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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 그 이후

김상범 회장, 손쉽게 불린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지배력'

②개인법인 '이수엑사켐' 지렛대, 후속 분할합병 통해 신속히 수익 늘려

김소라 기자  2024-12-16 07: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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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전략적으로 분할을 결정한다. 크게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방식으로 나뉜다. 각기 분할 의도나 목적은 제각각이나 기업 성장이라는 장기 방향성은 동일하다. 가치 재평가, 재무 융통성 확대, 사업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후속 효과를 기대한다. 다만 하나였던 몸체가 둘로 나뉘는 만큼 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 지난 3년간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상장사 100여 곳 이상이 분할을 진행했다. 이들 기업이 당초 도모했던 기대 효과가 실현되고 있는지 THE CFO가 이들의 밸류 및 재무 현주소를 점검해 본다.
정밀화학제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설립 1년 여만에 이수 그룹 내 핵심 법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수화학으로부터 분할 설립된 후 꾸준히 외형을 확대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도 동 법인에 힘을 싣어주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올해 진행한 분할합병 작업이 대표적이다. 김상범 이수 그룹 회장이 지배력을 온전히 행사하는 개인 법인 '이수엑사켐' 사업부 일부를 떼내 이수스페셜티케미컬과 합쳤다. 이제 막 출범한 신설 법인을 대상으로 그룹 내 유관 사업부를 보강, 신속히 안착할 수 있게 도왔다.

이 과정에서 김상범 회장의 단일 지분도 뛰어올랐다. 개인 법인을 산하 계열사에 넘기는 동시에 합병 법인 신주를 유의미한 수준으로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해 주력 법인 지분을 손쉽게 취득한 셈이다. 피합병 법인 수익가치가 합병 법인인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주식가액 대비 높게 잡힌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올해 수익성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분할 출범 첫해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등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지만 곧바로 영업익 확보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바꿔나가고 있다. 올 3분기 말 별도 순자산액은 인적분할 전 사업부 당시 대비 소폭 증가한 1188억원을 기록했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영업 수치를 개선한 데는 사업 구조 개편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 4월 신규 법인을 흡수합병하며 수익 지표들이 일제히 반등했다. 기존에 분리돼 있던 제품 유통부문을 생산 법인 이수스페셜티케미컬로 합친 결과다. 부차적인 사업부를 보완해 전체 매출 규모를 늘린 그림이다.

동 사업부는 최상위 지배 법인인 이수엑사켐에서 분리됐다. 화학 제품 유통·판매부문을 인적분할해 곧바로 이수스페셜티케미컬로 흡수시켰다. 이수엑사켐의 사업 관련 자산은 대부분 이 인적분할된 신설 법인으로 이관됐다.

존속 법인엔 투자 자산만 남겼다. 이는 '이수' 등 주요 계열사 주식이다. 이익잉여금도 존속 법인으로 모두 귀속되면서 이수엑사켐 최종 분할비율은 존속, 신설 법인 각각 0.95:0.04로 책정됐다.


이러한 분할합병 과정을 거치며 김상범 회장은 상장 신주를 대거 확충하는 효과를 거뒀다. 기보유한 비상장 법인 이수엑사켐을 활용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지분을 별도 비용 지출 없이 수중에 넣었다. 신주 총 44만1824주를 취득했다. 이는 합병 당시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주가로 따지면 270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표면적으로 볼 때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해 김 회장 개인이 상당한 수혜를 누린 셈이다.

이는 피합병 법인인 이수엑사켐 분할 사업부가 이수스페셜티케미컬 대비 주당 가치가 높게 책정된 영향이다. 올초 합병 진행 당시 이수스페셜티케미컬과 이수엑사켐 분할 사업부 간 합병비율은 1:33.4969390으로 매겨졌다. 이는 이수엑사켐 분할 사업부 주주에게 합병에 대한 대가로 1주당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신주 33.4969390주를 지급한다는 의미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수엑사켐 분할 사업부는 수익가치가 상당히 높게 책정됐다. 비상장 법인 수익가치 산정에 쓰이는 현금흐름할인법을 적용한 결과 주당 888만6359원으로 산정됐다. 이를 토대로 산출한 최종 본질가치는 주당 536만7164원이었다. 이에 반해 합병가액 산정시 주가를 고려하는 상장사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의 경우 당시 기준시가인 16만228원이 반영됐다.

동 분할합병 마무리 후 최대주주 지분은 35%대까지 늘었다. 올해 5%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이 기간 김 회장 지분이 7.3%포인트 오른 것이 가장 주효했다. 다만 김 회장을 제외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올초대비 소폭 내렸다. 합병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 희석 영향이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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