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저축은행 대표들이 연임 기로에 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연체율이 급등해 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실상 신규 영업을 하지 못해 대출자산 축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이어지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특유의 장기 재직 관행이 깨지고 리더십 변화를 맞을지 주목된다. 저축은행 대표들의 임기 중 경영 성과와 관행, 모회사와의 역학관계 등을 들여다보고 연임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
박중용 JT저축은행 대표이사의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된다. 이번이 2연임 도전이다. JT저축은행 대표이사는 1년 단위로 임기가 주어져 매년 연임 시험대에 오른다. 저축은행업계에선 외국계 저축은행의 경우 단임제보단 연임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박 대표의 2연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순손실 상황이 지속되고 건전성이 악화돼 관리가 필요하다. 올 상반기 누적 순손실이 150억원을 넘었고 연체율도 8%를 웃돌았다. 임기 만료일이 내년 3월인 만큼 그 전에 실적 반등 모멘텀을 맞을지 주목된다.
◇외국계 저축은행, 연임제 선호 경향…내년 3월 임기 만료
박중용 대표이사(사진)는 일본계 금융그룹인 J트러스트그룹 품에 안긴 뒤 두 번째 대표이사다. 박 대표는 작년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임기를 시작했다.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하며 내년 3월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그간 대표이사 재임 기간과 관련한 관행상 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박 대표에 앞서 JT저축은행을 이끌었던 인물은 최성욱 JT친애저축은행 대표이사다. 최 대표는 2015년부터 작년까지 모두 8년간 JT저축은행 대표이사를 지낸 장수 CEO다. 현재 최 대표는 J트러스트그룹 계열사 JT친애저축은행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최 대표가 JT친애저축은행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공석이 된 JT저축은행 대표이사 자리를 박 대표가 채운 셈이다. 박 대표는 JT저축은행에서 '경영전략통'으로 꼽힌다. 삼환저축은행과 미래저축은행 등에서 몸담았던 그는 2015년 J트러스트그룹으로 편입된 JT저축은행에 입사했다. JT저축은행에선 기업금융본부장과 경영전략본부장(이사), 리테일금융본부장(상무) 등을 역임했다.
JT저축은행은 매년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를 정식 선임한다. 직전 해 연말부터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돌입해 이듬해 1~2월 중으로 대표이사 내정자를 발표하는 방식이다. 장수 CEO로 이름을 올렸던 최 대표처럼 박 대표도 연임제 기조에 맞춰 2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무엇보다 박 대표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모두 3명으로 구성된 임추위는 박 대표 이외에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장은 박상주 사외이사다. 올해 초 박 대표 본인의 연임을 결정하는 회의에 임추위 위원으로서 참석했으나 의결권 제한으로 사외이사 2인만 표를 행사했다.
◇순손실 확대, 연체율 8.3%…실적 개선 여전한 숙제
박 대표의 2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저조한 경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누적 순손실을 152억원으로 나타났다. JT저축은행 순이익은 2021년 297억원을 기록했으나 이듬해 2022년 202억원으로 감소했다.
게다가 작년 말부터 적자 기조가 이어지며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졌다. 작년 말 기준 연간 순손실은 80억2900만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만에 작년 연간 순손실을 크게 넘어서면서 적자 규모가 커졌다.
비우호적인 업황에 따라 대출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손실흡수 여력을 강화하라는 금융당국 당부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더 쌓으면서 순이익 방어가 어려워진 것이다. 문제는 연체율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JT저축은행 연체율은 8.3%로 작년 말(5.23%)과 비교해 반년 만에 3.07%p 상승했다.
박 대표가 2연임에 성공한다고 해도 이같은 수익성 악화와 연체율 급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JT저축은행은 올해 뚜렷한 업황 반등 모멘텀이 없어 시장이 위축된 상태라며 건전성을 관리해 나가는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간의 건전성 관리 성과를 오는 11월 말 3분기 경영 실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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