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이차전지 동박 제조업체 SKC가 2분기 시장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실적을 거뒀다. 전방산업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에 이차전지 소재사업이 적자를 기록한 탓이다. 이에 SKC는 말레이시아 공장의 가동률을 높여 원가구조를 개선하는 전략을 세웠다.
SKC는 올 2분기 매출 4727억원, 영업손실 627억원을 거둬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115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1% 늘어났지만, 영업손실과 순손실 규모는 45.1%, 364.2% 확대됐다. 다만 전 분기(-762억원) 대비 영업손실은 18% 개선됐다.
SKC는 이차전지 소재사업의 적자로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앞서 금융업계는 올 2분기 SKC의 매출 4690억원, 영업이익 -422억원을 예상했다. 연간 영업이익도 -1245억원으로 예상했지만, 1·2분기 합산 영업손실이 1389억원을 기록해 연간 컨센서스를 이미 하회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캐즘이 전반적인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SKC는 이차전지 음극재의 핵심 소재인 동박을 생산한다. 구리 가격 하락과 말레이시아 신규 공장 고정비용 증가도 영업손실의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사업부문 별로 이차전지 소재사업은 매출 858억원, 영업손실 374억원을 냈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 여파에 전방 수요 둔화로 동박 판매량이 떨어진 탓이다. SKC는 올해 동박 출하량이 연초 예상 대비 10만t, 약 30%가량 감소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고 감소 등 비용구조 개선으로 전 분기(-399억원) 대비 적자 폭을 줄였다.
SKC는 이차전지 소재사업의 흑자전환 시기를 내년으로 미뤘다. 유지한 SK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 4분기로 예상했던 동박 사업의 흑자전환이 내년으로 지연될 전망"이라며 "말레이시아 공장의 인증과 공급계약 체결이 지연되며 하반기 목표 하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소재사업은 매출 673억원, 영업이익 158억원을 기록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테스트 솔루션 투자사 ISC가 5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하며 2022년 2분기 이후 최대액을 갈아치운 덕분이다. 아울러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비메모리 양산용 수요 증대로 고부가 제품 판매가 확대되면서 영업이익률 30%를 기록했다.
화학 사업은 영업손실 53억원을 시현하며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전 분기(-153억원) 대비 영업적자를 100억원 축소했다. 디프로필렌글리콜(DPG) 등 고부가 제품의 판매 비중 확대가 주효했다. 매출은 3175억원을 거둬 전 분기 대비 17% 늘어났다.
글라스기판 투자사 앱솔릭스는 보조금을 확보하며 순항 중이다. 올 5월 글로벌 반도체 소재기업 최초로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 7500만달러(약 1000억원)를 확보했다. 전체 투자금의 25%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에 앱솔릭스는내년 상업화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고객사 인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SKC는 올 하반기 부채 규모를 줄이는 등 재무 건전성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유 CFO는 이날 "올 하반기는 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보다는 재무 건전성 강화 차원의 부채 규모 감축에 우선순위를 둘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올 1분기 말 기준 SKC의 총차입금은 3조5672억원으로 2020년(2조5830억원)보다 1조원가량 늘어났다. 구체적으로 장기차입금 2조4616억원과 단기차입금 8595억원 등이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76.7%, 50%로 집계됐다.
늘어난 이자부담에 SKC의 유동비율도 98.5%로 집계됐다. 유동비율 100% 미만은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부채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SKC 관계자는 "계속된 사업 리밸런싱으로 예견된 성장통을 겪고 있으나 선제적 자산유동화로 견뎌낼 수 있는 충분한 체력이 있다"며 "하반기 재무건전성을 강화해 미래 사업 성장의 모멘텀 확보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