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화학은 1969년 설립된 석유화학회사다. 50년 넘는 업력을 자랑하지만 이사회는 다소 느슨하게 운영하고 있다. 대표이사에게 이사회 의장 역할을 맡기고 이사회 내 별도의 소위원회를 한 개도 두고 있지 않다. 6명의 이사진 가운데 사외이사는 2명에 불과하다.
이사회 평가 결과 특히 경영성과와 견제기능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석유화학, 건설사업 부문에서 실적 부진을 겪으며 경영성과 지표가 전년 대비 악화했다. 내부거래위원회, 감사위원회도 두고 있지 않아 투명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영업이익성장률 '마이너스', 경영성과 발목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해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이수화학의 이사회 운영과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81점으로 산출됐다.
특히 '경영성과' 부분이 가장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성과 지표는 투자, 경영성과, 재무건전성 등 3개 항목으로 구분돼 11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이수화학은 모든 문항에서 최하점인 1점을 기록했다.
이수화학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9955억원, 영업손실 5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0.3% 감소하고 영업손실폭도 커졌다. 석유화학 부문과 건설사업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한 데 따른 결과다. 주력 제품인 LAB의 공급 증가, NP의 수요 감소 등 비우호적 영업환경이 이어졌다. 매출성장률(-0.3%), 영업이익성장률(-228.2%), 자기자본이익률(-8.4%), 총자산이익률(-2.5%) 등 경영성과 관련 항목에서 모두 마이너스 지표를 기록했다.
재무건전성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 319.5%, 순차입금/EBITDA -7.7배, 이자보상배율 -1.6배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의 경우 전년 대비 126.5% 높아졌다. 매입채무가 증가하고 연결기업이 전환사채를 발행하며 부채가 전년 대비 502억원 증가한 영향이 컸다.
'견제기능'에서도 평점 1.1점을 기록하며 개선과제를 남겼다. 이수화학은 9개 문항 중 이사 추천 관련 문항(2점)을 제외한 모든 문항에서 1점을 받았다.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부적격 임원의 선임 방지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았다. 내부거래위원회도 따로 설치하지 않고 총주주수익률(TSR) 또는 주주가치 제고 성과에 연동해 보수를 지급하고 있지도 않았다.
◇중요의결사항 사업보고서에 상세 명시 6개 지표 가운데 이수화학이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한 지표는 '정보접근성'이었다. 평점 2.8점으로 '참여도'(2.0점)와 함께 2점대를 기록했다. 이수화학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 이사회에 관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었다. 대출약정, 지급보증, 사채 연대보증 등 이사회의 중요 의결 사항을 사업보고서 내 '이사회에 관한 사항'에 상세히 기재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도 DART와 홈페이지에 모두 게시해 양호한 접근가능성을 확보하며 최고점인 5점을 받았다. 다만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20%를 기록해 해당 문항에서는 2점을 받았다.
'정보접근성' 지표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받기는 했으나 해당 지표 내 주주환원정책, 사외이사 후보 추천 관련 문항에서는 1점을 받으며 개선과제를 남겼다. 이수화학은 3개년 주주환원정책과 같은 중장기 계획을 미리 공시하지 않았다. 지난해의 경우 배당재원이 없어 배당을 실시하지도 않았다. 향후 배당재원 확보 시 이익 규모와 대·내외 사업 환경 변화를 감안해 재무구조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배당을 진행하겠다고 사업보고서에 밝혔다.
이수화학은 별도의 이사 후보 추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는 이사가 관계법령과 내부 규범에서 요구하는 결격 요건에 해당하는지, 이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경력과 전문성이 있는지, 공정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한 이해관계가 없는지 등을 검증한 뒤 이사후보를 추천하고 있다고만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