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국가스공사는 국내 대표적인 고(高) 배당주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2년간 급격히 악화된 경영실적은 2년 연속 무배당이라는 이례적인 행보로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실적 쇼크'로 경영성과 지표에서 5점 만점 환산 기준 1점이라는 최하점을 받았다. 투자, 경영성과, 재무건전성 모두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영성과 평점 1점 '최하'…순손실·과도한 부채비율에 '배당주' 옛말
THE CFO는 이사회 구성과 활동, 견제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자체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와 올해 5월 공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올해 반기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항목을 평가했다.
한국가스공사의 이사회는 대부분 항목에서 준수한 평가를 받았다. 평점 5점 만점에서 참여도(4.9)와 정보접근성(4.0)은 4점대로 우수했고 평가개선프로세스(3.9)도 양호한 편이었다. 견제기능(3.3)과 구성(3.3) 면에서는 일부 개선이 요구되는 정도다.
문제는 경영성과다. 모든 항목에서 최하점을 받아 평점 1점에 그쳤다. 경영성과는 작년 투자와 경영성과, 재무건전성을 기반으로 평가한다.
투자는 주가순자산비율(PBR), 배당수익률, 주가수익률, 총주주수익률(TSR)을 평가하며 경영성과로는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을 본다. 재무건전성에선 부채비율과 순차입금/EBITDA, 이익보상배율을 측정한다.
기준은 KRX300 소속 비금융사 기업의 2023년 지표 중 상·하위 10% 기업 데이터를 제외하고 산정한 평균값이다. 평균값 대비 아웃퍼폼한 비율이 20% 이상인 경우 5점, 10%대는 4점, 5~10% 사이인 경우 3점을 부여했다. 1점을 받았다는 건 평균치를 하회했거나 마이너스(-) 값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작년 한국가스공사의 실적이 무너진 영향이 컸다. 지난해 한국가스공사의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4조5560억원, 1조5534억원이었다. 매출액은 13.9% 줄고 영업이익은 36.9%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으로는 7474억원 손실을 냈다. 전년도 1조4970억원 흑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무려 2조2444억원 감소했다.
영업이익 흑자를 냈지만 투자자산 손상 8271억원, KC-1 소송 배상금 1264억원, 이자비용 6678억원을 지출하며 순손실로 이어졌다. 특히 39조원에 달하는 차입금에서 막대한 이자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부채비율은 483%까지 치솟았다.
실적 쇼크로 한국가스공사는 2022년과 2023년 배당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한국가스공사의 무배당 정책은 1999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처음일 정도로 재무구조가 심각함을 드러낸다. 한국가스공사의 이자보상배율은 0.93으로 1을 밑돈다. 영업으로 번 돈으로 대출이자도 갚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스요금 통제로 미수금 15조원, 단기간 개선 쉽지 않아
경영성과 개선이 한국가스공사의 가장 시급한 문제로 떠오른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요금통제를 받고 있는 실정이라 빠른 개선이 쉽지 않다. 15조원에 달하는 미수금도 발목을 잡는다.
한국가스공사는 정부가 서민경제와 물가안정 등을 고려해 정하는 대로 가스요금을 받는다. 해외에서 구입하는 가스가격이 높아져도 가스비를 올릴 수 없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가스가격이 상승했지만 정부가 가스요금을 통제하면서 원가에 못미치는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했다. 이에 해당하는 적자는 고스란히 미수금으로 잡혔다.
향후 해외 가스가격이 저렴해지면 정부가 적자를 보전하기로 하면서 적자가 미수금으로 반영되고 있다. 결국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곧 영업손실 규모인 셈이다.
그간 쌓인 미수금 규모가 너무 커 대대적인 정부 지원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단기간 해소가 힘들어 보인다. 올해 가스요금 인상이 단행됐지만 누적 미수금을 모두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무배당 기조를 올해 끝낼지 여부는 지켜볼 부분이다. 최근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상반기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늘면서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했기 때문이다.
작년 대비 용도별 원료비 정산 손실분이 감소하면서 영업이익이 개선된 측면이 있다. 지난해까지 증가세였던 미수금이 올해 축소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배당을 재개하리란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