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두 차례의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첫해인 2022년 말엔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대부분 교체하며 파격을 보였고, 지난해엔 이들 대부분을 유임시키며 안정을 꾀했다. 올해는 연임 기로에 놓인 만큼 사장단 인사폭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3년 이상 자리를 지킨 인물은 교체 가능성이 비교적 높게 점쳐지고 있지만 은행과 증권, 카드 등 주력 계열사의 경우 전망이 엇갈린다. 실적 측면에선 모두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함 회장의 연임 도전 여부 등 다양한 변수들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2년에 걸쳐 14곳 중 8곳 '새 얼굴'로
함 회장은 취임 후 2년에 걸친 계열사 대표 인사를 통해 계열사 14곳 중 8곳의 대표를 교체했다. 2022년 말 주력 계열사 3곳과 비주력 계열사 4곳을 더해 모두 7곳에서 대표 교체가 이뤄졌다. 지난해 말엔 3곳에서 대표가 다시 바뀌었다. 하나생명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경우 2022년과 2023년 모두 인사 대상이 됐다.
주목할 건 임기 첫해 주력 계열사 CEO를 모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는 점이다. 같은해 3월 취임해 이제 막 9개월을 맞은 만큼 함 회장이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보통 취임한 직후엔 전임과의 단절보단 연속을 선택하고, 체제가 안정권에 접어든 뒤 변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함 회장은 달랐다. 그만큼 그룹을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당시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의 수장이 모두 바뀌었다. 새 인물이 전진배치되며 함 회장 체제의 시작을 알렸다. 특히 전임 회장 시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들이 중용되며 주목받았다. 이 때 선임된 인물이 이승열 하나은행장,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 등이다.
이승열 행장은 옛 외환은행 출신 인사로는 처음으로 하나은행장에 올랐다. 강성묵 대표는 그룹에서 비중이 미미한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CEO였다. 통상 자회사간 CEO 이동이 많지 않지만 그룹 내 두 번째로 큰 하나증권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파격의 주인공이 됐다.
함 회장은 이밖에 하나생명,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하나벤처스, 핀크 등 4곳의 CEO 역시 추가로 교체했다. 취임 9개월 만에 전체 14개 가운데 절반인 7개 계열사에서 새 인물이 선임됐다.
반면 지난해엔 안정을 선택했다. 전년 주요 계열사 대표가 모두 바뀐 만큼 이들의 임기가 아직 1년 이상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비주력 계열사에선 3명이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중도 하차한 인물이 2명이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규모가 작은 계열사라고 해도 조직이 느슨해지는 걸 보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함 회장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올해 연말 인사에서 드러날 '포스트 함영주'
현재 연말 혹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하나금융 계열사 CEO는 △이승열 하나은행장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 △박승오 하나캐피탈 대표 △정민식 하나저축은행 대표 △민관식 하나자산신탁 대표 △정해성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 △강동훈 하나에프앤아이 대표 △안선종 하나벤처스 대표 △노유정 하나펀드서비스 대표 △박근영 하나금융티아이 대표 △조현준 핀크 대표 등 모두 12명이다.
이 가운데 함 회장 체제가 시작되기 전 취임한 인물은 모두 6명이다. 강동훈 대표와 박근영 대표는 2021년 3월 취임해 4년 가까이 재임 중이다. 박승오 대표, 정민식 대표, 민관식 대표, 노유정 대표는 2022년 3월 취임해 3년간 회사를 이끌고 있다.
최근 경영환경의 변화가 워낙 빠르게 이뤄지는 데다 장수 CEO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인 만큼 이들의 교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권의 경우 인사 적체 때문에라도 임기 2년, 여기에 1년을 더해 최대 3년 정도만 자리를 지키고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은행, 증권, 카드 대표의 연임 여부에는 특히 더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 계열사를 이끄는 인물이 자연스럽게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가 되기 때문이다.
함 회장은 현재 후계 구도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은 최근 지배구조 내부 규범의 나이 규정을 손질했다. 당초 회장이 만 70세가 되면 돌아오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퇴임하도록 했으나 개정을 통해 임기 이후 정기 주총까지 재직할 수 있게 했다.
함 회장은 2026년 11월 만 70세가 된다. 기존대로라면 2025년 3월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추가 임기로 3년이 아닌 1~2년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제 3년 임기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임기 만료는 2028년 3월이다. 2027년부터 사실상 차기 회장 논의가 시작되고 주요 후보들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앞으로 2~3년 은행, 카드, 증권을 이끄는 인물이 가장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