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올해까지 10년이 조금 넘는 기간 KB금융에서 부사장을 지낸 인물은 모두 더해 22명(겸직 제외)에 그친다. 평균적으로 1년에 2명의 부사장만 배출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오르기 어려운 자리였던 만큼 역대 부사장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매우 화려하다. 양종희 KB금융 회장, 이동철 전 KB금융 부회장 등을 빼놓을 수 없지만 이들을 제외하고도 전체의 절반인 11명이 계열사 대표를 지냈다. 현직 대표만 해도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 이우열 KB뱅크(옛 부코핀은행) 은행장 등이 있다.
은행권의 보수적 성향으로 볼 때 KB국민은행 출신만 부사장에 올랐을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현재 부사장에 올라있는 6명 중에서도 2명이 국민은행 출신이 아니다.
△부사장 배출 1순위 부서는…디지털·IT
어느 부문에서 부사장이 나왔는지를 살펴보면 지주에서 어디에 힘을 실어주는지 알 수 있다. 최근 10년을 살펴보면 수장이 꾸준히 부사장이었던 곳으로 디지털(IT) 쪽을 꼽을 수 있다.
디지털 및 IT 부문 수장은 2015년 디지털금융부 총괄, 2016년 IT기획부 총괄, 2017년~2018년 IT총괄(CITO) 등으로 이름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 KB금융 부사장 자리를 차지해왔다. 이 기간 해당 부문을 이끈 김기헌 전 부사장은 한때 KB데이타시스템 대표를 겸직하기도 했다.
KB금융이 디지털과 IT 부문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는 KB금융의 전 부회장들이 두 부문장을 맡았던 데서도 알 수 있다. 양종희 회장이 2022년 디지털부문장과 IT부문장을 맡았고, 이듬해인 2023년 이동철 전 부회장도 두 부문을 동시에 이끈 경험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금융권의 가장 큰 화두가 디지털 전환이었다는 점을 볼 때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현재는 조영서 부사장이 이 자리를 맡고 있다. 조 부사장은 KB금융 내 다른 부사장들과 비교해 상당히 눈에 띄는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1971년생으로 KB금융 부사장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적다. 유일한 1970년대생이다.
KB금융그룹 내부 출신도 아니다. 행정고시 37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원에서 4년여 동안 근무한 경제관료 출신이다. 이후 맥킨지앤컴퍼니와 베인앤컴퍼니 등을 거쳤고 2017년 신한금융에 입사하며 금융권에 본격적으로 몸담기 시작했다. KB금융으로 이동한 건 2021년이다.
◇리스크관리도 꾸준히 중요…최근엔 글로벌사업 떠올라
리스크관리 역시 꾸준히 부사장을 배출하는 부문이다. 최근 10년을 살펴보면 2014년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가 리스크관리부 총괄을 지낸 이래 꾸준히 부사장이 나오고 있다. 서남종 전 전 KB부동산신탁 대표, 임필규 전 부사장이 이 자리를 거쳤다.
이밖에 재무담당(CFO), 전략담당(CSO) 역시 2020년 이후 계속 부사장이 맡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떠오른 곳은 글로벌 부문이다. KB금융이 뒤늦게 해외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부문 역시 힘을 받고 있다. 2020년부터 글로벌 부문을 이끄는 수장이 부사장에 오르고 있다. 부회장이 있던 시절엔 부회장이 직접 글로벌 부문을 이끌었으며 현재도 서영호 부사장이 글로벌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다.
서 부사장 역시 KB금융 안보다는 밖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다. 1966년생으로 1990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를 시작으로 대우증권을 거쳐 JP모건 등 국내외 금융회사 리서치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7년 KB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이동하면서 KB금융과 첫 연을 맺었다. 2022년 CFO를 맡으며 지주로 이동했고 올해부터는 글로벌사업부문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6명의 부사장 가운데 내부 출신으로 분류되는 인물은 4명이다. 이승종 부사장(CSO), 김재관 부사장(CFO), 최철수 부사장(CRO), 임대환 부사장(CCO)은 국민은행 출신이다. 길게는 30년 이상 은행에 몸담았다.
◇C
HO는 상무, 경영연구소장은 전무급
과거와 달리 최근 들어 부사장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부문도 있다. 대표적인 자리가 HR 부문 수장(CHO)과 경영연구소 소장이다. CHO의 경우 2021년까지만 해도 이우열 전 부사장이 맡았으나 2022~2023년 윤여운 전무가 맡은 데 이어 올해부터는 전효성 상무가 맡고 있다. 계열사의 자율경영 기조가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연구소장 역시 한동안은 부사장이 이끌었으나 현재는 전무가 이끌고 있다. 현재도 금융감독원 출신인 정신동 소장이 맡고 있다. 직급은 전무로 기존보다 낮아졌다. 보다 실용적인 조직을 추구하는 양종희 회장의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