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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밸류업 지수에서 빠진 이유

발목 잡은 PBR…본공시 하지 않아 특례 적용에서 제외

조은아 기자  2024-09-25 07:49:48
한국거래소가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 국내 증시를 부양하기 위한 조치다. 시가총액 등 규모 요건 외에 수익성, 주주 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 다양한 질적 요건을 충족하는 대표기업들로 꾸렸다는 설명이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금융 대장주이자 밸류업 최대 수혜주로 꼽혔던 KB금융이 빠졌다는 점이다.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 구성종목을 △시장대표성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주가순자산비율(PBR)) △자본효율성 등 '5단계 스크리닝'을 통해 선별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코스피·코스닥 상위 400위 이내(약 5000억원 이상)인 종목이 선정됐고 최근 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손익이 적자인 기업은 배제됐다. 또 2년 연속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을 실시했고 2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산업군 내 혹은 전체 순위에서 50% 이내인 기업들을 골랐다. 마지막으로 위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 중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우수한 기업들이 최종 선발됐다.

KB금융의 경우 시장대표성과 수익성, 주주환원 측면에선 전혀 문제가 없다. 조건을 충분히 충족한다. KB금융의 시가총액은 24일 종가 기준으로 32조2693억원에 이른다. 순위는 코스피 9위로 금융주 가운데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제조업을 제외한 업종 중에서 가장 높다. 5월 말 포스코홀딩스를 제치고 9위에 올랐는데 회사 출범 이후 가장 높은 순위이기도 하다. 금융 대장주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던 신한금융의 시총은 28조7298억원, 순위는 11위다. 두 회사의 시총 격차는 3조5000억원으로 적지 않다.

KB금융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주이기도 하다. 올들어 주가 상승률이 52.99%에 이른다. 신한지주의 43.33%, 우리금융의 22.66%, 하나금융의 39.25%보다 훨씬 높다.

수익성 역시 모자람이 없다. 지난해 KB금융의 순이익은 4조6319억원으로 전체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많았다. 2022년엔 신한금융에 1위를 내줬지만 역시 4조원대 순이익을 거뒀다.

주주환원 정책 역시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그 결과 10년 전인 2015년 21.5%였던 총주주환원율을 2023년 37.7%까지 높아졌다. 총주주환원율은 당해년도 총배당금지급액에 총 자사주매입액을 더한 뒤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올해도 여러 차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발표해 순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이 지수에 들지못한 이유로는 시장평가(PBR) 항목이 지목된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이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주가 수준이 기업의 자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최근 10년 KB금융의 PBR 추이를 살펴보면 주가가 제대로 자산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KB금융 PBR은 2015년 0.44배에서 2017년 0.78배로 높아졌으나 이후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2년 0.36배로 낮아진 뒤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PBR이 KB금융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았지만 미리 기업가치 개선 계획을 발표하면서 특례 적용을 받아 지수에 들어갔다. 신한금융은 7월 말 구체적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공시했다.

KB금융으로선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예고 공시를 하며 발빠르게 대응했지만 본공시를 하지 않아 특례 적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지난 5월 27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를 안내 공시했다. 밸류업 계획에 대한 국내 최초의 예고 공시였다. 당시 공시에서 KB금융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해 2024년 4분기 중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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