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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건설사 밸류 분석

롯데건설 IPO, 신동빈 중심 지배구조 개편 '키'

2008년 주관사 선정 뒤 글로벌 금융위기로 무산…밸류 측면서 올해 '적기'

성상우 기자  2022-05-24 10:40:35

편집자주

건설업계에는 상장 후보들이 많다. 상장 건설사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은데다 조 단위 시총 이상 대어급이 즐비하다. 최근 수년간 최적의 상장 타이밍을 노려온 건설사들이 올해 들어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할 분위기다. 주요 상장 후보 건설사들의 기업가치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이를 조명해보는 동시에 각사의 IPO 전략도 살펴본다.
롯데건설의 기업공개(IPO)는 10여년을 끌어온 해묵은 이슈다. 2008년 상장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무산됐다. 그 뒤로 몇차례 더 회사 안팎에서 상장 논의가 불거졌지만 진행되지 않았다. 올 들어 현대엔지니어링과 SK에코플랜트가 잇따라 상장을 추진하자 롯데건설까지 시선이 몰린 배경이다.

시장이 롯데건설의 IPO 추진 가능성을 계속 염두에 두고 있는 이유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도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기 때문이다. 롯데 지주사 체제 완성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기에 앞서 롯데건설 등 호텔롯데가 지배하고 있는 다른 계열사들을 먼저 상장시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롯데건설 지분은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가 각각 43.79%, 43.07% 지분율로 양분하고 있다. 형식상 최대주주는 롯데케미칼이지만 사실상 호텔롯데와 공동 보유 중인 형태다. 나머지 지분 중 롯데알미늄과 롯데홀딩스가 각각 9%대와 1%대 지분을 보유 중이다. 총수 일가 3명(신동빈·신동주·신영자)도 1% 미만의 지분을 각각 보유 중이다.

◇호텔롯데 상장 무산, 대체 수단 롯데건설 IPO 시나리오 '유력'

롯데건설은 지난 10여년간 수 차례 IPO 시장 문을 두드렸다. 그 중 첫 번째 시도가 지난 2008년에 있었다. 당시 상장 예비심사 승인까지 받아놓은 상태였지만 직후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무산됐다. 당시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NH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는 현재까지 주관사 지위를 유지 중이다.

IPO 논의는 2010년대 후반 들어 다시 재점화됐다. 롯데그룹이 2017년 롯데 지주를 상장시키며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다. 당시 호텔롯데와 함께 롯데건설 등 주요 비상장사들에 대한 상장 추진이 이어질 것으로 봤지만 결국 진행되진 않았다.

롯데건설의 IPO 이슈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시도되고 있는 이유는 호텔롯데가 보유한 지분 때문이다. 호텔롯데가 자사 상장에 앞서 롯데건설 상장을 통해 밸류업과 공모자금 회수를 하는 것이 선결조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총수일가→광윤사(일본)→롯데홀딩스(일본)→호텔롯데→롯데지주→주요 계열사'로 이어지는 라인이 큰 줄기다. 다만 주요 계열사 중 상당수가 롯데지주보다는 호텔롯데의 지배를 받고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홀딩스와 그 자회사인 L투자회사(일본)가 90% 이상을 갖고 있다. 롯데그룹에 대해 일본 회사라는 이미지가 아직도 짙게 남아있는 이유다. 호텔롯데가 각 계열사에 갖고 있는 지배력을 롯데지주로 통일시키지 못한다면 완전한 의미의 지주사 체제 전환이 이뤄졌다고 보기도 힘들다.


롯데건설 사옥 전경

◇롯데건설 상장→롯데호텔 상장→롯데지주 지배력 강화 시나리오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선 호텔롯데의 상장 및 롯데지주와의 합병이 필수적이다. 현재 상태로 합병부터 할 경우 롯데 지주의 시총이 호텔롯데보다 작기 때문에 지주 및 신 회장의 지분율 희석을 감수해야한다. 하지만 호텔롯데를 상장시킬 경우 롯데홀딩스 등 일본계 법인 지분을 낮출 수 있어 지분율 측면에서 유리해진다.

문제는 2020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로 호텔롯데 상장 계획은 무기한 연기됐다는 점이다. 롯데건설을 먼저 상장하는 시나리오가 '대세'로 떠오른 이유다. 호텔롯데가 지분을 보유한 롯데렌탈과 롯데건설의 IPO 프로세스가 유력해졌다. 상장을 통해 낮아진 호텔롯데의 밸류를 키우고 실제 실탄도 확보할 수 있다.

밸류 차원에서도 IPO 적기로 여겨진다. 롯데건설은 2010년대 후반의 실적 개선 사이클과 지난 1~2년간의 국내 주택시장 호황기를 거치면서 내실다지기에 집중해왔다. 2016년도 2조원대 초반 수준이었던 건축 사업 매출을 지난해 4조원대까지 키우며 수익성을 높여왔다. 그 사이 건축 비중은 60% 수준에서 75%까지 높아졌다.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그룹 내부 거래 비중도 최근 수년간 크게 개선됐다. 총 거래액 1조5000억원을 넘어서며 전체 매출 중 40%를 넘나들던 내부 매출은 최근 2~3년간 연간 평균 1조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전체 매출 대비 비중으로는 20% 미만이다. 독자적인 사업 역량과 수익 기반을 어느정도 갖추게 됐다는 의미다. 그 사이 연결 EBITDA는 5000억원을 돌파하고 부채비율은 110%대까지 떨어뜨리며 그 어느때보다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게 됐다.

롯데건설은 여전히 "IPO는 논의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은 여전히 가까운 미래에 롯데건설이 상장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 실적 등 밸류 측면에서 펀더멘털 등 어떤 면에서나 지금이 적기라는 분석이다. 1~2년이 흘러 또 다시 다른 악재가 터지거나 외부 변수가 발생한다면 다음 적기까진 또 다시 몇 년을 기다려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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