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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삼성물산 사외이사수는 이사 총수의 절반을 겨우 넘기고 있다. 사외이사수가 5명이지만 4개 사업부문의 부문장을 모두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이사회 구성에서는 외국 국적과 여성을 포함시키는 등 다양성을 시도했다.
◇구성 지표 45점 만점에 38점…사외이사 비율 55.6% '아쉬움'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상반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삼성물산은 255점 만점에 209점을 받았다.
삼성물산은 '구성' 지표에서 45점 만점에 38점을 기록했다. '견제기능' 지표에서 45점 만점에 41점, '평가 개선 프로세스' 지표에서 35점 만점에 31점으로 고득점에 성공한 점을 고려하면 구성 지표에서의 득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삼성물산 이사회는 평가 기준 시점인 지난해말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5명을 합산해 총 9명으로 구성돼있다. 이 구성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거친 이후에도 9월말까지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이사회 규모가 효과적인 토의와 활동을 위해 적정한지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 5점 만점에 4점을 받았다. THE CFO '2024 이사회 평가'는 이사회 총원이 11명 이상일 때 최고 점수(5점)을 부여하며 9~10명일 때 4점을 부여한다.
이사회가 다수의 독립적인 사외이사로 구성돼있는지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는 3점에 그쳤다. THE CFO '2024 이사회 평가'는 사외이사 비율이 70% 이상일 때 최고 점수를 준다. 삼성물산의 경우 이사회 총원 9명 중 사외이사가 5명이므로 사외이사 비율을 따지면 절반을 겨우 넘긴 55.6%다.
삼성물산이 사내이사 인원이 4명이나 되는 이유는 영위하고 있는 4개 부문의 부문장이 모두 사내이사로 들어가있기 때문이다.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사내이사로는 △오세철 건설부문장 대표이사 사장 △이재언 상사부문장 대표이사 사장 △정해린 리조트부문장 대표이사 사장 △이준서 패션부문장 부사장이 소속돼있다.
이사회 의장이 사외이사인지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는 최고 점수를 받았다. 삼성물산은 2021년 3월 정기주주총회부터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있다. 사외이사인 정병석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명예교수가 이때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돼 현재까지 직을 이어오고 있다.
◇국적·성별 다양성 시도…이사회 사무국 가동 다양한 국적, 성별, 연령, 경력을 지닌 이사들이 골고루 분포돼있는지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는 4점을 받았다. THE CFO '2024 이사회 평가'는 △국적(2개국 이상) △성별(남녀 혼재) △연령(30·40대 포함) △경력(타기업 경력 보유) 등 4개 요소 중 충족 개수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며 모두 충족할 경우 최고 점수를 부여한다. 삼성물산은 연령 요소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4점을 받았다. 삼성물산 이사는 모두 50~70대로 구성됐다.
국적 요소는 충족했다. 평가 기준 시점인 지난해말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생산성책임자(CPO)를 역임한 필립 코쉐(Philippe Cochet) 사외이사와 SC제일은행 경영지원총괄 부행장을 역임한 제니스 리 사외이사가 외국 국적이다. 다만 필립 코쉐 사외이사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임하면서 외국 국적 이사수는 제니스 리 사외이사 1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이외에 제니스 리 사외이사가 유일한 여성으로 성별 요소를 충족했다. 필립 코쉐 사외이사가 알스톰(Alstom)과 GE 경력을, 제니스 리 사외이사가 볼보건설기계코리아, 하나로텔레콤, SC제일은행 경력을 보유하는 등 경력 요소도 충족했다.
이사회 지원조직이 별도로 운영되는지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는 최고 점수를 받았다. 삼성물산은 이사회 운영과 사외이사 지원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이사회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이사회 사무국은 이사회와 위원회 안건 자료를 사전에 제공하고 주요 경영정보를 수시로 제공하는 등 사외이사 직무수행에 필요한 활동을 지원한다. 이사회 사무국은 총 4명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중 임원이 1명, 간부가 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