안 배당안(주당 1500원)이 표 대결을 벌였다. 이사회 제안은 찬성률 88.8%·반대율 11.2%로 가결되고, 주주제안은 찬성률 11.2%·반대율 89.2%를 기록해 부결됐다.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499만3000주) 중 의결권 행사 주식 수는 68% 수준(339만1743주)이었다.

사조산업은 구체적인 재무 지표를 기준으로 배당정책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전년과 동일하거나 완만하게 증가하는 수준의 배당을 기본 정책으로 향후에도 유사한 배당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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