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래로 모회사인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파크에 전방위로 자금을 지원해왔다. 합산 3140억원 규모 출자에 더해 투자지분(이월드) 매입으로 1001억원의 현금을 공급했다. 896억원 규모 대여금도 제공하고 있다.
이랜드파크가 영구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이들 모회사의 자금 지원 부담도 덜 수 있게 됐다. 이랜드파크는 기존 차입금 중 이자 부담이 높은 순서대로 순차적으로 상환할 계획으로 여기에는 이들 모회사로부터의 대여금도 포함될 예정이다.
◇3140억 증자, 1001억 지분매입…896억 대여 이랜드파크는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22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흑자폭이 크지 않으며 당기순이익은 2020년부터 4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2020~2023년 4년간 누적된 당기순손실은 2698억원이다. 2019년말 자본총계가 2753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자본잠식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랜드파크를 자본잠식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준 곳은 모회사인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이다. 그룹 지주사인 이랜드월드(지분율 51.01%)와 그룹 유통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48.98%)이 이랜드파크 지분을 양분하고 있다.
먼저 유상증자가 꼽힌다. 이랜드파크는 2020년 8월 440억원, 2022년 5월 1900억원, 2024년 7월 800억원 등 합산 314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유상증자 자금 전액은 이랜드월드가 1602억원, 이랜드리테일이 1538억원을 책임졌다. 이중 2022년 5월 유상증자의 경우 이랜드월드가 책임진 969억원은 전액 출자전환이었고 이랜드리테일이 책임진 931억원 중 311억원은 출자전환이었다.
이랜드월드가 이랜드파크에 현금을 공급한 방법은 유상증자 외에 또 있다. 2024년 6월 이랜드파크가 보유하고 있던 그룹 테마파크 운영 계열사인 이월드 지분 중 일부인 29.58%를 1001억원에 사왔다. 이 지분거래로 이랜드월드는 이월드에 대한 지분율을 기존 13.84%에서 43.42%로 올리면서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랜드파크는 관계사로부터 대여금도 끌어다썼다. 2023년말 기준 관계사로부터의 대여금이 1624억원으로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3753억원)에서의 비중이 43%였다. 이랜드월드로부터의 대여금이 83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랜드리테일 443억원, 뉴코아강남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 300억원, 이랜드공덕 49억원 순이었다. 2024년 3분기말 기준으로는 이랜드월드 448억원, 이랜드리테일 448억원, 뉴코아강남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 300억원, 이랜드공덕 49억원을 합산한 1245억원이었다.
이랜드파크는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에 대여금에 대한 담보를 제공했다. 이랜드파크가 담보로 제공한 자산은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과 이랜드이츠와 켄싱턴월드 등 종속기업 주식이다. 2023년말 기준 이랜드파크 전체 자산(8444억원)에서 유형자산(4460억원)과 종속·관계기업 투자지분(3210억원)이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핵심 자산이므로 담보로서의 활용도도 높다.
◇영구채 발행으로 기존 차입금 순차 상환…모회사 지원 부담 경감 이랜드파크는 지난달 30일 375억원 규모 전환사채(CB)와 125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만기가 30년인 만큼 영구채로 분류돼 자본을 확충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CB의 경우 이번 1분기 내로 합산 1500억원까지 순차적으로 발행할 계획으로 추가 자본 확충이 기대된다. 2023년말 부채비율이 307.7%까지 상승했던 만큼 재무건전성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이랜드파크 측은 이번에 발행한 CB와 EB의 표면이자율이 5.0%인 만큼 기존에 조달하고 있던 차입금 중 이자 부담이 높은 순서대로 순차적으로 상환할 뜻을 밝혔다. 이랜드월드가 제공한 대여금의 이자율은 7.56%이며 이랜드리테일이 제공한 대여금의 이자율은 7.44%다. 이 때문에 이번 1분기 내 CB 발행 경과에 따라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로부터의 대여금도 상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결과적으로 모회사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이랜드월드로서는 이랜드파크에 대한 자금 지원 부담을 줄이면서도 조달여력을 키우기 위해 이랜드파크 지분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2024년 3분기말 기준 이랜드월드는 완전자회사(지분율 100%)인 이랜드리테일로부터 352억원을 빌려쓰고 있다. 이 차입금에 대해 이랜드파크 지분 552만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이랜드파크 지분(1399만2448주)의 39%로 여전히 담보로 제공하지 않은 이랜드파크 지분이 많다. 이랜드파크 지분을 담보로 더 내주면 그만큼 차입을 더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이랜드파크 측은 "기존 차입금 중 이자 부담이 높은 순서대로 순차적으로 상환할 계획"이라며 "관계사로부터의 대여금에 대한 상환 규모와 시기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