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오랜 기다림 끝에 회장에 올랐다. 부회장만 6년 이상을 지냈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 출범한 만큼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함영주호는 3년 가까이 순항하고 있다. 함 회장 체제 3년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봤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말 그대로 '준비된 회장'이다. 함 회장이 선임된 과정을 살펴보면 막판까지 예상이 어려울 정도로 치열한 경합을 벌이지도 않았고, 모두의 예상을 깨고 변방에 있던 인물이 깜짝 선임되지도 않았다. 최근 몇 년 사이 회장을 뽑은 금융지주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하나금융에선 일어나지 않았다.
함 회장이 오랜 기간 부회장 기간을 지내며 전임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입지를 착실히 다져왔던 덕분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회장에 오른 만큼 하나금융에게 오랜 만에 찾아온 '호시절'을 이끌고 있다.
◇출발은 불안했지만…3년간 '실적'으로 증명
초반을 돌이켜보면 함영주호 하나금융은 출발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사법 리스크가 끝까지 골칫거리였다. 채용비리 소송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DLF 불완전 판매 관련 소송이 발목을 잡았다. 함 회장은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주주총회를 얼마 앞두고 예상 밖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주총 결과는 '박빙'이었다. 전체 주식수의 80.4%가 참석했고 이중 60.4%의 주주가 함 회장에 대한 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했다. 반대 표는 39.4%였다. 국민연금 한 곳만 반대를 했다면 함 회장 선임 안건은 불발될 상황이었다.
당시 리스크를 감안하면서도 던진 60%의 찬성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SS와 한국지배구조원 등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 결정과 대비되는 결론이기도 했다. 결국 함 회장이 은행장과 부회장을 재직하며 보여줬던 경영능력과 리더십, 주가에 대한 기대감이 실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3년이 지나가는 지금 그들의 선택은 옳았을까. 일단 실적만 놓고보면 옳았다고 볼 수 있다. 하나금융은 2022년 3조6000억원, 2023년 3조5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함 회장 취임 이후 3조원 중반대의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에도 3분기까지 3조2400억원대의 순이익을 달성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 증가한 수치이자 역대 최고치다. 주가도 고공행진했다. 지난 8월 30일 6만9300원에 마감하며 2005년 12월 코스피 상장 이후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실제 함 회장의 리더십엔 별다른 이견이 없다. 행장 재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도 줄곧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성과를 냈다. 합병은행의 조직 안정도 무사히 이뤄냈다. 잠시 물러서야 할 때엔 자리를 내려놓기도 했다.
◇'포스트 함영주' 준비 들어가야
함영주 회장은 2022년 당시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압축한 최종후보군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주목을 받았다. 그가 회장에 선임되는 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은행장과 부회장을 지내며 차기 회장으로 차근차근 자리잡은 영향을 빼놓을 수 있지만 하나금융의 CEO 인재풀(pool)이 충분하지 못한 점도 한몫했다. 행장 혹은 회장이 선임될 때마다 이들과 경합했던 유능한 인재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났고 비은행 계열사 역시 은행과 비교해 규모가 크게 작았기 때문이다.
결국 함 회장의 가장 큰 과제는 후계구도 완성일 수밖에 없다. 충실히 경험과 역량을 쌓은 여러 후보들이 성장하면서 능력을 발휘하고, 회장 선임 과정에선 투명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승계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야 하는 일이 마지막 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함 회장은 1956년생으로 연임하든 퇴임하든 후계자 양성에 나서야 할 때이기도 하다.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회장 나이는 만 70세를 넘길 수 없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부회장제를 폐지하고 부문임원 체제를 도입했다. 기존 3인의 부회장 중 박성호 부회장은 물러났고 강성묵 부회장과 이은형 부회장은 부문장으로 개편됐다. 여기에 이승열 하나은행장까지 더해 3명이 내부에선 사실상 부회장으로 통하고 있다. 어느 한 명이 당연하게 회장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 셋 중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막판까지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는 것 역시 함 회장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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