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이익창출력, 주주가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공개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는 가운데 현대해상은 아직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시장과 공유하지 않았다. 검토마저도 신중한 모습이다. 현대해상의 기업가치 평가에 기준이 되는 여러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보험 주식을 향한 저평가는 대체로 국내 보험업계가 저출산과 고령화로 침체해가고 있다는 데 기반을 둔다. 때문에 보험사의 해외사업은 신성장동력의 관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인이다.
현대해상은 일찍부터 해외 보험시장에 관심을 보였다. 과거에는 일본과 유럽(영국), 미국 등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점포를 냈다면 근래 들어서는 중국과 베트남 등 신흥시장으로의 진출이 눈에 띈다. 진출 방식도 직접 법인이나 지사, 지점, 사무소 등을 설립하는 방식에서 합작법인, 지분투자 등 간접적 방식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직접 진출한 일본·미국, 합작법인으로 출발한 중국
현대해상은 2023년 해외부문에서 수입보험료 4654억원을 냈다. 이 해 현대해상이 거둔 총 수입보험료는 16조8442억원으로 해외부문의 비중은 2.8%에 불과하다. 그러나 2021년 처음 3000억원을 넘어선 뒤 이듬해인 2022년 다시 4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연간 꾸준한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해상은 1976년 일본지사 설립을 시작으로 영국, 미국, 중국, 싱가포르, 독일, 베트남, 인도 등으로 꾸준히 해외사업의 발을 넓혔다. 총 8개국에 4개 법인, 1개 지사, 1개 지점, 5개 사무소를 거느리고 있다. 이 중 손해보험업을 주력으로 하는 나라는 일본, 미국, 중국 등 3곳으로 이 3개국에서의 보험영업이 성장가도를 걷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진출한 일본은 현대해상의 해외사업에서 가장 상징적인 나라다. 현재 기준으로 현대해상은 일본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유일한 국내 손보사다. 영업성과 측면에서도 일본지사는 1653억원의 수입보험료를 거둬 현대해상이 손보업으로 진출한 3국 중 가장 많은 수입보험료를 거둔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먼저 현대해상 미국지점은 지난해 수입보험료 1532억원을 내 28.7%의 증가율을 보였다. 기존 주력사업인 주택종합보험 이외에도 2022년 시작한 상용차보험이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해상은 미국에 손보 지점과는 별개의 투자법인까지 설립해 현지 사업을 다각화하는 중이다.
현대해상 중국법인은 단순히 숫자 이상의 전략적 의미가 있는 곳이다. 현대해상은 1997년 처음 중국(베이징)에 사무소를 열고 이후 2007년 현지 법인까지 설립했으나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다 2020년 4월 현지 차량공유기업 디디추싱, IT기업 레전드홀딩스와 손을 잡고 합작법인으로 재출범한 이후 본격적인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해상은 과거 일본과 미국 등 선진시장에 진출할 당시 직접 점포를 차리거나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해 왔다"면서도 "최근 신흥시장의 공략에는 기존 점포나 법인을 합작법인으로 재출범하거나 아예 현지 기업의 지분투자를 실시하는 등 현지화에 유리한 방식을 활용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진출 성공 이끈 '중국 방식', 인도에서도 나타날까
향후 현대해상의 해외사업은 선진시장보다는 동남아 등 신흥 개발국가로의 진출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선진시장의 경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보험시장이 과포화된 곳이 대부분이나 신흥시장은 아직 보험 침투율이 낮아 시장 개척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조용일 현대해상 대표이사 부회장도 지난 5월 금융감독원과 지자체, 금융권 등이 공동으로 미국에서 진행한 투자설명회를 통해 "현대자동차가 적극 진출을 타진 중인 인도나 동남아시아를 향후 유력한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남아 국가들 중 베트남은 사무소를 통한 현지시장 파악 이후 본격적 진출이라는 '중국 방식'의 신흥시장 진출전략이 나타난 대표적 지역이다. 현대해상은 2016년 처음 베트남 하노이에 사무소를 연 뒤 이곳을 통해 현지 보험시장을 조사했다.
이후 2019년 301억원을 들여 현지 2위 은행인 비엣틴은행(Vietin Bank)의 자회사 비엣틴은행보험(Vietin Bank Insurance, VBI)의 지분 25%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현지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VBI이 현대해상에 안긴 지분법이익은 투자 첫해인 2019년 7800만원에서 지난해 40억원으로 급증하며 투자의 이유를 입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도 역시 주목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2019년 뉴델리에 사무소를 열었으나 아직 1명의 직원이 주재하면서 현지 시장조사 정도의 업무만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향후 이 사무소를 바탕으로 현지 기업과의 합작법인이 출범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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