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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반대 이유 공개, '접근성' 높인 SK하이닉스 이사회

[정보접근성]⑨보류·부결 사유 사업보고서 공개…사외이사 후보추천 경로 불투명

이민호 기자  2024-09-19 08:14:29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SK하이닉스는 이사회 의안에 대한 반대 사유를 사업보고서에 공개하면서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 지난해는 이사회, 인사·보상위원회, 감사위원회 등 회의에서 보류 또는 부결 사례가 나왔다.

다만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의 투명성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SK하이닉스는 후보 추천 최초 제안자나 기관명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의안 반대 사유 사업보고서에 공시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상반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SK하이닉스는 255점 만점에 184점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정보접근성' 지표에서 35점 만점에 30점을 받으며 선방했다. SK하이닉스는 이사회와 이사회 활동 내역을 충실히 공시하는지 여부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사업보고서와 홈페이지에 공시하는지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 최고 점수(5점)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주주환원정책을 사전에 충분한 기간을 두고 공시하는지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도 최고 점수를 받았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1월 공정공시를 통해 2022~2024년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다. △2022~2024년 3년간 발생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수준을 재원으로 환원 △고정배당금 20% 상향 △2022년 1분기부터 분기배당 실시 등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이사회 의안 찬반 사유를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 5점 만점에 5점을 받은 점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이사회 개별 안건 중 반대 의견이 있는 안건에 대해서는 그 사유를 사업보고서에 주석으로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SK하이닉스 이사회는 모두 14회 개최됐다. 지난해 4월 개최된 5회차 회의에서는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운영 비용 거래 의안이 상정됐다. 하지만 이 의안은 보류됐다. 평가 기준 시점인 지난해 SK하이닉스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7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됐다. 이사 전원은 이 의안에 대해 보류 의견을 적어냈다.

SK하이닉스 측은 이 의안에 대한 의결이 보류된 데 대해 '분담률이 공평하게 정해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멤버사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 의안은 한 달 뒤인 지난해 5월 개최된 6회차 회의에 재상정돼 이사 전원 찬성으로 최종 가결됐다.

인사·보상위원회에서의 의안 부결 사례도 있다. SK하이닉스 인사·보상위원회는 지난해 모두 6회 개최됐다. 지난해 4월 개최된 3회차 회의에서는 '2023년 CEO KPI 수립' 의안이 상정됐다. 인사·보상위원회는 기타비상무이사 1명과 사외이사 7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됐으며 이 의안은 위원 전원 반대로 부결됐다.

SK하이닉스 측은 이 의안이 부결된 데 대해 '2023년 CEO KPI 전체 점수 및 기타 지표들의 계량화 측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 의안은 한 달 뒤인 지난해 5월 개최된 4차 회의에 재상정돼 위원 전원 찬성으로 최종 가결됐다.

감사위원회의 경우 지난해 7월 열린 7차 회의에서 'SK실트론과의 거래' 의안이 상정됐지만 위원 4명 전원 반대로 부결됐다. SK하이닉스 측은 이 의안이 부결된 데 대해 '선급금 지급 및 양도담보 설정 타당성에 대한 추가 보고 및 재심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 의안은 한 달 뒤인 지난해 8월 개최된 8차 회의에 재상정돼 위원 전원 찬성으로 최종 가결됐다.

◇지배구조핵심지표 준수율 66.7%…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 미공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지배구조핵심지표를 적정 수준으로 준수하는지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는 5점 만점에 4점을 받았다. THE CFO '2024 이사회 평가'는 준수율이 80% 이상일 경우 최고 점수를 부여한다. 준수율이 60% 이상 80% 미만일 경우는 이보다 낮은 4점을 부여한다.

SK하이닉스가 지난 5월 31일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배구조핵심지표 준수율은 66.7%였다. 15개 핵심지표 중 △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집공고 실시 △주주총회의 집중일 이외 개최 △현금 배당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집중투표제 채택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립 여부 등 5개 핵심지표를 준수하지 못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를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는 5점 만점에 최저 점수(1점)에 그쳤다. THE CFO '2024 이사회 평가'는 후보 추천 최초 제안자나 기관명을 공개하면 최고 점수를 부여한다. 반면 추천 경로 관련 내용이 없으면 최저 점수를 부여한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외이사 후보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사회 구성 역량 분석 기반 하에 경력 전문성, 평판 조회(Reference check) 등의 선별 및 검증 절차를 거쳐 후보를 추천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구체적인 제안자 및 제안 기관명 공개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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