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에는 상장 후보들이 많다. 상장 건설사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은데다 조 단위 시총 이상 대어급이 즐비하다. 최근 수년간 최적의 상장 타이밍을 노려온 건설사들이 올해 들어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할 분위기다. 주요 상장 후보 건설사들의 기업가치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이를 조명해보는 동시에 각사의 IPO 전략도 살펴본다.
롯데건설은 업계에 남아있는 또 하나의 대어급 기업공개(IPO) 후보다. 매년 5조원대 연매출에 3000억~5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낼 정도로 실적이 탄탄하다. 자산규모도 크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는 5조원대로 포스코건설, SK에코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 등 경쟁사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작 롯데건설의 기업가치는 평가할 만한 근거가 그리 많지 않다. 무엇보다 전체 주식의 99.6%를 대주주 롯데케미칼(지분율 43.69%)과 호텔롯데(지분율 43.07%)를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이 갖고 있는 탓이다.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구주가 없어 당장 시장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가총액 등 별도 지표가 없다.
대주주들이 올려둔 장부가치가 그나마 가늠자다. 다만 이것만 놓고 보면 롯데건설 기업가치는 2조원대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상당히 저평가 돼 있다. 반면 최근 상장을 추진하거나 이를 진행 중인 현대엔지니어링이나 SK에코플랜트의 멀티플을 대입하면 '6조'원대까지 가치가 오른다.
◇장외시장 거래 없어…대주주 보유지분 장부가치 2조 중반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은 보유 중인 롯데건설 지분의 장부가치를 지난해말 기준 982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2016년만 해도 장부가 기준 6000억원대 초반 수준이었던 지분가치가 5년만에 50% 이상 올랐다. 취득원가(4395억원) 대비로는 약 2.2배 상승이다.
100% 지분가치로 환산하면 전체 기업가치로는 2조2420억원이 나온다. 상장된 건설사들과 비교하면 3조~4조원대 시총인 현대건설, GS건설보다는 낮고 대우건설, DL이앤씨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대우건설과 DL이앤씨는 지난해 7조~8조원 규모 연매출에 7000억~9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다. 1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비롯해 전반적인 수익성 지표도 대형 건설사 중 상위권에 해당한다.
실적 규모나 수익성만으로 단순하게 놓고 보면 롯데건설은 두 회사에 소폭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근 3년간 해마다 5조원대의 매출에 3000억~4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6~8%대를 유지했다.
◇현대엔지 적용 멀티플 11.6배 적용 시 6조 육박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와 SK에코플랜트가 적용했던 다소 공격적인 밸류에이션 툴을 적용해보면 가치는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두 회사는 자사 밸류에이션에 11.6배 수준의 EV/EBITDA 멀티플을 적용했다.
롯데건설의 지난해 EBITDA인 5082억원에 멀티플 11.6배를 적용하면 전체 기업가치(EV)는 5조8960억원으로 계산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올해 초 산정한 공모가 밴드 상단과도 일치하는 수치다. 다만 이는 멀티플을 산정 과정에서 사업구조와 기업규모가 다른 해외 업체들을 지나치게 많이 반영한 수치여서 '고평가' 논란이 여전히 있다.
현실적인 멀티플은 대우건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대형사들의 평균치인 5배 수준이다. 이를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약 2조5400억원 수준이다. 롯데케미칼이 자사 재무상태표에 반영한 지분 가치 장부가액과 비슷하다. 규모가 유사한 다른 상장사들의 시총과 비교해보더라도 큰 무리가 없다.
중장기적으로 상장을 염두에 둔 대주주 입장에선 만족스럽지 못한 가격일 수 있다. 상장의 주요 목적이 기업가치 극대화를 통해 구주·신주 매출로 들어오는 공모자금을 늘리기 위해서다.
밸류 극대화를 위해선 성장성이 높은 미래사업 중심으로의 체질 개선이 이뤄지거나 별도로 주목할 만한 파이낸셜 스토리가 더해져야 한다. 롯데건설의 약점으로 꼽히는 획기적인 신사업 비전의 부재와도 맞물리는 대목이다.
롯데건설이 단기적으로 상장 계획을 꺼내지 않고 있는 배경 역시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밸류업 수단을 찾지 못한 영향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에게 상장 최적기가 찾아오기까진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롯데건설 측은 "대내외적 불확실성 등을 고려했을 때 IPO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현재로선 본격적인 IPO 추진을 논의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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