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철강기업인 포스코홀딩스가 정부의 첫 밸류업 지수 편입에 실패했다. 시가총액 30조9841억원으로 코스피 9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주로서 자존심을 구겼다. 철강업 부진과 신사업 성장통이 겹치면서 포스코홀딩스의 밸류 자체가 저하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포스코홀딩스는 한국거래소가 제시한 5개 평가 기준에 대체로 부합하지 못했다. 시가총액 순위를 제외한 다른 평가요소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업종간 편차를 고려한 가치 평가 기준에 있어 코스피 상위 종목들과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밸류업 지수 평가항목 충족 못한 포스코 한국거래소가 지난 24일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이하 밸류업 지수)’에 포스코홀딩스가 빠졌다. 특히 이번 밸류업 지수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거 포함된 것과 반대 결과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사 가운데 3개사가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지 못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일환으로 개발된 이 지수는 ‘기업가치 우수기업에 대한 시장평가 및 투자유도’를 목적으로 한다. 거래소는 시가총액, 거래대금 등 규모 요건 이외에 수익성 등 질적 요건을 충족하는 대표기업들로 지수를 구성했다. 반대로 이러한 요소에 부합하지 못하는 종목들은 배제했다는 뜻이다.
특히 거래소는 시장대표성,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 기업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을 제시하며 기업들의 밸류를 평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각 기업의 현재를 조명하고 미래지속가능성장에 대해 전망한다.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위 기준에서 몇 가지 항목에는 부합했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는 시장대표성을 기준으로 보면 포스코홀딩스가 지수에 편입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 포스코홀딩스 시가총액은 30조9841억원으로 코스피 9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총 상위 400위 이내일 것’이란 기준에 부합한다.
수익성 기준도 명목상으론 충족한다. ‘최근 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손익 적자’가 아닐 것’이란 조항 자체에는 부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3년 포스코홀딩스 순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기준 설정의 취지와 동떨어져 있다. 중장기 성장 전략에 따라 우상향하는 모습이 아니라 매년 순이익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연결 기준 순이익은 2021년 7조1959억원을 정점으로 최근 3년 저하되고 있다. 2022년 3조5605억원으로 2021년 대비 50.52% 감소했다. 2023년 연결 순이익은 1조8458억원으로 2022년 대비 48.16% 감소했다. 최근 3년에 걸쳐 순이익 규모가 4분의 1로 줄었다.
올 상반기 연결 기준 순이익은 1조154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조6163억원 대비 28.6% 가량 줄었다. 감소폭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순이익 성장에는 실패한 모습이다.
‘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을 실시했을 것’이란 주주환원 기준에도 부합한다. 포스코홀딩스는 2022년 이후 최근 3년 결산배당을 실시했다. 1주당 배당금은 2022년 2만원, 2023년 1만5000원, 2024년 1만원 등이다. 배당수익률은 2022년 3.5%, 2023년 3.01%, 2024년 1.98%로 매년 줄었다. 다만 순이익이 감소하면서 현금배당 규모를 줄여나갔다. 이에 따라 주주환원 지표 설계 방향과도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뼈 아픈 대목은 시장평가(PBR)과 자본효율성(PER) 지표다. ‘PBR 순위가 전체 또는 산업군 내 50% 이내일 것’이란 시장평가 기준에서 포스코홀딩스는 최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2024년 9월 현재 포스코홀딩스의 PBR은 0.51%로 집계됐다.
자본효율성 항목에서도 점수가 낮다. 거래소는 ‘1~4번 요건을 충족한 기업 중 자본효율성 평가(산업군별 ROE 순위비율)가 우수한 기업을 최종 100종목에 선정했다’고 밝혔다. 2024년 9월 현재 포스코홀딩스 PER은 15.57배로 동일업종 평균 PER 15.15배와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포스코홀딩스 ROE는 3.18%로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사 가운데 가장 낮다.
◇불안한 미래…철강업 얼어붙고 신사업도 성장통 밸류업 지수 개발 배경 중 하나인 기업의 미래 가치 측정에 있어서도 포스코홀딩스는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본업인 철강업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얼어붙은 가운데 지난해까지 주가를 떠받치던 이차전지 소재사업 등 신사업에서도 성장통을 겪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를 비롯한 글로벌 철강 업계는 중국발 철강 공급과잉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은 전 세계 철강 시장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자국 내 수요가 둔화하면서 한국 등으로 저가 철강을 밀어내고 있다. 중국 건설·부동산지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세계적인 공급과잉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시장 또한 건설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떨어졌다.
이차전지 소재사업에선 돌파구 없는 침체를 겪고 있다. 전기차 캐즘 여파로 이차전시 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포스코홀딩스의 관련 실적도 저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낮은 상황이라 당분간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홀딩스는 정부와 거래소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한 밸류업 공시에도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밸류업 프로그램은 크게 밸류업 공시와 밸류업 지수로 나뉜다. 밸류업 공시는 기업 스스로 밸류업 관련한 정량·정성 지표를 관련 규정에 맞게 별도 공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