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은 자산규모가 25조원을 넘는 기업이다. 작년 기준으로 SK와 비교해도 크게 모자라지 않는다. 다만 덩치와 달리 이사회 경영 체계는 아직 기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이사회에 대한 평가 또는 개선을 위한 노력이 부족한 편으로 나타났다.
THE CFO가 이사회를 육각형 모델로 평가했을 때 HMM은 ‘참여도’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표에서 5점 만점에 2점대 점수를 받았다. 특히 ‘평가개선 프로세스’ 지표의 경우 1점대에 머물렀다. 자체적인 평가제도를 갖추고 있지 않은 점이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사외이사 평가기준 '전무'…"추후 마련 검토"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HMM의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31점으로 산출됐다.
가장 높게 채점된 지표는 ‘참여도’ 부분이다. 40점 만점에 31점, 평점은 5점 만점에 3.9점을 얻었다. 90%를 넘는 이사회 참석률 외에도 이사회 의안(안건)을 충분한 기간을 두고 통지하는 점, 감사위원회 위원들을 상대로 연 4회 이상 교육을 실시한 점 등이 점수를 끌어 올렸다. HMM은 감사위원회 지원조직으로 IR팀도 운영하고 있다.
반면 ‘평가 개선 프로세스’는 가장 낮은 평점인 1.6점에 그쳤다. 한국ESG기준원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 ‘A’를 부여받았으나 내부평가는 실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HMM은 외부 평가기관과 관련한 항목은 만점을 받았지만 사외이사 평가 결과를 공개하거나 재선임 여부에 반영하는지 등을 묻는 문항에서 모두 최하점을 받았다.
회사 측은 “현재 사외이사에 관한 평가 정책 및 규정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하지만 앞으로 이사회 평가와 보상 연계 체계를 구축할 경우 재선임 반영 여부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춤한 해운업황…'경영성과' 타격 ‘평가 개선 프로세스’ 다음으로 평점이 낮았던 것은 ‘경영성과’ 관련 지표다. 55점 만점에 23점, 평점은 2.1점으로 채점됐다. 배당수익률과 부채비율, 순차입금/EBITDA 관련 지표에선 만점을 받았는데 실적 성장과 주가 관련 항목이 전부 최하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HMM은 엔데믹 이후 공급망이 정상화하고 해운 수요가 감소하면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다만 순현금 상태를 유지 중이고 연결 부채비율이 20%대에 불과한 만큼 재무적으론 여전히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또 ‘구성’ 지표는 평점이 2.6점으로 ‘평가 개선 프로세스’보다 조금 더 높았다. HMM은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으로 이사진을 꾸리고 있으며 김경배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한다. 사외이사 비율이 60%를 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의장과 대표이사가 분리돼 있지 않은 데다 이사회 내 위원회 수도 충분치 않았다.
HMM은 의무설치 대상인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외엔 리스크관리위원회, 재경위원회 등 2개 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그 중 재경위원회는 사내이사로만 채워졌고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2명이 담당한다. 감사위원회를 빼면 나머지 3개 위원회 전부 김경배 대표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부분도 감점 요소가 됐다.
이밖에 ‘정보접근성’과 ‘견제기능’ 지표는 평점이 각각 2.7점으로 같았다. ‘정보접근성’과 관련해선 HMM이 주주환원정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는 점, 사외이사후보 추천경로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점 등이 눈에 띄게 점수를 깎아먹었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도 47% 수준에 불과했다.
배당정책에 대해 회사 측은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서 주주가치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추가적으로 배당을 포함한 중장기적 주주환원정책 수립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견제기능’ 지표의 경우 HMM의 감사위원회 전원이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고 부적격 임원의 선임 방지를 위한 정책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는 부분에선 높게 평가됐다. 그러나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 데다,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만의 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어서 감점요인으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