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재무수장인 김양섭 재무본부장(CFO)이 올초 밝혔던 재무목표 달성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순차입금을 지난해 말 대비 1조원가량 줄였다.
김 본부장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 재무실장을 맡다가 올 1월부터 SK이노베이션 전체 재무를 총괄하는 재무본부장에 선임됐다. 1월말 기업설명회에서 데뷔전을 치른 그는 "순차입금이 10조원 이내에서 유지되도록 재무건전성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목표를 숫자로 제시했다.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하는 1월 기업설명회 당시만해도 SK이노베이션의 표정은 어두웠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전체 실적으로 영업손실 2조5688억원을 기록했다. 대규모 적자로 지난해 결산배당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김 본부장이 배당 중단을 직접 밝힌 날이기도 하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8조7254억원이었다. 실적 악화 속에 배터리 공장 투자 등 자본적지출(CAPEX)로 약 4조4000억원을 집행한 결과였다. SK이노베이션이 집계하는 순차입금은 리스부채를 제외한 수치다. 한국기업평가는 리스부채를 포함해 순차입금을 계산하는데, 이럴 경우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10조원에 육박하는 9조8406억원으로 불어난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29일 기업설명회에서 SK이노베이션의 상황은 올초와 사뭇 달라졌다. 코로나19 파고가 잦아들면서 정유업황이 개선된 효과가 컸다. 역대 최고 실적을 낸 윤활유사업과 정유사업 회복 등으로 3분기 영업이익은 618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눈에 띄는 숫자는 순차입금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약 1조원이 감소한 7조7507억원이었다. 김 본부장은 "투자지출 증가에도 SK IET 기업공개, SK루브리컨츠 소수지분 매각 등 현금유입으로 지난해 말보다 9747억원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신성장 동력으로 배터리사업에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재무실은 투자 확대 속에 재무안정성 훼손을 최소화하는 게 과제로 꼽혀왔다. 적극적인 유동화 전략을 펼친 이유였다.
자산 유동화 방안은 지난 6월 자회사 SK에너지가 116곳의 주유소, 건물, 토지 등을 7638억원에 매각해 사업을 임대로 전환하면서 유동성을 늘린 것을 꼽을 수 있다. 지난 4월에는 윤활사업을 영위하는 SK루브리컨츠 지분 일부를 매각해 1조1000억원을 현금화했다.
김 본부장이 손에 쥐고 있는 유동화 카드는 아직도 남아 있다. 사업보고서에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돼 있는 페루 56·88 광구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면 1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페루 광구 매각은 지난해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에 대통령 탄핵 등 현지 정세 변화로 지연되고 있다. 페드로 카스티요가 지난 9월 페루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페루 정권이 바뀌는 등 현지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며 "현재 순조롭게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 지분 일부 매각 건은 현재 잠정 중단됐으나, 시장에서 계속 매각 가능성은 거론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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